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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민주정의당 당직자로 정치권에 입문했던 이정현 의원은 민주자유당과 한나라당, 새누리당 후보로 세 차례나 광주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하지만 전남 순천.곡성 재보궐선거(2014년)와 20대 총선(2016년)에서 연달아 당선됐고, 8.9전당대회에서 호남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새누리당 당 대표에 선출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보도한 이 의원의 ‘정치도전사’를 되돌아봤다.

'여의도본색'은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取중眞담'으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기자 칼럼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말]
'박근혜의 입.'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 수석이 지난 2004년 총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치면 그는 '10년째 박근혜의 핵심 측근'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과 함께 '박근혜의 순장조'로도 꼽혔다. 최근에는 여권 내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던 터였다.

그랬던 이 수석이 1년 반 만에 청와대를 떠난다. 그의 사퇴와 함께 '서울 동작을 출마설'이 유력하게 나돈다. 재보선에 출마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순장조'였던 그가 청와대를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울'과 '광주' 출마 사이에서 고민했겠지만, 그의 과거 발언들을 헤아린다면 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그는 올해로 17년째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상도중앙교회의 집사로 활동하고 있다.   

세 차례의 '광주 도전' 모두 실패

지난 2012년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 (자료사진)
 지난 2012년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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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수석은 지난 2011년 10월 <호박국 대변인-진심이면 통합니다>이라는 자전에세이집을 펴냈다. 인상적인 책 제목 '호박국 대변인'은 '호남', '박근혜의 약속과 신뢰정치', '국민(특히 비주류)'을 대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호남-박근혜-국민'은 29년 그의 정치생활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열쇠말이다. 특히 그의 정치역정에서 '호남'은 아주 각별하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수석은 지난 1985년 민정당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을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아 핵심 당직자로 자리를 잡았다. 선거 때에는 전략기획단장, 정세분석팀장 등 '당내 전략통'으로도 활약했다. 특히 한나라당 수석대변인 시절에는 '논평 기계'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정치논평 분야에서 놀라운 순발력을 발휘했다.

이 수석이 처음 선거에 도전한 것은 지난 1995년이었다. 당시 그는 광주시 광산 제2선거구에 민주자유당(민자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첫 선거에서 얻은 성적표는 2686표(10.05%)였다. 광주시 시의원에 도전한 민자당 후보 21명 가운데 10위의 기록이었다.     

두 번째 도전은 '광주 국회의원'이었다. 지난 2004년 14대 총선 때 '광주 서구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720표(1.03%)를 얻은 데 그쳤다. 1%라는 처참한 결과였지만 이것은 그에게 '전화위복'이었다. 그의 도전을 높이 산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는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언론에 의해 '대변인격'으로 불리우거나 '공보특보'를 맡으며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떠올랐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는 광주시장에 출마하려다 접었다. '2007년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 2008년(18대 총선) 한나라당 비례대표 2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마지막 순번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지 23년 만이었다.

이 수석의 도전은 19대 총선에도 계속 됐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는 점을 헤아리면 '수도권 공천'도 충분히 가능했지만 그는 광주로 내려갔다.

그래서 당시 언론들은 경기 군포를 버리고 대구 수성갑에 도전한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와 함께 이 수석을 '두 바보'라고 불렀다. 그는 이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얻은 역대 최고 성적인 2만8314표(39.7%)를 얻었다. '노무현 모델'에 도전한 김부겸 후보와 비슷한 득표율(40.42%)을 보였다.   

"청와대 근무 후 총선 도전은 안 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자료사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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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수석은 민자당 후보로, 한나라당 후보로, 새누리당 후보로 총 세 차례 '광주 도전'에 나섰다. '호남 지역주의'에 균열을 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 실세'로 자리잡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에 잇달아 발탁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정현 수석은 박 대통령을 장악하고 있다"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는 "이 수석이 대통령을 장악하는 비결은 끊임없이 대통령을 연구하는 것이다"라며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과거 어떤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했는지 등을 끊임없이 살피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박근혜 독심술의 1인자'로 자리잡은 이 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있던 지난 4월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자리에서 "50살이 넘어 의원이 되면 재선까지만 하기로 결심했다"라며 "이것은 오래된 결심이다"라고 말했다.

"재선이 아니더라도 재선 임기기간 8년만 정치권에 남기로 했다. 남은 생은 가족들을 위해서 써야지. 안 믿어지겠지만 그래도 내가 안수집사인데 남은 내 인생 종교활동을 하면서 가족들을 위해서 살아야지."

'그럼 광주 재도전 안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수석은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그렇게 도전했는데 안 됐다"라며 "(게다가) 청와대에 근무한 후에 총선에 도전하는 것은 더 힘들다"라고 대답했다.

"다음 총선에서는 (광주 재도전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 4년 후 총선 출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청와대에 근무하는 것도 안된다. 모든 초점을 선거에 맞춰놓고 일을 할텐데 그렇게 일하면 안된다."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2016년 총선에 출마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박근혜 순장조'다운 모습이다. 

'50대 재선'에서 멈출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한 발언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에도 있었다. 이 수석은 지난해 7월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 임기 끝나고) 청와대에서 나가면 정치는 절대 안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는 생물이다'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절대'라는 위험한 부사어는 잘 구사하지 않는다. 이후 빠져 나갈 여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날 "정치는 절대 안 한다"라고 했다. 언제나 목소리 톤이 높은 그의 발언이 좀 더 이어졌다.

"호남에도 출마하지 않을 거다. 3번 출마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나. 청와대 수석을 한 사람이 청와대에서 나간 뒤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본다. 50대에 국회의원이 돼서 재선 정도 하고 한 번은 원내총무를 해보는 것이 내 꿈이었다."

현재 유력하게 나도는 '서울 동작을 출마설'을 헤아리면, "국회의원은 50대에 재선까지만 하겠다"와 "호남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라는 발언은 매우 흥미롭다. 지금이 그 두 가지 발언을 만족시키기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이 수석이 서울 동작을 재보선에 출마한다면 그가 여러 차례 소신처럼 강조해온 '50대 재선'과 '호남 출마 안 한다'는 말은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가 대변하겠다고 했던 '약속과 신뢰정치'를 훼손하지 않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7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말한 "대통령을 위한 도마뱀의 지혜"인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세 차례의 '광주 도전'보다는 쉬운 길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 수석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 하나. 

'그는 과연 서울 동작을에서 멈출 수 있을까?'


태그:#이정현, #서울 동작을, #박근혜,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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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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