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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25일 광주는 흐렸다. 광주의 침침한 날씨만큼 들리는 소식도 흐렸다. 특히 고위공직자, 경제인들의 불미스런 소식은 광주의 여론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하루 5억 원 노역'으로 문제가 된 허재호 대주그룹 전 회장이 '구내 청소' 노역을 하게 된 가운데 이 판결을 내린 판사의 '재벌 봐주기' 논란이 입길에 오르내렸다. 광주시 전·현직 공무원 12명은 강운태 광주시장의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가 됐고, 앞서 예비후보 등록을 약속했던 강 시장은 이날 등록을 하지 않으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난 동기들은 작정하고 카드 도박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날 만난 광주의 한 대학생은 "서민들이 열심히 살면 뭐하나, 위에서 다 물을 흐리는데"라며 쓴소리를 했다.

시급 5555만 원짜리 '구내 청소' 하게 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광주 동구에 위치한 광주지방법원·광주고등법원 입구.
 광주 동구에 위치한 광주지방법원·광주고등법원 입구.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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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흐린 소식.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허재호 대주그룹 전 회장의 노역 종류가 25일 구내 청소로 결정됐다. 허 전 회장의 사례를 보고 있으니 얼마 전 동네 친구놈과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아직 취업을 못한 녀석은 "시급 6000원 받고 고깃집 불판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는 되물었다.

"6000원이면 (최저임금에 비해) 많네?"
"야, 네가 불판을 안 닦아봐서 그런 말하지. 그리고 5시간 뼈 빠지게 일해봤자 하루 3만 원 받는다."

광주교도소 측은 구내 청소를 설명하며 "냄새 나는 쓰레기 치우기, 맨홀 뚜껑 열고 오물수거, 쓰레기 분리수거, 연탄재 수거 방출 등 혐오작업으로 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 허 전 회장이 할 구내 청소가 '뼈 빠지는' 일이라 하더라도 시급 5555만5555원(하루 9시간 노동 기준)은 여전히 공감하기가 어렵다.

하루 5시간 허리 숙여가며 불판을 닦고 있을, 그러면서 하루 3만 원 손에 쥘 내 친구놈이 들었다면 참 많이 놀랐을 거다.

허 전 회장은 508억 원 법인세 탈세 등을 지시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벌금 납부 대신 노역을 할 경우 1일 5억 원으로 환산한다는 판결이다. 허 전 회장은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49일 동안만 노역을 하면 된다. 뉴질랜드로 도피했던 허 전 회장은 2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이에 2010년 1월 당시 '하루 5억 원 노역' 판결을 내린 장병우 현 광주지방법원장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허 전 회장 판결과 함께 지난해 '광주 북구 매곡동 이마트 입점 허가 판결'도 장 법원장의 판결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재벌 봐주기식 판결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 법원장은 지난해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이마트가 광주 북구를 상대로 낸 '건축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의 첫 '주민감사' 사례인 '매곡동 이마트 입점' 건은 광주시가 "해당 건축물은 용도지역과 맞지 않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속이는 등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2011년 7월 주민의 손을 들어준 사안이다. 이에 맞서 이마트는 같은해 10월 법원에 입점을 허가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8개월 만에 1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장 법원장은 2심에서 판결을 뒤집었다. 장 법원장은 "사위(詐僞)의 방법으로 건축허가 신청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건축허가 취소로 이마트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며 건축 허가 판결을 내렸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4일 성명을 내 "대형마트 입점이 가지는 지역 내 많은 부정적 문제점을 간과한 기업 편들기 판결, 나아가 천민자본주의적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이마트 입점 저지 운동을 벌였던 소재섭 북구의원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전무죄의 정형"이라며 장 법원장을 비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 '관권선거 시비' 휘말려... 전·현직 공무원 12명 기소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이 23일 오후 광주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대동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장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강운태 광주광역시장이 23일 오후 광주 상무지구 5·18기념공원 대동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장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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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흐린 소식. 23일 '재선 도전 공식 기자회견'을 연 강운태 광주시장은 25일 예비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강 시장 측은 "중앙당에서 신당 창당 이후에 예비후보 등록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해 (등록을) 보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웅래 민주당 사무총장의 말은 강 시장과 달랐다. "강운태 시장이 민주당 당헌 당규에 따른 예비후보 자격 심사를 받지 않아 등록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게 노 총장의 설명이다.

지역 정치권은 강 시장의 23일 기자회견을 두고 "관권선거 시비를 차단하려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또 악재 만난 강운태 시장... 재선 행보에 속도)

지난달 12일 광주시 선관위는 강 시장에게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치적을 인터넷언론사에 제공한 혐의로 광주시청 대변인실 소속 공무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다음날 광주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강 시장 임기 중 다섯 번째 압수수색이다.

노 총장의 말대로라면 예비후보 자격이 없는 강 시장이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서둘러 예비후보 등록을 하려다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현재까진 노 총장과 강 시장의 말이 달라 진상은 알 수 없지만 정치권은 물론 시민 여론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급기야 25일 오후에는 수사를 마친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광주시 전·현직 공무원 12명을 기소했다. 대변인과 팀장급 2명은 구속 기소, 나머지 10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곧바로 강 시장 측은 보도자료를 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법원에서 충분히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검찰의 기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고경영자과정' 동기 5명, 도박하다 적발

세 번째 흐린 소식. 앞서 13일엔 광주 한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동기 5명이 모여 도박을 하다 적발돼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5명의 면면을 보면 건설사·유통업체·제조업체·통신업체 대표, 학원장 등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 다닐 만큼 광주에서 꽤 이름을 알린 이들이다. 도박을 한 장소는 피의자 중 한 명이 소속된 건설사 소유 건물의 중식당이었다.

사건을 맡은 광주남부경찰서 형사과 측은 "일시 오락 아니라고 판단"해 기소 의견을 냈다. 한두 푼의 판돈이 걸린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단 말이다.

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 소개글을 보면 '인적 네트워크 구성', '지도자 간 상호 친교의 폭을 넓힐 기회'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1년에 500만 원이 넘는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며 구성한 인적네트워크가 결국 도박이었다니 실망스럽다.


태그:#허재호, #대주건설, #5억원, #노역, #장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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