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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자료사진)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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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막말 트윗'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아래 기재위) 파행을 불렀던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지난 14년 동안 정부 '낙하산' 행보를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기재위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안 사장은 재경부에서 공직생활을 마친 2001년 이후 공공기관이나 재경부 관련 민간기업 등으로 네 차례 직장을 옮겼다.

안 사장은 이 기간 동안 낮은 실적에도 억대 연봉을 챙기거나 수당 및 성과급을 과다 수령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2005년부터는 여권 유력 정치인들에게 총 3800여 만 원의 지속적인 후원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으면서 계속 낙하산들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국민경제적으로 큰 손실"이라면서 "재임하는 기간 동안 수당 부당 수령, 성과급 과다 수령 등 논란을 일으킨 안홍철 사장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홍철 사퇴 없이는 기재위 재개 없어"

국회 기재위에서 여야 대화가 전면 중단된 것은 지난 2월 20일. 민주당 등 야당 소속 기재위원들은 이날 안홍철 신임 KIC 사장이 지난 2012년 대선 무렵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비난하며 올렸던 트윗을 공개했다. 이어 안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 사장이 지난 2012년 1월부터 직접 작성한 야권 관련 비방 트윗 수는 총 9740여 건. '종북 하수인' '빨북' '선동꾼' 등 원색적인 표현과 함께 40여 건에 달하는 허위사실 적시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안 사장은 "노무현은 많은 종북주의자들을 사면복권시켜" "노무현 정권은 종북 하수인"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보다 더 나쁜 사람이 노무현, 문재인과 그 일당들이요" 등의 글을 직접 작성하거나 리트윗했다. 기재위 야당 의원들은 "이런 사람이 어떻게 KIC 사장 역할을 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민형사상 책임도 거론했다.

안 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시 기재위 일정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실제로 남은 2월 국회 상임위 일정을 모두 거부했다.

지난 1일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야 간사들은 아직 회의 일정도 조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간사 측은 "2월 상태 그대로"라면서 "안 사장이 사퇴하지 않는 한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자존심 싸움이 길어지면서 기재위 관련 법안들은 모두 발목이 잡혔다.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을 위해 필요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우리금융지주가 광주·경남은행을 분리 매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6500억 원가량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여야가 모두 법 취지에 동감했음에도 아직 상임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기재위 내 조세개혁소위가 파행되면서 논의하기로 했던 파생상품 과세 방안도 함께 발이 묶인 상태다.

안홍철 사장 트위터.
 안홍철 사장 트위터.
ⓒ 김현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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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부터 박근혜까지... "14년 걸친 '낙하산' 이력"

이런 측면에서 박원석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는 다소 이색적이다. 단순 '막말'이 아니라 14년에 걸친 '낙하산' 이력을 꼬집었기 때문. 박 의원은 "안 사장이 지난 2001년부터 이미 현재 재직하고 있는 투자공사 사장 급여와 비슷한 억대 연봉을 챙겨왔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안 사장의 과거 이력을 꼼꼼하게 지적했다. 안홍철 사장은 2001년 재정경제부 부이사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이어 정보통신부 산하의 해외 IT지원센터인 '아이팍(iPARK) 보스턴에' 소장으로 취임했다. 아이팍 보스턴은 당시 정보통신부가 IT산업 수출 지원을 위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통해 운영하던 팀 중 하나다. 정부 정보화촉진기금을 예산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공공기관이나 다름없는 환경이었다.

안 사장은 이곳에서 4년간 일했지만 실적은 좋지 못했다. 그가 소장으로 재직할 당시 아이팍 보스턴의 실적은 당시 해외 IT센터 전체 평균의 1/3 정도로 상당히 부진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안 사장은 이곳에서 2004년 6월까지 일하며 매년 13만5000달러(1억7000만 원) 정도를 연봉으로 챙겨갔다.

정보통신 관련 매체인 < IT타임스>의 2004년 10월 기사에 따르면 당시 정보통신부는 안 사장의 억대 연봉을 부적절하게 지급된 급여로 지목했다. 원래 연봉은 5200만 원 정도였는데 해외 주재원에 지급하는 해외수당을 편법적으로 이용해 억대 연봉을 줬다는 취지였다.

안 사장이 다음으로 옮겨간 곳은 재경부 장관이 임명하는 한국투자공사 감사직이었다. 이곳에서는 과다 성과급 수령이 논란이 됐다. 안 사장은 당시 출범 6개월만이라 위탁자산이 전혀 없던 한국투자공사에서 6800여만 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전체 성과금의 절반 가량이었다.

이후 행보도 모두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안 사장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는 (주)평화유지공업 부회장으로 재직했다. 평화유지공업은 기재부가 지분 5.53%를 보유하고 있는 민간기업으로 비누나 세제, 화공약품을 만든다.

박 의원은 "안 사장이 법인 등기부등본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채 이 기업의 부회장직을 유지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안 사장은 이후 대한무역투지진흥공사의 외국인투자지원센터 단장으로 임명되어 2012년까지 일했다. 이곳 역시 정부 출자금과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에 정치 후원금 약 3800만 원 납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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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안 사장이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도 14년 동안 정부와 관련이 있는 곳만 골라 네 차례 직장을 옮겼다"고 지적하면서 "해 온 업무들이 일관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경부 '연줄'을 이용한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다.

정치 후원금 납부 이력도 포착됐다. 박 의원은 "안 사장이 KIC 감사로 임명된 2005년에는 박재완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120만 원을 후원금으로 줬다"면서 "유정복 현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에게는 2006년과 2007년, 2013년에 걸쳐 총 1070만 원을 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는 7년에 걸쳐 2130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1인당 기부한도액인 500만 원을 냈다.

안홍철 사장은 지난해 12월 KIC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박 의원은 "KIC 사장추천위원회가 여러 후보자들 중에서 안 사장을 뽑을 때 후보자별로 어떻게 심사점수를 줬는지 기재부에 요청했는데 한 달이 넘게 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추천 절차가 진행됐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정보는 인사 관련 사항이라 대외공개가 곤란하다"며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태그:#안홍철, #한국투자공사, #KIC, #기재위,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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