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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2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 조선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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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부터 <조선일보>가 연일 SNS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기사를 쏟아냈다. 이는 <SNS가 만드는 위험사회>라는 제목의 기획보도로, 다음 날과 28일 토요일까지 이어서 약 10개의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첫날인 목요일 1면에서는 '책임 안 지는 SNS에 휘둘리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유통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취약점을 비판했다. 뒷면에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트위터를 사용하는 특정 유저의 아이디까지 거론하면서 "익명이 판친다"며 그들이 언급하는 내용의 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실재하는 SNS의 문제점은 해당 기사가 지적한 것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지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 인터넷 공간에서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글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아이들이 아직 가라앉은 배 안에 살아 있으며 구조를 기다린다는 내용의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글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이는 경찰 수사결과 거짓으로 밝혀졌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당사자가 처벌받는 결과로 이어진 바 있다.

'상·중·하' 3편으로 구성된 <SNS가 만드는 위험사회> 기사들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다루었다. 26일 1면 기사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유병언 전 세모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관성을 거론하는 유언비어가 퍼진 사례를 인용하며 이러한 소문이 거짓으로 밝혀진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이러한 기획보도에 3일간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단순히 인터넷을 떠도는 몇가지 소문만을 걱정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기사들이 지적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면에 숨은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SNS의 영향력과 사실검증 걱정하는 <조선일보>

특집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방치된 거대 미디어'라는 글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우리의 삶 깊숙히 파고들었음을 시사했다. 그 방법으로 관련된 각종 수치를 열거했는데, '카카오톡 국내 이용자 3700만 명, 메시지 전송 건수 하루 평균 60억 건, 페이스북 이용자 830만 명' 같은 식이다. 큼직한 숫자와 더불어 기사는 "우리 사회가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는 말을 인용하여 끝을 맺는다. 이런 자료들은 공포심을 기반으로 독자의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른 기사에서는 '이념 전쟁터 된 SNS'나 'SNS 싸움판에 기름 붓는 정치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좌우로 갈려 극단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사용자의 예와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집단을 비판한다. 얼마전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였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의 발언도 나와 있다.

또한 선거 전후로 각 후보 캠프에서 정치인의 평판관리를 위해 전문업체에 SNS 계정관리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한다. 게다가 '오늘의 유머'나 '일간베스트' 같은 특정 사이트 게시판의 성향도 정치인이 고용한 전문가들이 쓴 결과물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최근 SNS에서 사용자들의 정치성향이 전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것에 정치계가 편승하려 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26일 3면 기사에서는 10만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 유저의 아이디를 직접 거론하면서, 이들의 익명성이 문제라는 논조를 담았다. "사용자의 실체가 불분명 하다보니 허위 사실을 담은 글들이 실시간 리트윗돼도 책임 소재를 찾기 쉽지 않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접하는 각종 정보들이 대부분 사실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고, 때문에 SNS로 유포되는 많은 글로 인해 자칫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힐까 걱정된다는 의견도 드러난다.

28일자 기사에서는 '감옥이 돼버린 SNS'라는 제목으로 소셜 네트워크 중독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메신저 등 소셜 네트워크의 적절한 사용은 '인정욕구'를 채워주지만, 과도하게 몰입하면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의 특성상 한번 관계를 맺으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기에 온라인에서 맺어진 사이라고 할지라도 일상의 '감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요약하자면 SNS의 글에 대해서는 사실여부 문제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온라인 공간이 여론 왜곡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기사들은 이런 현상과 이념 갈등이 SNS의 주된 속성이라고 주장하며, 이에 염증을 느껴 지인의 계정을 안 보이도록 '차단'하거나 소셜 네트워크 사용량을 줄인 사례를 언급한다. 그리고 기획의 마지막 기사에서는 이를 토대로 "건전한 온라인 문화 위해 'SNS 다이어트' 해보세요"라며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줄일 것을 은근히 권하고 있다.

문창극 낙마 후 시작된 <조선일보>의 SNS 때리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 도중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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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늘어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상으로 자리잡았고, 그 비중이 확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보를 접하는 주요 매개체 중 하나로 그 의미가 순식간에 전환되었다. 문자서비스를 대신한 온라인 메신저가 새로운 인간관계의 도구가 된 것과 함께 개인의 의견을 공유하고 확대재생산하며 그야말로 세상을 접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의 특집기사는 언뜻 보기에 시대의 흐름에 맞게 꽤 적절한 비판을 풀어낸 듯 보인다. 기사 자체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보도인 셈이다. 하지만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한 시점을 보면 어딘가 뜬금없다는 느낌이 든다. 세월호 사고가 벌어져 관련된 이야기가 한창 화제였던 시기가 지나고, 대통령이 직접 '국가개조'를 내세우며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분위기에서 왜 <조선일보>는 굳이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유언비어를 비판해야 했을까?

세월호 관련 허위사실 유포가 인용된 뒤, 기사의 마지막에 따라붙은 사례가 무엇인지를 확인해보자. '역사관 논란으로 사퇴한 문창극 후보자의 사례'가 직접적으로 언급된다. 기사에 첨부된 그래픽에서도 '문창극 총리 후보 역사관 논란 KBS 보도 전후 문 후보 관련 트위터 및 게시글 수 변화 6498건(6월 11일) → 2만5082건(6월12일)'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는 문 총리후보의 낙마에 SNS의 여론형성이 큰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로도 보인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온 시점이다. <SNS가 만드는 위험사회>기사가 나온 첫날인 26일은 부적격 논란으로 SNS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문 총리후보가 사퇴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조선일보>의 갑작스러운 '소셜 미디어 때리기'가 총리후보 사퇴와 나란히 겹치며 이어진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또한 시기상 의도가 의심되는 점은 그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2010년 이후로 접어들면서 종이신문의 판매부수가 줄어들고 인쇄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또한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다.

'팟캐스트 방송'과 인기 SNS의 등장으로 기존 매체의 입지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트위터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부정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이를테면 온라인 매체를 상대로 '제로섬 게임'을 하는 듯한 태도로 보인다.

말하자면 온라인 뉴미디어로의 독자층 이탈을 방지하면서,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으려는 시도라는 뜻이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SNS 사용을 줄일 것'을 권장하는 종이신문의 기사, 여기에서는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언론으로서 기존의 위치를 잃지 않으려는 <조선일보>의 절박한 심정이 엿보인다. 또한 이는 특정언론의 의도와는 별개로, 시대에 따라 주요미디어의 수요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사회를 돌이켜볼 때, 한번쯤 곰곰히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기도 하다.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보였던 상반된 의견

<조선일보>가 특집기사에서 시리즈로 엮은 SNS의 문제점과 비판 논조는, 지난 대선에서 여론개입을 시도했던 혐의로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의견과는 상반된다. 지난해 10월 23일 지면에 실린 '양상훈 칼럼'을 살펴보면, "인터넷은 원래 그런 공간"이라며 온라인 댓글이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적었다. 가장 압권인 부분은 세번째 단락이다.

"국정원 직원 몇 명, 몇 십 명이 달았다는 댓글이나 트위터 글은 다 합쳐도 인터넷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 몇 개에 불과한 것이다. 그 물방울 몇 개가 사회 전체를 쓸고 가는 강물을 만들어낼 수도 없고, 실제 만든 것도 없다. 몇 명, 몇 십 명이 골방에서 또닥거린 댓글 따위로 인구 5000만 명 나라의 대선 결과가 달라졌다면 세계 역사에 남을 기적일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대북(對北) 관련만이 아니라 선거와 관련된 글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 사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위법이기는 하겠지만, 그 규모와 선거에 미친 영향 면에서 이렇게 시끄러울 정도로 중대한 위법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 <조선일보> 2013년 10월 23일, '양상훈 칼럼' 중에서

인터넷에서 심리전을 목적으로 수십만 건의 댓글을 달았던 국정원 요원들의 행위가 사회를 움직일 만한 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국정원이 국민의 세금을 들여 거액의 예산을 집행하고 수많은 댓글을 작성했던 것인지 의문이다. 양상훈 논설위원이 쓴 칼럼의 논리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이 업무(대북 심리전 활동)의 일부분이라 주장했던 게시판 댓글 작성은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불과 8개월이 지나서 보도한 특집기사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셈이다. 고도로 훈련받은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이 '인터넷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 몇 개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와 여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어느 트위터 유저가 쓴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일이 아닐까? 그 유저의 팔로워가 10만 명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니면 <조선일보>는 그들의 표현처럼, 언론도 아닌 어느 개인이 그의 글을 읽는 구독자를 10만 명이나 '거느린' 것이 몹시 불편했던 것일까?

SNS에 대한 다른 잣대를 국정원 사건에 들이대는 것은 2013년 3월에 <조선일보> 종합1면에 게재된 '김창균 칼럼'도 마찬가지다. '대선여론 조작 목적이면 330위 사이트 골랐겠나'라는 제목과 함께 "'오늘의 유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시글은 조회수가 1만 회 남짓이다"라며 이런 정도의 글들로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바꿀 여론 조작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이 시점에서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고작 1천 번 내외로 리트윗된 트위터 글이 총리후보가 사퇴하게 만들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거대언론사 <조선일보>가 우려할 만큼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느냐고 말이다.

책임 안 지는 언론에 휘둘리는 나라, 이제는 그만

2012년 7월 19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해운대의 성난 파도... 오늘 태풍 '카눈' 수도권 관통' 사진 기사. 해당 사진은 3년 전에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7월 19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해운대의 성난 파도... 오늘 태풍 '카눈' 수도권 관통' 사진 기사. 해당 사진은 3년 전에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 조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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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조선일보>는 수차례 오보를 낸 적이 있다. 2012년 여름 태풍 '카눈'의 영향이라며 1면에 실었던 해운대 앞바다 사진은 사실 3년 전인 2009년에 촬영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같은 해에 나주 성폭행범의 사진이라며 1면에 게재된 남성의 사진은 용의자가 아니라 개그맨 지망생인 다른 사람인 것으로 드러나며 거센 항의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두 사건 모두 이후에 <조선일보>가 '바로잡습니다'라고 정정된 내용을 내보냈지만, 잘못된 기사가 1면에 큰 지면으로 보도된 것과 달리 정정기사는 뒷면에 작게 실린 것으로 처리되었다.

다시 한번 세월호 참사 때로 되돌아 가보면,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이유도 정부와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했기 때문이었다. 사고 당일 오전의 '전원구조' 오보 이후에,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이나 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기사 위주로 보도하며 오보를 연이어 양산했던 언론이 스스로 국민의 믿음을 내버렸던 것이다.

2008년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로 MB정권은 "배후를 밝히라"며 촛불을 든 국민의 뒤를 의심한 바 있다. 2014년 <조선일보>는 총리후보 사퇴 이후 "책임지지 않는 SNS가 위험사회를 만든다"고 주장하며 국민의 판단력을 의심하고 있다. 또한 기사에서 트위터 사용자의 익명성을 지적한 것도,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으로 판결난 오늘날에는 적절한 논점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볼 때 특집기사 <SNS가 만드는 위험사회> 시리즈에서 보인 <조선일보>의 모습은, 자극적인 기사로 주목을 끌어보려는 욕심에 여러 차례 오보를 내고 말았던 언론이 드러낼 자세로는 그다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여론을 두고 국민을 탓하기보다 언론으로서 성찰과 반성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필요에 따라 SNS와 여론의 무게를 축소 혹은 확대해석하며 다른 잣대로 해석하는 것은 언론이 해야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다. SNS가 '사회적 약자에겐 제 목소리 내는 마이크'라던 27일자 기사를 지면에 실었던 <조선일보>가 스스로 되새길 필요가 있다. SNS뿐만 아니라 언론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낼 의무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소리다.

언론이 앞장서서 공신력 있는 기사를 독자에게 전달하며 실수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은 고작 SNS에 흔들리는 나라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국정원이든 언론이든 진정 필요한 것은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움직이려는 태도가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실수를 인정하며 발전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SNS 다이어트'가 아니라 특정기관에 대한 '신뢰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임 안 지는 언론에 휘둘리는 나라, 권력이 만드는 위험사회는 이제 그만 보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태그:#조선일보, #SNS, #여론 영향력, #국정원 여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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