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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일 오후 8시 50분]

고 김오랑 중령 보국훈장 삼일장 전수식을 마친 후 유족들과 부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 김오랑 중령 보국훈장 삼일장 전수식을 마친 후 유족들과 부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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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오랑 선배님은 육사 25기로 임관한 이후 11년 가까운 군복무 기간 동안 줄곧 자타가 공인하는 올곧고 우직한 군인으로서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고 또 그렇게 행동했던 참군인이었습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고 김오랑 선배님이 보여주신 책임 의식과 그 의기를 우리 특전사 전 장병들은 가슴에 아로 새겼습니다."

1일 오후 2시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육군특수전사령부(아래 특전사) 연병장에서는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당시 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보호하려다 반란군의 총탄에 숨진 고 김오랑 중령에 대한 훈장 전수식이 열렸다. 김 중령이 숨진 후 35년 만의 일이다.

전인범 특전사령관(육군 중장)은 축사를 통해 "김오랑이라는 군인은 역사 속에 산화했지만 그의 정신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김 중령을 추모했다.

특전사 창설 56주년을 맞아 거행된 이날 훈장 전수식에는 전 사령관을 비롯한 부대 관계자들과 민홍철 국회의원, 김 중령의 유족과 고교 동창, 고인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주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전수식에서는 특전사 예하 여단 장병들이 도열한 가운데 각각 고인의 영정과 훈장을 든 셋째형 김태랑씨와 장조카 영진씨가 사열차를 타고 장병들의 사열을 받았다.

지난 2013년 4월 22일 '고 김오랑 중령 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이 국회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 해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1월 14일 이를 수용하여 국무회의에서 고인에게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하는 영예 수여안을 의결한 바 있다.

"동생의 의로운 죽음 알아주는 세상 돼 기쁘다"

고 김오랑 중령에게 전수된 보국훈장 삼일장
 고 김오랑 중령에게 전수된 보국훈장 삼일장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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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식을 마친 유가족과 친구들은 김 중령의 묘소가 있는 동작동 국립묘지로 자리를 옮겨 고인의 영전에 훈장을 바쳤다.

태랑씨는 '훈장이 너무 늦게 수여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디고 느려 보이지만 이렇게라도 동생의 의로운 죽음을 알아주는 세상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2·12 관련자들이 사과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사과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인데 그 사람들이 그럴 수 있겠느냐, 동생의 죽음과 그 사람들의 행위는 마치 시소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중령의 증손녀 진은(초등 5학년)양은 "작은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몰랐는데, 오늘 군인아저씨들이 작은 할아버지의 사진에 경례를 하는 것을 보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은 양의 아버지 봉주(고인의 조카)씨는 "아직 딸이 어려서 12·12가 뭔지,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해주지 않았지만, 오늘 뜻 깊은 날을 맞아서 역사를 가르친다는 의미에서 학교에 현장학습 신청을 하고 딸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고인이 나고 자란 경남 김해시 활천동 주민 20여 명도 함께 자리했다. 지난 해 국회에서 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 활천동 주민들은 일일찻집을 열어 고인의 동상 건립비용 1700여 만원을 마련했다.

활천동 주민자치위원회 허정기 위원장은 "김 중령은 고향을 빛내신 분이니 우리가 힘을 모아서 동상과 추모비를 제작하고 있다, 고인의 군인정신과 의로운 죽음이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인 추모비, 육사와 특전사에 세우는 일에도 최선 다할 것"

김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비해 고인의 모교인 육사와 순직 장소인 특전사 영내에 추모비를 건립하는 안은 군 내부의 반대로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육사 측은 "현재 육사에는 밴플리트 미 8군사령관, 강재구 소령, 심일 소령 3명만 동상이 건립되어 있는 바, 그 대상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부정적 의견을 냈고, 특전사 측도 "순직한 모든 장병의 이름을 새겨두고 있는 부대 내 충혼탑에 김오랑 중령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추모비는 의미가 없으며, 부대 내에 특정인의 추모비는 세워져 있지 않기에 (건립이) 어렵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참군인김오랑기념사업회 김용환 공동대표는 "12·12 당시 '몸을 피하라'는 전화를 받고도 자신의 목숨을 바쳐 적극적으로 반란에 대항했던 김 중령 같은 분들이 있어서 군의 역사가 오역만으로 점철된 것은 아니었다"면서 "오늘 훈장 수여는 이 분의 정신을 군 후배들에게 심어주는 데 첫발을 디뎠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고인의 추모비를 육사와 특전사에 세우는 일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장 전수식에 앞서 열린 역대 특전사령관 초청행사에는 4대 사령관 정호용 예비역 대장을 포함한 8명의 전임 사령관들이 참석했다.


태그:#김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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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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