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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지가 세계 위대한 지도자(Greatest World Leader) 50인 가운데 1위로, 미국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교황. '프란치스코 효과',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낳은 교황.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다.

2013년 3월 19일 취임 후 1년,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의 거침없는 행보로 전세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교회 내적으로 많은 냉담 교우들이 교회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 경제 정의 등을 역설하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세계 각 나라 정치인들의 화두가 되고 있다.

교황 취임 1년을 갓 넘긴 지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를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지 묻기로 했다. 남미 역사의 세례를 받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처음으로 선택한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1년간의 끊임없는 행보를 통해 우리에게 드러내보이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또 이 질문을 통해 교황이 우리에게 촉구하는 것은 교황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임을 확인하고, 가야할 바를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신학자들에게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교황청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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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답변자들에게 '교황 프란치스코'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물었다. 제시된 단어는 '가난', '기쁨', '겸손', '단순함', '진정성', '희생', '해방신학', '백성', '자비', '실존적 변두리', '개방', '만남의 문화', '양의 냄새', '주변부의 주변부' 등이다.

이들은 이 키워드를 통해 교황을 설명하면서, 권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고, 영적인 가난을 역설하며 오히려 보편적 가난의 연대와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통해 인류와 교회의 미래를 기쁨으로 전망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회쇄신을 위해 과거 교회의 어느 시점보다도 '복음'으로의 회귀를 호소하고 있으며, 겸손과 단순함, 진정성 담긴 언행을 통해 복음서의 예수님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또 "진정으로 사랑하면 그 대상을 닮는다. 교황이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교황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따른다는 것이 어떤 모습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제시했다.

더불어 '교회 밖으로 나가라'는 촉구, 세상의 끝, 주변부의 주변부에 대한 강조는 교황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며, '배척의 문화'가 아닌 만남의 문화를 강조하면서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와 만남을 촉진하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탈권위적인 쉬운 언어와 언행일치로 대중에게 접근

교황 프란치스코의 사목 방식은 전임 교황들에 비해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변자들은 공통적으로 교황 프란치스코의 '언어'를 들었다. 남미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한 쉽고 구체적인 발언, 즉 해석이 필요한 학자의 언어가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쉽게 접근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또 언어는 단지 '말'에 그치지 않고 소통 태도와 행동까지 이어져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주원준 박사(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는 "교황은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말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어는 예수를 닮았다"고 말했다. 또 현우석 신부(의정부교구 병원사목)는 "모호하지 않고 구체적인 언어습관은 물론, 행동으로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는 언행일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국춘심 수녀(성삼의 딸들 수녀회)는 교황은 '본질과 핵심으로 돌진한다'는 점을 들었다. 국 수녀는 교황이 불의한 경제구조 책임자, 마피아들에게 "지옥에 가기 전에 회개하라"고 말하거나, 타락한 정치인들에게 "죄인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타락한 자는 아니다"라고 했던 것을 예로 들면서, "교황은 전통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관습을 뛰어넘어 문제의 본질적 핵심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필요하다면 직격탄을 날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춘심 수녀는 교회적인 차원에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갖는 차별성을 "진정한 공의회의 교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티칸 은행 개혁 착수, 재정평의회 구성, 성추행 스캔들에 대한 조치 등을 통해 교회쇄신 의지를 보여준 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친교의 교회론'에 따라 고질적인 중앙집권주의를 극복하고 개별 교회와 지역 교회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 등을 제시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누구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전폭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대중들의 큰 호응은 역설적으로 가톨릭 신앙인들의 목마름에 대한 방증일 수 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현상'을 통해 볼 수 있는 가난한 이들과 신앙인들의 목마름은 무엇일까?

가치 붕괴, 신자유주의의 등 구조적 모순 전면적으로 지적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하던 1962년 10월 11일, 주교들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입장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하던 1962년 10월 11일, 주교들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입장하고 있다.
ⓒ Peter Geymay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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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자들은 우선적으로 '탈권위'를 통한 해방감과 위로를 들었다. 오세일 신부(예수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한 언어와 격의 없는 행동은 소통의 방식뿐만 아니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옷차림, 눈길, 제스처 등 모든 것이 어렵고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사랑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우혁 박사(서강대·가톨릭대 강사)는 교황의 열린 사고방식과 탈권위가 복음의 진정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황 프란치스코를 통해 새로운 교회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신앙인들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권위주의적인 교회가 일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함에도 새로운 교회를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 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황 프란치스코를 통해 예수의 복음이 주는 그 생명의 맛을 본 것이다. 가볍고 싱싱하게 살아있는 교회의 복음을 목말라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춘심 수녀 역시 "구체적 정의, 단호함, 개혁적 마인드, 친밀감, 관심, 배려, 섬세함 등 고위성직자에게서 기대하기 어려운 덕목들과 탈권위주의적 가르침과 개개인을 향한 화법과 관심" 등이 총체적으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국 수녀는 "대체로 신자들은 권위주의로 대변되는 교회의 성직중심주의에 대한 교황의 도전적 모습에서 희망을 보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상투적일 수 있는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라는 표현을 현실로 끌어들여 이혼과 재혼, 동성애자, 미혼모 아이의 세례 등 교회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지던 실존적 장애들이 극복될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현우석 신부는 건강한 정신적 가치들이 그 힘을 잃어가고, 착취와 양극화, 불평등이 전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면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정신적·영적 지도자를 바라는 절박함에 교종 프란치스코가 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원준 박사 역시 "교회가 그동안 눈감았던 세상의 불의와 우리 몸에 밀착된 물신에 대해서 지적했다는 점, 교회 안에서 비판이 금기시됐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그로 인한 폐해를 전면적으로 지적했다는 것이 큰 호소력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위주의적 제도의 변혁, 신학 언어로서 '가난'의 복권 필요

지난해 10월,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아 성인이 활동하던 이탈리아 아시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젊은이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0월, 성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아 성인이 활동하던 이탈리아 아시시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젊은이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교황청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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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교황 프란치스코는 그의 언행으로 무엇이 복음적이며, 교회가 세상 안에서 어떻게 '복음의 기쁨'을 얻어야 하는지 그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메시지는 교회 안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답변자들은 '그리스도교 본연의 정신과 자세로 돌아가 가난하고 약한 이의 교회가 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형식주의와 권위주의 극복을 통한 사목자들의 쇄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혁 박사는 "권위주의적 제도의 변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교황의 넉넉하고 소박한 모습 이면에는 예수회의 강한 추진력과 개혁적인 추기경단의 공동체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교황의 외유내강형 추진력을 통해서 유럽 가톨릭을 지탱해온 바티칸 중심주의는 근본적인 해체 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주원준 박사는 해방신학과 신학 언어로서 '가난'의 복권을 강조했다. 주 박사는 "교황은 그동안 해방신학에 관심을 보였거나 동조한 신부들이 교회 운영에서 더 이상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주고 있으며, 신학의 언어로서 '가난'을 전면적으로 복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그동안 '가난'은 '믿음', '신심', '성령', '은총', '순명' 등에 비해 홀대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정의'와 '참여' 등의 용어와 함께 복권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 박사는 교황이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냉전 시기 교황으로 사회주의가 무너지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교황 프란치스코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의 싸움을 통해 새로운 가톨릭교회의 모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교회를 탄압한 공산주의와 달리, 신자유주의가 교회 안에서 이미 크게 자리 잡고 익숙해진 만큼, 이 새로운 투쟁은 조금 어려울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물신과 세속주의가 크게 지적되고, 좌파 세속주의도 함께 거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세일 신부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탈권위적 태도와 지속적 개혁 작업, 내부 스캔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 등을 통해 교회가 더 가난하고 겸손하도록 구체적인 지침과 방향성을 보여줌으로써 서서히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일상적인 차원 안에서 교황 자신이 '복음의 기쁨'을 누리고, 증거한다는 것이 전세계 사목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심층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이와 함께 "교황처럼 가난한 이들에게 소탈하고 겸손하게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가라는 성찰, 나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도 복음의 기쁨을 품어 안고 함께 대면하며, 대화할 수 있는가라는 성찰이 일상적인 삶 안에서 반추되는 질문이 될 것"이라면서, 모든 사목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교황의 모습을 바라보며 성찰하는 것 또한 커다란 파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른 교회쇄신 필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 김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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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는 권고 <복음의 기쁨>을 비롯한 모든 언행을 통해 새롭게 제시할 교회상을 만들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실현을 촉구하는 '교회상'은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김유정 신부(대전교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특히 새로운 교회상을 위한 '교회쇄신'을 강조하면서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쇄신이 제기되었지만 부분적으로만 실현됐다, 교황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공의회가 제시한 교회의 방향으로 진정성 있게 나가자고 구체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춘심 수녀는 '친교'와 '섬김'을 강조하면서 "문을 열고 나가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파고드는,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 소외된 이들에게 열려 있는 교회, 즉 친교와 섬김의 교회, 친구인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준 박사는 "사회참여와 내면적 신앙을 높은 수준에서 통일시키는 것이 이 시대 가톨릭 신앙의 새로운 모습"이라며 "이는 소위 좌·우파 모두, 그리고 영성주의자에게도 해당된다. 모두 함께 '새로운 길'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갖고 이뤄지기 위해서는 구조적 쇄신과 함께 개인의 영적 쇄신이 요구된다면서 "교황의 행보만이 아니라 가르침에 집중하면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구, 본당, 공동체 차원에서 실제적 기획들이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신도에게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라며 "특히 교회 내 정의평화세력이 단순한 '저항세력'이 아니라 '집권세력'으로서 준비됐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오세일 신부는 "타종단, 종교가 없는 이들마저도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해 참된 종교인이 나타났다는 존경과 공감대가 마련됐다"면서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오 신부는 "종교의 당위성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종교의 존재감은 성전을 더 크게 짓는다거나, 기득권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자유롭게 나가 흙을 묻히더라도 세상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표현하고,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와 함께한 1년은 "문을 열고 교회 밖으로 나가라"는 화두가 제시된 시간이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가장 강조된 것은 교회 내 권위주의 타파를 통한 쇄신, 교회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가난'을 어떻게 성찰하고 복권시킬 것인가다.

또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보다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실현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지난 1년간 교회에 줄 수 있는 모든 메시지를 전했다. 그것이 한 사람의 신화화·이미지 소비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모든 공동체와 개인이 함께 새로운 교회를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복음의 기쁨'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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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 #바티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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