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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천에 세월호 희샐자들에게 보내는 글을 쓴 기가 뱃전에 걸렸다
▲ 기 노란천에 세월호 희샐자들에게 보내는 글을 쓴 기가 뱃전에 걸렸다
ⓒ 승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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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팽목항에 가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위령굿을 하고 왔단다, 보내온 사진을 보니 배 위에서 넋을 건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뱃전에 노랑색 리본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팽목항까지 가서 위령굿인 영혼제를 올리고 왔다는 승경숙(60·여·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당굿 이수자)씨를 만나 보았다.

"지난 6월 3일이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참사를 당한 지 49일째 되는 날이었어요. 2일 날 진도를 가는데 비바람이 얼마나 몰아치는지, 수원에서 문하생들과 함께 8명이 물건을 가득 싣고 15인승 차로 가는데 차가 뒤집힐 것만 같았어요."

진도 앞바다까지 찾아가 위령굿을 하고 온 승경숙씨. 배 선실 안에서
▲ 승경숙 진도 앞바다까지 찾아가 위령굿을 하고 온 승경숙씨. 배 선실 안에서
ⓒ 승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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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서부터 험난했다고 한다. 그렇게 진도에 도착해서 하루를 묵고난 후, 3일 날 아침 일찍 팽목항으로 이동을 했단다. 정작 팽목항에서 배가 바다로 나갈 수가 없어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인근 항구에서 배를 타고 나갔다고 한다.

"어선 두 척을 이용해 30분 정도 나갔는데 비가 얼마나 쏟아지는지 눈을 뜰 수조차 없었어요. 거기다가 바람이 불고 파도가 너무 높아 다시 항구로 돌아와 가까운 곳에서 굿을 시작했죠. 배 두 척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만신 등 30명 정도가 배위에 오르고, 한 배에는 굿을 할 사람들이 탔죠."

대명원 김현정 원장이 주관한 영혼제

세월로 침몰 49일째인 지난 6월 3일을 전후 해 곳곳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가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49제를 주관한 김현정 원장
▲ 김현정 세월호 희생자들의 49제를 주관한 김현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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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혼굿은 서울 약수동에서 대명원을 운영하시는 김현정(69·여) 원장님이 주관을 했어요. 서울에서도 많은 신 제자들이 함께 참여를 했는데, 배 위에 올라 바다로 나가 막상 넋을 건지는 굿을 하려고보니, 눈물이 흘러 참을 수가 없었죠."

준비를 해간 음식만 해도 150인 분은 족히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거기다가 아이들 생각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통닭, 빵까지 준비를 했다는 것.

"왜 그렇게 많은 음식을 해갖고 갔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아이들이 그런 것들이 먹고 싶었나 봐요. 아침 10시에 바다로 나갔다가 항구로 돌아온 것이 오후 3시 30분 정도였나 봐요."

승경숙이 바다를 향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부르고 있다
▲ 넋부르기 승경숙이 바다를 향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부르고 있다
ⓒ 승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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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100일 위령굿 열 터

그렇게 팽목항으로 달려가 위령굿을 하고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고 하는 승경숙씨. 10일 오후 자신의 신당이 있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세지로 160 제석천궁이라는 신당에서 일일이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한다.

"8월 2일이 세월호 사고가 난지 1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그때 다시 팽목항으로 갈 수는 없지만, 수원에서라도 장소를 잡아 제가 위령굿을 해주려고 합니다. 이번에 배위에서 굿을 할 때도 기에 일일이 글씨를 써서 했는데, 그때도 노란천에 글씨를 써서 늘이고 굿을 하려고요."

아이들이 어른들의 부주의로 그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까워, 100일째 되는 날 자비를 들여 위령굿을 꼭 열어 주겠다고 하는 승격숙씨. 그때의 생각이 다시 나는 듯 눈시울을 붉힌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건져올리고 있다. 줄 끝에는 주발이 천에 묶여있다
▲ 넋건지기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건져올리고 있다. 줄 끝에는 주발이 천에 묶여있다
ⓒ 승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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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진도, #팽목항, #위령굿, #승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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