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 패트릭의 보고서를 단독 보도하는 <동아일보> .
ⓒ <동아일보> 누리집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지난 28일(아래 현지시각),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 매체들은 미국의 한 북한 전문가 보고서를 인용하며 "남북한 무력 충돌 위기가 높고 한미간의 대북 억제력이 우려된다"는 내용을 메인 기사로 배치했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이러한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며 "북한이 이르면 3년 내 전술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수 있고 한국에 대해 소규모 핵 공격을 감행해도 미국의 핵 보복은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동아일보>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일보> 등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이 다루었습니다. 기사의 주 내용은 27일 '미국신안보센터(CNAS)'의 한반도 전문가인 패트릭 크로닌 연구원은 '대북억지에 실패한다면: 한반도 무력충돌 다시 생각하기(If Deterrence Fails: Rethinking Conflict on the Korean Peninsula)'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패트릭은 이 보고서에 "김정은 정권은 앞으로 생존을 위해 더욱 폭력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남북 간의 무력 충돌은 부싯돌처럼 순식간에, 사전 경고 없이 점화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남북 관계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북한은 언제 도발할지도 모르며, 구체적으로는 3년 내에 전술 핵무기도 실전 배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미간의 억제력은 이 보고서 내용에도 있듯이 "단기적으로 봤을 때 한미의 대북 억제력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실질적 공포가 존재한다"며 "한국을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로 보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북한 전술핵 3년 내 배치' '한미 대북 억지 실패 우려' '남북 무력충돌 위기 높다' 이렇게 한국 언론에서 인용된 기사의 제목만 보더라도 섬뜩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더해 <문화일보>는 '북한 특수전 병력 20만 서울 공중침투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섬뜩함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내용도 패트릭이 작성한 보고서의 결론에는 나와 있으나 패트릭 자신도 주석에서 밝혔지만, 이 또한 이미 예전에 나온 기사의 재탕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32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인지 등을 분석함으로써 한국 언론들이 간과한 것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바마 싱크 탱크?... '북한 불안정설'이 미국 정부 공식 입장?

우선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이 보고서를 발행한 기관이 '오바마 안보 싱크 탱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매체는 이러한 점을 강조함으로써 남북 군사 충돌 가능성 등 패트릭 개인이 주장하는 의견을 마치 오바마 행정부의 의견이나 보고서인 것처럼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보고서를 발행한 기관은 언론에서 한국 보도한 데로 '미국신안보센터(Center of New American Security)'입니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07년 미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미셸 플로노이와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 박사가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기관은 한국으로 말하자면 '비영리 단체' 성격입니다. 출범 당시나 현재의 구성원(30명가량)이 민주당 계열 인사들과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관은 정확히 말하자면 정부나 의회, 정치 단체에 속하지 않은 기관입니다.

이 기관은 자신들의 누리집에도 "독립적이고 비정파적이며 비영리 조직으로써 국방정책과 국가안보에 관해 강력하고 실용적이며 원칙적인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 '미신안보센터(CNAS)'를 설명하는 누리집 첫머리 .
ⓒ 'CNAS' 누리집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한 예로 이 기관의 공동 창설자인 커트 캠벨 전 차관보가 지난해 4월 30일 한국을 방문해 "개성공단이 체계적인 북한 개방을 유도하는 건 실패했다"고 발언하자 이후 5월 6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캠벨 전 차관보 발언은 개인적 발언으로 미국 정부와는 다른 의견"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기관이 미국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인사들과 다소 많은 연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찬가지로 공화당 인사들과도 연계가 있듯이, 공식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이 기관은 오바마 행정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또한, 이 보고서의 가장 전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북한 정권 불안정설'입니다. 패트릭은 이 보고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분석가나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고 이러한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는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 언급하자면, 미국의 공식 정부기관인 '국가정보국(DNI)'과 '중앙정보국(CIA)' 국장들이 얼마 전 나란히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안정화되고 있고 강력하게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고 공식 보고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전술핵 3년 내 실전 배치'... 신년사 잘 뜯어 보면 답이 있다?

패트릭은 이 보고서는 북한이 3년 내에 전술핵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이러한 증거로 북한 김정은 제1비서의 올해 신년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대로 인용해 보면 "다소 암호 같은 2014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핵탄두의 소형화를 완성할 것을 요구했다. 논리적으로 보면 그의 언급은 미사일 앞부분에 장착할 핵탄두를 만들 것을 언급한 것이지만, (물론 이 부분은 분명히 중요한 목표이다) 그러한 이러한 언급은 (더 나아가) 전술 핵무기를 만들라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술했습니다.

.
▲ 패트릭이 보고서에서 북한 신년사를 언급한 부분 .
ⓒ '패트릭 보고서'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다시 말해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장거리 미사일 등에 장착할 핵탄두 개발을 독려했지만, 이는 사실은 전술핵 무기를 만들라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은 제1비서의 올해 신년사의 어떤 부분이 이러한 내용일까요?

북한의 2014년 신년사에서 굳이 이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찾는다면, 군사 관련을 언급하는 중에 "국방공업부문에서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 정밀화된 우리 식의 현대적 무장 장비들을 더 많이 만들어 자위적 국방력을 튼튼히 다져 나가야 합니다"라는 한 줄 조금 넘는 언급이 전부입니다. 이 언급을 핵탄두 개발 촉구를 넘어 전술핵 개발까지 요구했다는 증거로 보는 패트릭의 분석에 놀랄 뿐입니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국방에 관해 "정부는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면서 킬 체인(Kill-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해서 북한 정권이 집착하는 핵과 미사일이 더 이상 쓸모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2014년 북한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를 아무리 뜯어봐도 특히, 핵 능력 등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일반론적인 언급이 전부입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언급에서 보고서 저자인 패트릭의 말처럼 마치 '암호문'을 사용해서 확대하여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신통할 뿐입니다. 또한, 이러한 능력이 객관적이어야 하는 학술 보고서 형태로 등장하는 현실이 이상하기도 합니다.

한국 북한 공격 능력 부재... "보잉사 F-35SE 전투기로 공백 보충해야"

그렇다면 이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요? 우선 첫째, 간단히 말하자면 이러한 남북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많으니 한국이 군사비를 더 부담하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도 "보고서는 예산자동삭감으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삭감될 미국 방위비 지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며 "전쟁에 대비한 한미 준비태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한국이 이를 대신 부담하라는 요구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이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매체는 "보고서는 "미국에서는 국방비 지출의 우선순위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니, 한국이 더 큰 (방위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패트릭은 구체적으로 무슨 주장을 했을까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차세대 전투기 사업 관련 내용입니다. 패트릭은 이 보고서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 능력은 있으나 공격 능력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된 록히드 마틴사의 F-35 인도 시기 지연에 따른 전투기 공백을 언급하며 보잉사의 F-15 전투기를 보완적으로 구매할 것을 필요성을 강력히 지적합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강력하게 폭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 패트릭이 추가 전투기 구매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 .
ⓒ 김원식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공교롭게도 패트릭은 지난해 우리 정부가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보잉사 F-15SE 구매 계획을 철회하자 11월 22일 자 <동아일보> 기고를 통하여 같은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그는 "9월 말 FX 단독후보로 상정됐던 F-15SE가 최종 기종 결정 단계에서 부결된 뒤 많은 한국 언론들은 한국군이 FX 60대를 모두 F-35 스텔스기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과 역내 안보위협에 대비해 균형과 능력에 맞는 전투력을 갖춰야 하는 한국의 안보태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시에는 "이는 한국군의 큰 전력 공백을 초래할 것이고, 반대로 북한에 오판할 수 있는 기회를 증대시킬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보잉사의 F-15 전투기 구매 필요성을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아예 명확히 언급한 것입니다. 왜 유독 패트릭에 보잉사의 F-35SE를 한국이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보고서 결론 "한미일 군사 협력, 한일 정보협정 체결 중요"... 언론 언급 전무

그렇다면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술한 이 보고서의 최종 결론은 무엇일까요? 공교롭게도 이 보고서가 말한 최종 결론은 어느 한국 언론 매체에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페트릭은 이 보고서에서 8가지 결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항을 마지막 8번째로 '개선된 실제적인 지역 안보 협력(Improved, Practical Regional security
Cooperation)'이라는 제목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
▲ 한미일 군사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론 부분 .
ⓒ 패트릭 보고서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다시 말해 패트릭은 이러한 남북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무엇보다도 지역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는 "이러한 지역 안보는 한미일간의 협력으로부터 시작된다"며 "현재 한일간의 긴장은 한미 동맹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어 패트릭은 "(한일 간에 관계를 정상화하라는) 이러한 충고는 한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지만, 이는 한일간 고위급의 관심이 필요한 심각한 이슈"라고 주장합니다. 이어 "이러한 충고는 한반도의 취약성 측면에서 한가지 목표를 향하고 있다"며 "(한일간의) 군사정보 공유 협정 체결 실패와 미사일 방어 협력 협정의 실패 등 한국과의 삼각 비상 계획 작성의 실패는 한미일 모두를 안보 위험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어 "일본은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는 (군사) 작전에서 가장 중요하며 특히, 일본의 (군사) 정보와 미사일 방어 자산은 북한에 대비하는 지역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비록 한국이 뛰어난 인적 정보를 가지고 있으나, 일본은 최고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며 "일본을 지역 안보에 참가시키는 것은 최고의 즉각적인 군사적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보고서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참고로 패트릭 크로닌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친일파(지일파)'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도 패트릭은 이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패트릭의 보고서의 결론을 보도하거나 언급한 한국의 언론 매체가 전혀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태그:#남북관계, #남북충돌, #한미일 군사 동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