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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대로 잡은 생물들을 설명중에 있다.
▲ 말조개를 설명중인 이순재 사무국장 족대로 잡은 생물들을 설명중에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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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민물고기 이름을 주로 먹는 종류만 알고 있다."

이순재 민물고기보전협회 사무국장의 말이다. 지난 11일 월평공원 생태해설가 양성교육에서 강의를 맡은 이 사무국장은 물고기를 보전하기 위해 물고기를 알아야 한다며 먹는 것이 아닌 생태계로서 물고기를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월평공원 갑천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는 녹색환경지원센터와 함께 월평공원 생태해설가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벌써 여섯 번의 강의가 진행됐다. 이 사무국장은 물고기를 주제로 월평공원과 접해 있는 갑천 현장에서 일곱 번째 강의를 진행했다.

전국에 외래종을 포함 210종의 민물고기가 서식고 있고, 금강권역에는 100여 종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다. 갑천유역에는 약 6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민물고기가 있지만, 10종 이상의 물고기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물고기는 강을 중심으로 살아온 우리 민족과 매우 밀접하다고 이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이름을 보면 물고기와 삶이 가깝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미꾸리는 밑이 구리다는 의미로 미꾸리가 되었다고 한다. 장으로 호흡하는 미꾸리의 습성을 알지 못하면 지어질 수 없는 이름이다. 동자개는 잡으면 "빠가 빠가"라고 소리를 내 빠가사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가리라는 이름에는 하천의 지형 중 '소'(물이 고여있는 깊은 지역)에사는 가리(아가리)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소에서 육식을 하는 입큰물고기인 소가리의 습성이 정확히 드러난 것이다.

어릴 적 천렵을 통해 물고기를 잡아 도리뱅뱅이나 매운탕을 끓여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사람들과 친근했던 민물고기는 이제 점점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종어라는 물고기는 멸종됐다. 이 사무국장은 멸종은 물고기에게 더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민물고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족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채집하고 있다.
▲ 족대질을 하고 있는 교육생들 족대를 이용하여 물고기를 채집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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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유종 물고기 중 월평공원과 접한 갑천에는 매우 특별한 물고기가 살고 있다. 미호종개가 그 주인공이다. 청주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돼 미호종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현재 미호천에서는 그 존재가 확인되고 있지 않다. 미호종개는 월평공원 갑천 유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장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갑천에서도 유독 월평공원과 접한 4km 구간에만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일 수업 중 족대를 이용해 참가자들이 갑천의 물고기를 포획하는 과정에서 미호종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호종개는 맑은 물과 고운 모래가 필요하다. 미호종개는 하천에 자연서식처인 고운 모래가 사라지면서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이 사무국장은 "미호종개는 인공 증식에 성공은 했지만, 금강유역권에 자연적으로 방사해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백곡천에 일부가 서식하고 갑천과 지천에서 확인되고 있는 게 미호종개의 전부란다.

물고기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슬픈 일'

꼬리의 검은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 채집된 미호종개 두마리 꼬리의 검은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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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 채집된 미호종개의 모습 날렵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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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행히도 월평공원과 갑천유역에서 미호종개의 서식이 확인된 것이다. 서식하고 있다고 해서 미호종개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고운 모래가 있는 강에는 미호종개가 흔했다. 하지만 이제는 귀한 몸이 됐다. 거기에 모래에 몸 전체를 숨기는 미호종개의 습성 때문에 직접 잡지 않고서는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투망이 아닌 족대로 모래를 뒤져서 미호종개를 잡는 것 역시 전문가가 아니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교육시간에 미호종개가 포획된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다. 미호종개 두 마리가 포획됐는데, 참가자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물고기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미호종개는 물의 속도가 느리고 물의 깊이가 얕은 곳의 모랫바닥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천 유역 중에 유일하게 고운모래가 남아 있는 지역이 바로 월평공원과 접한 지역인 것이다.

약 15분여의 관찰과 설명을 마치고 미호종개를 다시 갑천의 모래사장으로 돌려보냈다. 귀한 미호종개는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되면서 더욱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생물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종의 보전과 다양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에 들어가 있는 미호종개가 갑천에서 영원히 서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갑천에 과거처럼 모래사장이 다시 넓게 생성돼 미호종개 서식처가 늘어 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갑천에 더 이상 인공적인 공사는 지양할 것을 대전시와 국토교통부에 호소한다.


태그:#미호종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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