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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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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팽창하는 국가행정관료기구를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최 교수는 17일 오후 동아시아미래재단(이사장 손태호)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두 달,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화 이후 국가행정관료기구가 엄청나게 팽창됐지만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라며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시민이 통제하는 체제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행정관료기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나 철도 민영화 등이 일어났다'고 진단하면서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시민들이 통제하는 체제"

이날 토론자로 나선 최 교수는 국가행정관료기구 팽창의 배경으로 '민주화 효과로 인한 사회적 요구 증가와 전문가그룹의 필요성' 등을 언급한 뒤, "그렇게 팽창하는 동안 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라며 "알아야 통제하는데 아는 게 없어서 그 격차가 아주 크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란 모든 것을 시민이 통제하는 체제다"라며 "시민이 알아야 견제하고 공적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그것이 평소에 아주 허술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세월호 사건도 이런 문제와 관련돼 있다"라며 "(해양수산부나 해경 등이) 사건을 해결할 책임기관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무책임했다"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라며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는 '책임의 결손'인데 이것을 어떻게 채울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특별히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등장한 민간수색구조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와 선박검사 등을 맡고 있는 '한국선급'을 거론했다. 이것이 "민영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라 국가행정관료기구가 확장되고 운영"되어온 증거라는 얘기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공적 업무영역과 사적 업무영역의 구분히 확실하고 경계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언딘이나 한국선급 등처럼) 점점 공적 업무영역을 민간으로 넘기면서 그 구분이 희미해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과거에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책임의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며 "공적 업무영역이 민간업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지대(사적 이익)를 추구하는 행위에 몰두함으로써 문제를 일으킨다"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지대추구의 중요한 특징은 모든 행위자들의 도덕성이나 책임의식이 굉장히 희미해진다는 점이다"라며 "그런 과정에서 책임의 윤리, 도덕성이 파탄에 이르렀다"라고 진단했다. "우리 사회에서 도덕성이나 책임의 윤리가 전체적으로 약화됐다"는 것이다.

"자율적 결사체가 강화되는 것이 중요"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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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것이 간단치 않다"라고 토로한 뒤, "정부가 세월호 사건에 국가개조론으로 대응하는데 의심스럽다"라며 "세월호 사건은 간단한 사건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고도성장, 성장일변도의 모순이 누적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관피아를 척결한다며 낙하산 인사를 금지한다는데 행정관료가 아닌 사람들을 어떻게 충원해야 하는지 고민이다"라며 "행정관료여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행정관료기구의 내적 운영원리가 신자유주의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청렴한 사람이라도 신자유주의 원리를 따르면 부패하게 된다"라며 "(행정관료기구가) 윤리적 문제를 갖도록 문제를 개선하고 보완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견제세력을 만드는 과제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라며 "자율적 결사체가 강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세월호 선장의 월급이 170만 원이고 비정규직인데 도덕의식(이나 책임의식)이 쉽게 나올 수 있겠는가?"라며 승무원조합 등이 있어야 인권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할 수 있고,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관료와 민간의 연결고리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적 결사체가 많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다"라며 "계층과 부문에서 이런 자율적 결사체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정당과 연결돼 정당의 하부기관을 구성한다면 정당이 강화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러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전혀 없다"라며 "이것이 중요한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태그:#최장집, #동아시아미래재단, #세월호 침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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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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