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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25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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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방안 진전과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5일 오후(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련국들은 이 두 가지에 주목했다.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추진... 6자회담 재개 기대는 어려워

헤이그의 미 대사관저에서 만난 한미일 세 정상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를 위한 공조 강화 차원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세 정상은 또 북한이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으며, 이를 위해 중국이 대북 설득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도 뜻을 같이 했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추진' 합의가 발표되자 지난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북한이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라는 문항은,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추동해서 북한에 제기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연상시킨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논의 내용 자체가 새로운 게 없고, 북한의 자발적 핵포기를 이끌어낼 새로운 인센티브도 보이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한미일 정상회담은 국내정치용 성격이 강한데다, 중국이 움직일만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북핵 문제 해결방안을 진전시키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정상회담 전날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자회담 재개 방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 차이를 나타낸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북한의 사전조치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반면, 시 주석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던 무렵, 북한은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번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는 최근 장사정포와 단거리로켓 발사처럼 한미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대한 대응인 동시에 한미일 정상회담의 북핵 문제 논의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 박 대통령에 한국어로 '반갑스므니다'... 서툰 한국말로 해결?

공식 정상회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난 아베 총리는 서툰 한국말로 박 대통령에게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 앉은 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만나서 반갑스므니다(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한일 정상회담을 계속 요청하다 거부당한 뒤 미국의 중재로 박 대통령을 만나게 된 자리에서, 악화일로인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압박으로 열렸다. 우리 정부는 아베 정부의 노골적인 우경화와 과거사 인식 변화 없이는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로의 귀환'을 내건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3각 동맹의 복원·강화를 강하게 추구해 왔고, 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을 양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이었다.

입장 번복 논란에 부담을 느낀 우리 정부는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 발표도 청와대가 아니라 외교부에 맡겨 격을 낮췄고, 회담 의제도 한일 과거사 문제는 제외하고 북핵 문제만으로 국한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박 대통령이 일본과 대립 중인 역사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것은 한일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맡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라며 "본격적인 한일관계 개선에는 여전히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해소가 높은 장애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베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종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한일 과거사 인식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45분간의 정상회담, 통역시간을 제외하면 그보다 훨씬 짧았을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북핵문제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별 진전없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