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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국철도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조아무개(50) 조합원의 유가족들은 평소 고인이 강제전출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밝혔다. 고인의 부인은 4일 저녁 창원 동마산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빈소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조아무개씨는 3일 오후 3시45분경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소재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유족들은 고인이 자살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자필로 6줄로 된 유서를 남겼는데, 가족들한테 "나 먼저 갈게. 힘들겠지만 잘 살아줘. … 미안해"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조씨는 코레일(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마산신호제어사업소 소속으로, 지난 3월 4일 진주로 전출되었다. 조씨는 마산에서 18년간 근무해 왔다.

코레일 "강제전출 때문에 사망한 것 아냐"... 유족 "너무 억울하다"

강제전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전국철도노조 조아무개 조합원의 빈소가 마련된 창원 동마산병원 장례식장에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강제전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전국철도노조 조아무개 조합원의 빈소가 마련된 창원 동마산병원 장례식장에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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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코레일은 보도자료를 통해 "강제전출 조치로 노조원이 자살했다는 주장은 진행 중인 순환전보 시행을 왜곡하기 위한 사실 호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레일은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상의 목적으로 시행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불법파업에 대한 '보복성 강제전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자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코레일의 주장을 반박했다. 고인의 부인은 "지난번 철도노조 파업에 남편이 참여했고, 파업 참여로 인한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전출도 파업으로 인한 징계 때문에 생긴 것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부인은 "남편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힘들어 했고, 18년간 근무해온 마산에서 진주로 발령이 나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면서 "3월 초에 진주로 갔는데, 한 달도 되지 않아 삼랑진(밀양)이나 부산으로 전보된다는 통보를 받고 부담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은 마산에 계속 근무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너무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고인과 평소 상담했다고 한 종교인은 "평소 상담을 많이 했는데 강제전출에 너무 힘들어 했다"고 밝혔다.

고인의 부인은 "진주 등으로 전보되면 당장에 출퇴근 시간부터 달라진다, 낯에 근무할 때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해 왔고, 야간 근무 때는 오후 4시경 집에서 나가면 다음 날 오전 10시경 퇴근해 왔다"며 "진주로 전출된 뒤부터 집에는 쉬는 시간이 많이 줄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장례 문제를 철도노조에 위임했다. 고인의 부인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강제전출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장례 문제는 철도노조에 위임했고, 장례는 '철도공사장(葬)'으로 치루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국회의원(오른쪽)과 강병기 경남도당 위원장이 4일 저녁 창원 동마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 조아무개 조합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국회의원(오른쪽)과 강병기 경남도당 위원장이 4일 저녁 창원 동마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 조아무개 조합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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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빈소에서 만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죽음은 억울하다"며 "고인이 평소에 했던 상담 등의 내용을 파악해 보면, 고인은 강제전출 시행 과정에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것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철도공사의 사과와 산업재해 인정을 해야 하고, '철도공사장(葬)'으로 장례를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고 연기할 것이며, 유가족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빈소에는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고인의 동료들이 퇴근해서 빈소를 찾기도 했다. 또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과 이용석 부산본부장,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등이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국회의원과 강병기 경남도당 위원장도 이날 저녁 조문했다.

또 빈소에는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보낸 조화와 함께 설훈·장하나·박원석·심상정·오병윤 국회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용길 노동당 대표 등이 보낸 조화·조기가 놓여 있었다.


태그:#철도공사, #철도노조, #강제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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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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