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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한 송이로 시작했지만, 이내 푸른 연잎으로 가득한 연밭에 연꽃이 등을 밝히듯 피어날 것이다.
▲ 연꽃 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한 송이로 시작했지만, 이내 푸른 연잎으로 가득한 연밭에 연꽃이 등을 밝히듯 피어날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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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밭이 온통 넓적한 연잎으로 빽빽하다.
아직 연꽃은 몇몇 줄기만 꽃몽우리를 올렸고, 이제 막 선구자 처럼 한 송이 피어났다.
한 송이 뒤에 또 한 송이, 그리고 또 한 송이 피어나면서 환하게 연등이 밝혀지듯 연밭도 화사하게 피어날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단순히 기대로 끝나지 않고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보지 않아도 보는 것, 그것이 '믿음'이며, 자연은 이 믿음을 단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다.

잠자리의 빛깔이 영락없이 된장빛깔을 닮았다. 고추잠자리와는 달리 경계심이 많은지 사람이 가까이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 된장잠자리 잠자리의 빛깔이 영락없이 된장빛깔을 닮았다. 고추잠자리와는 달리 경계심이 많은지 사람이 가까이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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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연밭을 거닐다 된장잠자리를 만났다.
경계심이 많은 놈이다. 고추잠자리만 해도 한창 날 때면, 사람 손가락에 앉기도 하는데 된장잠자리는 인기척만 느껴져도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그렇게 경계를 하고 또 경계를 하니 자신을 지켰겠구나 싶다. 사람이 손길이 닿은 곳마다 개발되고, 그 개발의 광풍에서 얼마나 많은 자연이 사라졌는가?

그나마 자연의 원형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있어 몇몇 곳은 자연의 본래 모습을 회복해 가기도 하지만, 본래 자연그대로, 자연들끼리 어우러져서 만들어가는 자연만은 못할 것이다.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둑방길, 천천히 오랫동안 걷고 싶은 길이다.
▲ 개망초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둑방길, 천천히 오랫동안 걷고 싶은 길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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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개망초길이 어울리고, 개망초가 지나간 자리는 코스모스가 어울린다.
이런 길을 만나면 마냥 걷고 싶어진다. 걷다가 개망초 사이를 날아다니는 곤충들과 눈맞춤을 하고, 그 꽃이 그 꽃임에도 내 눈에 차는 꽃을 찾곤 한다.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이번 주 초에 강원도 폐가의 마당에서 보았던 기억때문인지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 그렇다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쓸쓸한 꽃, 사람의 손길을 타면 저 멀리 도망쳐 버리는 꽃, 약간의 아이러니함이 존재하는 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다. 어릴적 개구리에게 못된 짓을 많이 했었다. 이맘때면 친구들과 소금과 성냥을 가지고 개구리 사냥을 가기도 했다.
▲ 참개구리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다. 어릴적 개구리에게 못된 짓을 많이 했었다. 이맘때면 친구들과 소금과 성냥을 가지고 개구리 사냥을 가기도 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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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 앞서 참개구리 한마리가 도로를 횡단한다.
다행히 차가 지나가는 도로가 아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오줌을 '찍!' 갈기며 풀섶으로 얼른 도망친다. 저 모습을 언제 보았던가?

어릴 적 보고 보지 못했으며, 참 개구리를 만져본지는 이미 40년도 넘은 듯하다. 대학시절 자취할 때, 친구 생일을 맞아 뭔가를 해줘야 겠는데 수중에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자취방 근처의 웅덩이에서 우렁이와 가재를 잡아 우렁이와 가재를 넣은 된장찌게를 끓이고, 논에서 벼메뚜기를 잡아 튀김옷을 입혀 튀기고, 참개구리 뒷다리를 튀겨 생일 상에 내어 놓았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오리와 백로가 논에서 먹이를 구하고 있다. 둘이 제법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 오리와 백로 오리와 백로가 논에서 먹이를 구하고 있다. 둘이 제법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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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가 먹이사냥에 성공했다. 어미 오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새끼오리들도 제법 많다.
▲ 백로 백로가 먹이사냥에 성공했다. 어미 오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새끼오리들도 제법 많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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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와 오리가 사이좋게 근처에서 먹이를 구하고 있다.
어미 오리 한 마린가 싶었는데 꽤나 많은 새끼들을 거느리고 있고, 백로는 보란듯이 먹잇감을 잡아 배를 채우고 있다.

이런 관계, 이것이 단순히 '약육강식'이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을까?

자연에서의 약육강식이란, 강자가 모든 것을 싹쓸이하는 형태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세상에서만 그럴 뿐이다. 그런 점에서 자연은 약육강식이라기 보다는 '더불어 삶'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먹이가 되어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는 삶이다. 잔인해 보여도, 그들에게는 서로를 지켜주는 질서 같은 것들이 있다.

산책 중인 아들과 엄마, 아빠와 딸은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우리네 산책길이 이국적일 터이다.
▲ 산책 산책 중인 아들과 엄마, 아빠와 딸은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외국인들은 우리네 산책길이 이국적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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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안데스'관련 토속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공연이 열렸다. 전통적인 원주민 복장이 화려하다.
▲ 거리공연 '잉카 안데스'관련 토속공예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공연이 열렸다. 전통적인 원주민 복장이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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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길에 근처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를 방문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외국인이나 지역 축제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같은 외국인이다. 그런데 우리는 백인에 대해서는 더 관대하다. 우리도 백인이 아니면서. 오히려 우리와 같은 유색인종은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뿌리가 어디서 온 것일까?
세계사를 더듬어 올라가 본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역사, 강력한 힘으로 원주민들을 말살시키듯 점령했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가 되었다. 어차피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강자의 역사이므로, 우리는 그렇게 백인의 역사를 배운 것이다.

잉카마야 문명, 스페인은 그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그렇게 잉카마야문명은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진 것이다. 인간의 '약육강식'이라는 것은 이런 식이다. 그러나, 그래서 모두 끝났는가? 그렇지 않다.

'잉카'와 관련된 음악 중에서 '엘 콘드로 파사'를 연주하고 있다. 제국의 역사, 원주민들의 역사를 떠올리며 강자들의 횡포와 약자들의 설움에 대해 생각했다. 노랫말 처럼,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길 원했지만, 제국주의 스페인은 원주민들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 거리공연 '잉카'와 관련된 음악 중에서 '엘 콘드로 파사'를 연주하고 있다. 제국의 역사, 원주민들의 역사를 떠올리며 강자들의 횡포와 약자들의 설움에 대해 생각했다. 노랫말 처럼,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길 원했지만, 제국주의 스페인은 원주민들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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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비록 그들보다 번영을 누리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자존심을 지켜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철새는 날아가고'로 번역 된 '엘 콘드로 파사'의 선율을 들으면서 비록 현실은 그렇지 못해도, 그들은 늘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달팽이 보다는 어디든 날아가는 참새가 될거야, 한 곳에 박혀 있는 못이 되기 보다는 망치가 될거야, 백조처럼 끝없이 날아가고, 길보다는 숲이 되어...자연이 되고 자유가 되고 싶어...'

스페인의 침략과 식민통치로 마추픽추를 내주고 서럽게 고향을 떠나야했던 잉카의 후예 페루인들의 통한이 담겨있는 노래를 들으며, 인간의 약육강식의 방식과 자연의 약육강식의 방식은 완전히 다르구나 새삼 생각했다.

잉카 안데스의 토속품, 화려한 색깔에 주술적인 느낌들이 새겨진 듯 선명하다.
▲ 잉카 안데스 잉카 안데스의 토속품, 화려한 색깔에 주술적인 느낌들이 새겨진 듯 선명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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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콘드로 파사'를 들으면서 나는 우리 민족의 '아리랑' 떠올렸다.
고노담화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기도 하고, 대한민국의 총리로 지명된 이의 '위안부 관련 발언' 등이 겹쳐지면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강대국 미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가 걸리는 약소국가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로 아차 하다가는 저 밑바닥까지 추락해서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약육강식은 모두를 불행하게 할 수 밖에 없다. 이 시대에 우리는 자연으로 부터 더불어 삶의 방식에 근거한 '약육강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태그:#연꽃, #된장잠자리, #참개구리, #백로, #잉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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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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