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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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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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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재 27만 원인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을 10만 원 안팎 범위에서 인상하고 6개월마다 다시 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보조금 상한선 인상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이 상한선 범위 결정을 하루 앞두고 단기적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8일 오전 상임위원 간담회(티타임)를 앞두고 과천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재홍 위원은 "단기적으로 시장 요구를 반영해 최소한의 상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보조금 인상을 억제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보조금 상한선을 올리면 당장 이용자들에게 이득이 될 것처럼 보여도 2~3년 뒤 단말기 값이나 통신요금에 전가돼 '조삼모사'라는 것이다.

보조금 상한선, 27만 원에서 10만 원 안팎 인상 가닥

방통위는 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보조금 상한 산정을 포함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고시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은 지난 2010년 9월에 정한 27만 원으로 묶여 있으면서 4년 가까이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을 단속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출고가가 100만 원을 넘나들고 각종 '보조금 대란'이 이어지면서 보조금 상한선을 40~50만 원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소 유통상을 중심으로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열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토론회에선 보조금 상한선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삼성전자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내려야 한다는 이통사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제조사로선 보조금을 늘리면 판매량이 늘지만 1위 사업자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조사 가운데도 LG전자는 현 수준 동결을, 팬택은 동결이나 하향 조정하되 자신들처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에 들어간 중소기업은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오는 10월 보조금 공시제 도입으로 차별적 보조금 지급이 어렵게 돼 보조금 경쟁이 바로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 범위를 먼저 정한 뒤 그 범위 내에서 오는 10월부터 적용할 상한선을 결정하고, 6개월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상한선을 다시 정해 재고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보조금 상한선은 현재 27만 원보다 10만 원 정도 많은 30~4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상한선을 아예 없애거나 50만 원 이상으로 대폭 올리는 안을 내놓았지만, 김재홍 위원을 비롯한 야당 추천 위원들이 10만 원 안팎의 소폭 인상을 주장하면서 절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홍 위원은 "2010년 당시 27만 원은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폰(피처폰) 기준이긴 해도 제조사와 이통사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에서 유통점 마진을 뺀 것"이라면서 "상한선을 27만 원 이상으로 올려 판매마진을 다 써버리면 수익이 줄어 결국 2~3년 뒤 단말기 출고가와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닮은꼴... 미래 통신비 담보"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영업정지 철폐 위한 30만 종사자 총결의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항의 문구를 들고 있다. 이날 이들은 30만 유통 소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영업정지 철회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방통위의 27만 원 보조금 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영업정지 철폐 위한 30만 종사자 총결의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항의 문구를 들고 있다. 이날 이들은 30만 유통 소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영업정지 철회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방통위의 27만 원 보조금 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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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보조금 상한선을 올리면 당장 번호 이동이나 단말기를 교체하는 일부 이용자들이 큰 혜택을 입는 것 같지만 미래 통신비 인상액을 앞당겨 쓰는 셈이어서 결국 조삼모사"라면서 "오히려 보조금 상한선이 높아질수록 저소득층이나 소외지역, 저가폰 사용자들의 보조금 차별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0월 1월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통사와 유통상들은 방통위에서 정한 상한선 내에서 보조금을 정해 매장에 공시해야 한다. 다만 유통상 재량으로 15% 범위에서 보조금 액수를 늘릴 수 있는데 이때 특정 지역이나 고가 요금제나 고가폰 사용자만 우대하고 저가 요금제나 저가폰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차별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김 위원은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올리는 대신 '정액제'를 적용해 저가폰 가입자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요금제 할인 방식은 '정율제'를 적용해 저가요금제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통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과 제조사가 지급하는 단말기 장려금을 분리해서 공시해 소비자들의 혼동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장려금 분리 공시를 적극 반대하고 있고 정부여당쪽 위원들도 제조사 영업비밀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단통법 입법 취지를 들어 이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팬택의 '비대칭 규제' 요구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은 "중소제조업체는 보조금 상한을 올리면 자금력에서 경쟁이 안 된다"면서도 "지금 상태에서 어렵지만 앞으로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중소기업 관련 법 등을 준용해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단통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공시 효과 덕에 불공정거래는 줄겠지만 완전히 근절되긴 어렵다"면서 "보조금을 아예 없애고 단말기 값과 통신요금을 내리는 게 맞지만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아 3년 일몰제로 보조금 규제를 정한 것인데 상한선을 아예 없애든가 50만 원 이상 올리면 규제는 무의미해진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은 "보조금 상한선 규제 완화는 현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 완화와 마찬가지"라면서 "당장 내수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계부채와 가계통신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김재홍, #단말기 보조금, #팬택, #단통법, #이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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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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