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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
 정의화 국회의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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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국회회담은 앞을 열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으로 가야 한다. 그것을 위해 내가 도와드리고 싶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23일 국회 본청 의장실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는 인체로 보자면 '반신불수' 상태"라며 "통일해서 득을 못 보더라도 그 길을 가야 민족이 번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 의장은 이를 위한 '통일 행보'를 밟고 있다. 여야의 추천을 받아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회의장 직속 '남북 화해·협력 자문위'를 구성했고, 남북국회회담을 임기 중에 추진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앞서 남북국회회담은 지난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총 10차례 예비접촉에도 회담 의제 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불발된 바 있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도 남북국회회담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장으로서) 처음 만났을 때, 대통령께서 남북국회회담 덕담을 먼저 하셨고 회담에 관해 여러 가지 설명을 드렸을 때도 긍정적으로 받으셨다"라며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데는 정부보다 국회가 먼저 나서는 게 도움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에 취한 정부의 5·24 조치에는 "명분 없이 해제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정 의장은 "5·24 조치에 얽매이면 한 발짝도 못 나간다"라며 "5·24 조치를 두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하면 (경색된 남북관계도) 서서히 무너질 것"이라고 사실상 조건부 해제론을 제기했다. 또 "정부가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으니 국회가 나서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정 의장은 박 대통령 임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 때부터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늘 주장한 사람"이라며 "국회회담은 물을 갈라놓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국회회담 추진은 그(남북관계 진전)를 위한 방편"이라며 "실질적인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으로 가야 한다, 그를 위해 내가 도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의화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반신불수'인 한반도부터 치유해야... 남북 국회회담 준비 중"

"(통일은) 계산할 일이 아니다. 통일해서 득을 못 보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통일은) 계산할 일이 아니다. 통일해서 득을 못 보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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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국회의장들에 비해 남북관계에 특히 관심이 큰 것 같다. 특별한 배경이 있나.
"특별한 배경이 아니라 정치를 하게 된 소명이라 본다. 우리 남북을 하나 되게 하라는, 적어도 그에 근접하는 일을 하라는 소명이다. 내가 의사(출신)이라서 이렇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한반도는 인체로 보자면 반신불수 상태다. 단일민족으로 같은 문화, 같은 언어권인데도 분단돼 있는 건 우리뿐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통일은) 계산할 일이 아니다. 통일해서 득을 못 보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 그 길을 기반으로 민족이 번성할 수 있다."

- 장인·장모가 평안도 사람이라 그런가.
"그것도 관계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아내와는) 그냥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다. 장인의 고향은 연애할 때 알았는데 결혼 뒤에 알고 보니 장모 고향도 평양이더라(웃음). 그래서 소명이라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 내가 마치 남북통일을 위해 큰일을 해야 할 사명을 타고 태어난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건 좋은 착각 아니겠나(웃음)."

- 남북국회회담 추진을 공약했는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상황을 좀 설명해 달라. 
"일단 의견을 수렴 중이다. 국회의원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는데 약 83% 정도가 답해왔다. 25일에는 국회 사랑재에서 3선 이상 의원들을 모시고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수렴한 의견을 갖고 통일부 등과 협의하고 정부에 뜻을 전달하려 한다.

필요하면 대통령과 직접 얘기할 수도 있고. 그렇게 협의가 마무리되면 북측에 공식적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고심하고 있는 건 내달 17일 제헌절 때 국회의장 메시지에 이를 포함하느냐다. 대통령께서도 8·15 광복절 때 구상을 밝히실 수 있으니깐 그 뒤에 (의장이) 하는 게 맞을지, '타이밍'(시기)을 고민하고 있다."

- 남북국회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담팀을 만든 것으로 안다.
"남북국회회담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해서다. 그래서 (국회의장 산하) '남북 화해·협력자문위원회'를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국회에서도 남북 관련 특위(국회 통일특위)를 만들지 않나. 거기와도 논의를 주고받고 해서 국회의원·국회의장·의장 자문위원·실무팀 모두 지금부터 가동시켜야 한다. 앞으로 (회담의) 의제 등을 준비해서 정부와 협의되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때 가서 준비하기 시작하면 늦지 않겠나." 

- 남북화해·협력자문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건가.
"우선 남북국회회담 준비부터 통일을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 내에도 통일 관련 의원모임이 많다. 이들과 공동주최해서 세미나나 공청회를 열 수도 있다. 통일을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준비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해서 마지막에 서로 조율한다면 완벽한 작품이 나오지 않겠나."

"남북관계 해소 위해 국회가 먼저 나서야... 박 대통령도 긍정적"

- 방북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사전에 협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대통령께서 남북국회회담 덕담을 먼저 하셨다. 회담에 관해 여러 가지 설명을 드렸을 때도 긍정적으로 받으셨다. 제가 대통령께 '정부와 서로 잘 조율해서, 2인3각 하듯이 균형을 맞춰서 할 테니 염려마시라'고 했다. 대통령께서는 '그렇게 해주십시오'라고 하셨다. 정부와 잘 협의해서 진행해달라는 뜻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김관진 안보실장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국회와 해야 할 일 많다'고 했다. 여야 합의로 추진하는 남북국회회담 등을 뒷받침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나. 
"대통령께서도 독일 드레스덴 구상을 밝히시지 않았나. 그만큼 남북통일에 크게 기여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으실 것이라 판단된다. 또 현재 남북관계가 굉장히 경색돼 있지 않나. 물론 (남북 간의) 중요한 일은 정부가 아무래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풀어내는 데는 정부보다 국회가 먼저 나서는 게 도움되리라 생각한다.

남북국회회담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헌법 제정처럼 (남북한이) 하나 됐을 때 필요한 여러 가지를 의회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맨 먼저 하고자 하는 것은 서로 교류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북한에 나무심기를 한다든가, 의료지원을 한다든가. 또 북측의 좋은 것들이 있다면 받아들여서 우리도 활용하고, 그렇게 서로 협력하고 도와주는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 야당은 쉽게 찬성할 것 같은데 여당의 반응은 어떠한가.
"여당도 다르지 않다. (설문지 관련) 중간보고 결과를 보니깐, 우리 의원들 생각이 여야 거의 비슷하다. 자료를 정리 중인데 곧 결과를 발표하겠다. 내가 기억하기론 70~80% 정도 찬성하는 것으로 나온다."

"5.24 조치 '명분' 없이 해제 못하지만, 일단 남북 만나야"

"5·24 조치를 두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경색된 남북관계도)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5·24 조치를 두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경색된 남북관계도)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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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남북관계 경색을 언급했는데 우리 정부가 5·24조치를 실행한 지 4년이 지났다. 이것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나.
"5·24 조치 효과 유무를 따지기 전에 북한은 천안함을 때리고 연평도를 폭격했다. 만약 우리가 그랬다면 전쟁이 날 일이었다. 북한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 그러면 5·24 조치가 풀린다. 우리로서는 전쟁을 할 수 없으니 5·24 조치로 그 의지를 표명한 것 아닌가.

다만 그로부터 4년 정도 세월이 흘렀다. 5·24 조치에 얽매이면 한 발짝도 못 나가지 않나 싶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을 밝힌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드레스덴 구상을 보면 5·24 조치에서 살짝 '오버'한 것도 있다. 나는 그를 '운용의 묘'라 생각한다. 남북국회회담을 하더라도, 북측이 '미안하다' 정도는 밝혀야 하지 않겠나."

- 여당 일각에서도 '해제' 요구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5·24조치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그냥 해제 못한다.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5·24 조치를 두고도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경색된 남북관계도)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대화하고 소통하다보면, 북측 역시 우리가 원하는 수위의 사과는 아니더라도 뭔가를 내놓을 것이라 생각한다."

- 북쪽의 전향적인 조치 있어야 가능하다?
"전향적인 조치가 있어야 회담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자주 만나면 오해도 풀리고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툴툴 털고 할 수 있지 않나. 5·24 조치를 일단 두고 만나자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여러 제약을 받고 있으니 국회가 나서자는 것이다."

- 최근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통일부 간부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통일부는 남측 인사들의 방북을 최대한 억제해왔는데, 류 장관의 반응이 어땠나?
"대통령은 전향적으로 생각하지만 관료들은 우려를 표명한다. 나는 그렇게 가면 이명박 정부와 같이 전혀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북한 동포에 대한 애정. 우리 국회는 북한 동포만 보면 된다. 그러나 정부는 김정은 등 북한의 정권도 생각해야 하니 그런 측면에서 (생각의) 차이가 있다."

- 북한이 남북국회회담에 거부감은 없을까?
"있을 것이다. 나야 순수한 마음으로 제안했지만 저쪽에서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국회부의장일 때도 남북 국회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이에 남북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를 다시 제안했다. (회담 대상이) 국회로 한정돼 있지 않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내가 북한으로 가겠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모든 문제 풀어야"

- 남북 국회회담 장소는 어디를 고려하고 있나?

"옛날에는 예비회담 하다가 말았다. 이번에는 먼저 만나자. 민족의 문제인데 너무 따지지 말고 여유롭게 하자, 술도 한잔하고 밥도 먹고 자주 만나야 정도 생기고 이해가 생기지 않나. 그런 얘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북한으로) 가야지."

- 언제쯤 방북하려고 생각하나?
"다음 달에 간다는 언론보도도 있던데. 나는 남북국회회담을 늦어도 7월 초에 제의하겠다고 했다(웃음). 정부와 절차를 밟아 북측에 제의하면 북측에서도 우리 제안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신만 주고 받을 수도 있고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북) 날짜가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저쪽도 충분히 검토해서 답하리라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 '정의화'가 제안했다. 나는 평양을 두 번 다녀왔다. 저쪽은 내 명함도 갖고 있을 것이다."

- 박근혜 정부 임기 중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생각인가?
"내가 외교통상통일위원일 때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늘 주장한 사람이다. 남북 국회회담도 모세가 홍해를 넘을 때와 같이 물을 갈라놓는 역할만 할 뿐이다. 결국 양국 정상회담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 문을 여는 역할을 당장 정부가 하기 어려우니 국회가 같이 하자는 뜻이다."

- 박 대통령은 연초에 '통일대박론'을 내놨다. 그런데 지난해 3월 28일 드레스덴 연설 이후 후속조치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일이 있었다. 국민 모두의 마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그 때문에 많이 묻혀있다. 이제 대통령께서도 제헌절과 광복절 등에서 말씀이 계실 것이다. 그러면 (통일대박론도) 다시 수면 위로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해야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까? 의장으로서 조언한다면.
"전문가 아니라서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내가 남북 국회회담을 추진하는 게 그를 위한 방편이라 생각한다. 남북 국회회담은 앞을 열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야 한다. 그를 위해 내가 도와드리고 싶다."


태그:#정의화, #박근혜, #남북 국회회담, #남북 정상회담, #5.24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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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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