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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가 최근 문제가 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과 관련해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가 최근 문제가 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과 관련해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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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일본 총리)보다 더 미운놈이 요 총리 후보여. 때린 서방보다 말긴 시누이가 밉대끼. 인자 우리는 어따 대고 하소연을 해야 쓰겄소."

양금덕(84) 할머니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을 향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던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할머니는 '근로 정신대' 피해자다. 70년 전인 1944년 5월 나주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던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중학교에도 갈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고향을 떠났다. 열넷의 나이에 간 일본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건 학교 대신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였다.

임금 한 푼 못 받고,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당시의 강제노역으로 지금도 할머니는 눈이 아프다. 비행기 페인트칠을 하느라 시너와 페인트에 눈을 장시간 노출한 탓이다. 밥 타는 냄새도 못 맡을 만큼 코도 안 좋다. 덩달아 지진을 만나기도 했다. 같이 간 동료 6명이 죽었다. 할머니도 정신을 잃고 3시간 만에 갈비뼈가 부러진 채 공장 한 켠에서 발견됐다.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제출을 앞둔 17일 오후 2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와 함께 광주 서구에 있는 다섯 평 남짓한 할머니의 자택을 찾았다.

'근로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가 말했다 "서울 올라가 뭐라도 합시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가 최근 문제가 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과 관련해 17일 자신의 집에서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가 최근 문제가 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친일 발언'과 관련해 17일 자신의 집에서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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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문 후보자의 발언에 분통을 터뜨리는 건 당연했다. "요샌 입맛이 싹 떨어져서 밥도 못 먹고 죽겄다"는 할머니는 문 후보자의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란 식의 발언을 두고 "세 살 먹은 애기도 그런 게 하나님의 뜻이라 하믄 웃어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할머니는 자신이 14년 8개월 동안 힘을 쏟아 얻어낸 승소 판결이 물거품으로 돌아갈까 걱정했다. 1999년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할머니는 그동안 수많은 소송과 기각 끝에 지난해 11월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미쓰비시중공업은 원고에게 배상하라'는 첫 승소 판결을 받았다(관련기사 :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손배소 14년 만에 승소).

"일본은 지금 얼마나 춤을 추고 있겄어. 여지껏 우리를 가시로 알고 배상 안 해줄라고 떼를 쓰고 있었는디. 인자 얼씨구나, 절씨구나 하겄제. 워매, 그 사람 되블믄 어찌까. 여지껏 한 것들 다 헛고생 되브렀구만."

할머니는 "내가 한국 사람이긴 한가 모르겄어"라며 한탄했다. 문 후보자의 칼럼 중 "보상요구는 떼를 쓰는 것"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이야기를 늘어놓던 할머니는 "(정부가) 나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각을 안하니까 이런 말을 듣고 사는 거 아니여"라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지금 억지를 쓰고, 떼를 쓰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요? 내가 1원 한 장, 사죄 한 마디 듣고 또 배상해달라 요구하믄 나쁜놈이제. 근디 어디 그랬단가. (문 후보자는) 아주 나쁜 사람이여."

할머니는 "청문회 할 필요도 없다"며 문 후보자의 총리 지명을 단호히 반대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한다는 할머니는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내 실수요'라고 말하고 (문 후보자를) 내 쳐브러야제"라고 말했다. 함께 찾은 이국언 대표를 향해선 "우리 서울 올라가서 (총리 임명 반대를 위해) 뭐라도 합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양 할머니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열 번 사과해도 용서 못해... 대통령 원망스럽다"

2009년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에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한 한국의 할머니들에게 1인당 99엔(약 1300원)씩을 후생연금 청구액으로 지급한 가운데 2009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근로정신대 출신 양금덕 할머니가 일본 사회보험청의 조치에 항의하며 오열하고 있다.
 2009년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에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한 한국의 할머니들에게 1인당 99엔(약 1300원)씩을 후생연금 청구액으로 지급한 가운데 2009년 12월 24일 오전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근로정신대 출신 양금덕 할머니가 일본 사회보험청의 조치에 항의하며 오열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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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샌 건강하신가.
"엊그제도 눈 수술했제. (근로정신대 끌려가서) 눈에 신나(시너) 들어가고, 페인트 들어가고…. 그래서 병을 얻고 산디, 아베란 놈은 말 한 마디도 좋게 안 하고, 얼마나 부아가 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좋은 소식 있을까 하고 매일 TV만 보고 있제. 근디 총리 후보자란 놈이 그런 소리를 하대?"

- 문 후보자는 2011년 교회 강연에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허, 참. 하나님이 그럴 리가 있는가. 하나님이 그런 나쁜 말을 하라고 했겄는가. 나도 교회 댕겨. 그런디 (하나님이) 그런 말을 해? 그런 말을 하라는 하나님이 무슨 놈의 하나님이겄어? 세 살 먹은 애기도 그런 게 하나님의 뜻이라 하믄 웃어블어. 명색이 국무총리 하겄다고 나온 양반이 남보다 더 배우면 배웠지 못 배우진 않았을 것인디. 백 번 양보해서 난데 없이(충동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본인이 뭐든 생각했은께 그런 말을 했겄제. 참말로 분통이 터져."

- 할머니는 14년 8개월 동안 일본 정부 및 미쓰비시와 소송을 벌여 지난해 11월 첫 배상 판결을 얻어냈다. 그런데 문 후보자는 칼럼을 통해 "보상 요구는 떼 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시켜서 그런 말을 했으까? 난데 없이 벼락을 맞은 기분이여. 예전엔 기자했던 양반이 행실을 그리 했어라? 참말로. 내가 지금 억지를 쓰고, 떼를 쓰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요? 내가 1원 한 장, 사죄 한 마디 듣고 또 배상해달라 요구하믄 나쁜놈이제. 근디 어디 그랬단가. (문 후보자는) 아주 나쁜 사람이여.

내가 한국 사람이긴 한가 모르겄어. (정부가) 나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생각을 안하니까 이런 말을 듣고 사는 거 아니여. 참 (문 후보자가) 내 앞에만 있으면 똥물을 찌끌거나, 물어 뜯어도 분이 안 풀리겄어."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는 나주초등학교에 다니던 1944년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중학교에도 갈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끌려갔다. 2008년 나주초등학교는 할머니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할머니가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중 명예 졸업장을 바라보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4) 할머니는 나주초등학교에 다니던 1944년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중학교에도 갈 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끌려갔다. 2008년 나주초등학교는 할머니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했다. 할머니가 1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중 명예 졸업장을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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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17일 문 후보자는 두 차례 사과를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열 번을 사과해도 용서 못해. (사과를 한 것이) 양심적으로 말한 소린가, 체면 살릴라 하는 소린가, 그게 의심이 들제. 워매, 그 사람 되블믄 어찌까. 여지껏 한 것들 다 헛고생 되브렀구만. 아베보다 더 미운놈이 요 총리 후보여. 때린 서방보다 말긴 시누이가 밉대끼. 인자 어따 대고 하소연을 해야 쓰겄소."

- 일본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한국이 좋은 총리를 뽑았다"고 하더라.
"일본은 얼마나 춤을 추고 있겄어. 여지껏 우리를 가시로 알고 배상 안 해줄라고 떼를 쓰고 있었는디. 인자 얼씨구나, 절씨구나 하겄제. 박근혜 대통령은 어찌 생각하고 있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가만히 있소? (동행한 이국언 대표를 향해) 우리 서울 올라가서 (총리 임명 반대를 위해) 뭐라도 합시다."

-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선출안,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문 후보자 청문회가 진행될 것이다.
"청문회 할 필요도 없어. 못 나오게 해야제. 누가 못허믄 나라도 가서 말려야제. 내 목숨 하나 죽어브러도 된께 내가 못나오게 해브렀으믄 쓰겄어. 청문회 허믄 몇 놈들이 엄한 소리 해블믄 어쩔 것이여. 청문회 하기 전에 짤라블 생각을 해야제."

- 만약 문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누구를 원망하겄소.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하제. 하루 빨리라도 '내 실수요' 말하고 그 사람을 내 쳐브러야제. 요샌 입맛이 싹 떨어져서 밥도 못 먹고 죽겄소. 근디 그 양반이 박근혜 대통령이랑 틀린 소리 했으믄 진작 짤랐겄제. 지금 안 그런께 밀어붙이고 있는 거 아니겄소?"

덧붙이는 글 | 본래 정신대는 '국가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의 전쟁 지원 단체에 붙어 사용됐다. 태평양 전쟁이 계속되면서 일본은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근로정신대'를 조직해 전쟁 수행을 위한 노역에 투입했다. 이때 여성으로 이루어진 '여자근로정신대'도 결성되었다. 근로정신대는 노동력의 동원이라는 점에서 성적 착취가 이루어진 위안부와는 다르다. 종전 후 위안부와 혼용하여 정신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태그:#문창극, #친일, #양금덕, #근로정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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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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