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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검찰이 국가보안법(찬양고무) 위반 혐으로 불구속 기소한 공무원 A씨의 블로그 화면.
 경찰과 검찰이 국가보안법(찬양고무) 위반 혐으로 불구속 기소한 공무원 A씨의 블로그 화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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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단순한 취미활동을, 국가가 황당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만들어 음흉하게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하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저는 이 세상에 아무리 성실한 국민이라 하더라도 정의롭지 못한 정권에 재수 없이 엮이면 가정과 개인의 삶이 파멸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저는 우리 겨레와 민족을 사랑하고 양심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국민이며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성실한 공직자입니다."

자신의 블로그에 신문 기사 등을 옮겨 실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찬양고무)로 기소됐던 충남의 한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A(55)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이렇게 항변했다.

A씨는 지난 2010년 11월, 네이버에 만들어진 국제정세 분석 카페에 가입, '두개의 전쟁전략'이라는 글을 읽고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를 게시했다. 또한 A씨는 '자주민보' 홈페이지에서 정세분석 관련한 수십여 건의 글도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 실었다.

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은 A씨가 북한을 고무 찬양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하고,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운영 중인 블로그에 게시된 글은 대부분 다른 곳의 글을 옮겨 실은 것이고, 직접 작성한 글 중에서는 북한을 미화 찬양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어, 이를 근거로 A씨의 사상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관련기사 : "블로그에 '펌글' 게재했다고 보안법 위반?">

검찰의 항소로 A씨는 17일 오후 대전고등법원 318호 법정에 다시 서야했다. A씨는 1심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지만, 경찰의 압수수색과 근무지의 좌천성 인사,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하는 A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쏟아냈다.

A씨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저는 투철한 국가관을 가지고 국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34년 동안 성실하게 일해 온 말단 공직자"라면서 "저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평범한 국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가정과 근무지인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일부 언론은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저에게 '빨간색'을 칠해 마치 소설을 쓰듯 보도했다"며 "심지어 저의 한 상사는 저에게 '북이 좋으면 북에 가서 살라'고 비아냥댔고, 또 다른 상사는 '접선한 사람이 있느냐, 공작금은 받았느냐'고 묻는 등 저를 '빨갱이'로 단정 지어 '왕따'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 사건으로 인해 부부간의 신의가 흔들리고 부부싸움을 자주하게 되어 저의 삶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정말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세상이 정말 원망스럽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공안당국이 사전에 기획한 수사의 희생물일 뿐이다, 저는 그저 취미생활을 한 것 뿐"이라며 "저는 결코 북한정권을 찬양하거나 북의 이념에 동조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공안당국의 정의롭지 못한 올무로 인해 저는 엄청난 고통을 당해왔다, 그러나 세상에는 분명히 정의가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제가 이 어려움을 당당하게 극복하고 명예롭게 공직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항소심 공판은 첫 재판인 동시에 선고를 앞둔 마지막 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 측이 항소이유를 설명하고 변호인이 변론을 한 뒤 A씨가 최후진술을 하면서 재판은 종결됐다. 선고공판은 오는 7월 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태그:#국가보안법, #국보법위반, #공안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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