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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부터 새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국민들이 느끼는 것보다 더 큰 고충으로 하루 하루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집배원 노동자들인데요. 겸배문제 등 새 도로명 주소를 실시하기 이전부터 산적했던 집배원들의 업무 실태에 대해 알아봅니다. [편집자말]
2014년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를 보면 2013년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가 1929명이었다. 하루에 5.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에 해당한다. 집배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집배원 중대재해 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아래 연대모임)'은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을 통해 공무원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 최근 3년간(2011~2013) 작성한 '우정사업본부 소속 노동자 재해 발생 경위서'와 '비정규직 집배원노동자 재해발생 내역서'를 받아 분석했다. 또 8개 지역 32명의 집배원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확인한 집배원 노동자들의 현실은 참혹했다.

15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 우정사업본부, 집배원들은 죽어난다

<표1> 최근 3년간 집배원 노동자의 재해발생 경위내역.
 <표1> 최근 3년간 집배원 노동자의 재해발생 경위내역.
ⓒ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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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은 '연대모임'이 분석한 최근 3년간 집배원의 재해발생 경위내역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3년간 1182명의 집배원이 업무로 인해 질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했고, 19명이 사망했다. 이는 대한민국 노동자 평균 재해율보다 4.3배나 높고, 사망률의 경우 6배나 높은 수치다.

이는 2013년 10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실시한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일반 행정 서비스 부문 15년 연속 1위를 달성한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노동자들의 안전, 건강, 생명을 얼마나 경시해 왔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표2> 최근 3년간 집배원 노동자의 뇌심혈관계질환 발생경위내역
 <표2> 최근 3년간 집배원 노동자의 뇌심혈관계질환 발생경위내역
ⓒ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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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는 최근 3년간 집배원의 뇌심혈관계질환 발생 경위내역이다. 2011년까지 2013년까지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한 사례는 8건에 달했다. 이는 2013년 12월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표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년 내내 계속되는 장시간 노동은 집배원의 50%를 심근경색과 뇌졸중 고위험 집단으로 내몰았다. 3379시간에 달하는 집배원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인 국내 평균 노동시간인 2200시간보다 1.5배가 높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집배원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뇌심혈관계질환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일하고 있다.

전체 집배원의 74.6%가 골병들어 만신창이

<표3> 집배원 노동자와 전체 노동자(2012년)와의 근골격계질환 만인율 비교.
 <표3> 집배원 노동자와 전체 노동자(2012년)와의 근골격계질환 만인율 비교.
ⓒ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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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은 최근 3년간 집배원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발생 평균과 전체 노동자(2012년)의 근골격계질환 발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전체 노동자에 비해 집배원 노동자의 근골격계 유병률이 11.6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노동자운동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집배원 노동자의 74.6%는 한 곳 이상의 부위에 근골격계질환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무거운 물건을 장시간 반복적으로 적재하는 업무로 인해 허리를 다치거나 어깨 근육이 파열됐기 때문이다. 또 장시간 오토바이 운전으로 인해 목, 어깨, 허리, 무릎 등의 통증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많은 업무량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 대인서비스로 인한 감정노동 등 직무스트레스가 높아서 근골격계질환의 유병률이 높았다. 집배원들 주장에 따르면, 상황이 이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업무량 완화와 인력 충원 등은 물론 헬멧이나 무릎보호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장비를 지급함으로써 수많은 집배원들을 근골격계질환의 위험에 노출시켜 왔다고 말한다.

한편 연대모임에서는 지난해 11월엔 뇌심혈관계 질환과 교통사고로 2명의 집배원이 사망하고, 두 달 후인 1월에도 뇌심혈관계 질환과 뇌손상으로 2명이 쓰러지자 중대재해에 책임이 있는 우정사업본부장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난 1월 23일 고발했다. 동시에 우정사업본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보호와 예방은 물론이고 치료와 보상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문제를 관리감독하지 못했던 고용노동부는 이후 서울의 몇 개 우체국을 대상으로 샘플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계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집배원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근무환경 전반에 대한 면밀하고 종합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미선임, 보일러실과 식당의 몇 가지 시설 미비 등을 형식적으로 지적한 것을 조사결과라고 내놓았다.

그리고 검찰은 지난 4월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연대모임'의 고발 건에 대해 지난 4월 21일 '혐의없음'을 결정 통보했다.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집배원들의 건강과 생명이 화급을 다투고 있는 현실에서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처사는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후 연대모임은 지난 4월 28일 고용노동부에게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재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4월 28일,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지난 4월 28일,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 최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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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선거, 하루 15시간 중노동의 알림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자세와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임과 동시에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산업안전보호법의 준수 의무는 더욱 강조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고객 만족 운운하고, 현원과 예산 타령을 일삼으며, 성과와 이익에 연연하면서 산업재해로 고통받고 목숨을 잃고 있는 집배원 노동자들의 삶을 내팽개치고 있다. 더는 이래서는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를 떠나 사회의 중요한 공공재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으로서 환골탈태하는 인식과 정책의 전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장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인지적 행정 선언과 행동이 시급할 정도로 현장과 노동자들의 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빨간불이다. 그 어떤 무엇보다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골병과 과로 없는 일터를 위해 6·4 지방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른 표현으로 집배원들이 하루 15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말이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집배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오늘은 죽지 말자"고 다짐한다. 이러한 지옥 같은 노동을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우정사업본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과로와 골병으로부터 벗어나 집배원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인력 충원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 마련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재현님은 집배원 중대재해 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집배원 중대재해, #산업재해 ,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 #장시간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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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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