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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 앞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앞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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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4일이 되던 9일 대구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와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 행진에 동참했다.

대구지역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대구시민 대책위원회(가칭, 세월호대구대책위)'은 9일 오후 7시께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촛불집회와 침묵행진을 실시했다. 참가한 시민들은 노란 리본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을 쓰고 촛불과 함께 '아이들을 살려내라,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었다.

학교 시험이 끝나고 시내에 들렀다는 허정윤(18·여) 학생은 "희생자 대부분이 내 또래 아이들이라 마음이 참 아프다"라며 "생사확인도 안 된 친구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시내를 찾은 김유라(17·여) 학생도 "아직 실종자가 많은데 빨리 구조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 끌기 하는 것도 아니고 구조가 너무 더디다"라며 정부의 구조 행태를 지적했다.

오후 6시 50분부터 시민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7시께는 60여 명이 바닥에 깔개를 깔고 앉았다. 이들 중에는 '침묵하겠다'는 의미로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었다. 시민들은 7시 25분께 100명을 넘어섰다. 세월호대구대책위 측은 사고 당시 승객들이 찍은 영상과 지난 밤 희생자 유가족들이 KBS 본관과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로 향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을 보던 시민들은 영상을 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혁준 함께하는대구청년회 대표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집회현장으로 나왔다. 박 대표는 "촛불집회는 매일 열리는데 사실 시간되는 날만 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가족들이 청와대까지 찾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더 마음이 아파서 꼭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이아무개(여·40)씨는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보니 희생자 부모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지 알 것 같다"라면서도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고작 울어주고 애도하고 노란 리본을 다는 것뿐이라 오늘은 행동하러 나왔다"라고 말했다.

9일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와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촛불행진'에 참가한 시민 150여 명이 발언을 듣고 있다.
 9일 대구 중구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와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촛불행진'에 참가한 시민 150여 명이 발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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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첫 번째 발언은 진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가 맡았다.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진 대표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도 나고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실종자 가족·희생자 유가족의 호소에 우리가 동참해야 한다"라며 '세월호 관련 특별법 제정, 진상규명, 책임자의 사과와 책임 요구'를 주장했다.

두 번째 발언자로 마이크를 잡은 김규백(남·24) 학생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서울에서 다니던 대학교를 수료하고 토익공부를 하기 위해 대구 집으로 내려왔는데 공부도 안 되고 밤잠도 못 이루고 담배만 피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희생자들이) 왜 죽어야 하며 그들이 죽어갈 때 국가는 무엇을 했냐"라고 꼬집었다.

김영순 대구경북여성단체 상임대표는 분명하고 강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다. 김 상임대표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국민의 죽음 앞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공감하는 시민 20여 명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 및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 및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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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발언을 듣고 함께 눈물 흘리기도 했다. 박아무개(남·29)씨는 "'불금' 보내러 시내에 나왔는데 앞에 나오는 영상들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라며 "오늘은 조용히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정도로만 놀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선동하지 말라"고 말했다. 70대로 보이는 한 남성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노란 현수막을 든 시민단체 회원을 향해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냐"라며 꾸짖었다. 그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참 나쁘다, 정부가 잠수부도 투입하면서 구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금 뭐하는 거냐"라고 손가락질했다. 그는 또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에 간 사람들이 잘못이지"라고 말하기도 해 시민단체 회원·시민에게 원성을 샀다.

발언과 사고영상, 뉴스 상영이 끝나고 7시 50분부터 시민들은 침묵행진을 시작했다. 구간은 대구백화점 앞-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대구백화점 앞까지 이르는 약 2.3km였다. 시민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어떠한 구호도 외치지 않는 '침묵' 행진에 동참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이날 1개 소대 약 20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행진하는 시민들을 보호하며 교통을 통제했다.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 및 실종자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 및 실종자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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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를 기리는 문구를 적었다.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실종자를 기리는 문구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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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구지역 인터넷대안언론 TNT뉴스(www.tnt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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