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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서울시 청계천 시민위원회 위원장.
 조명래 서울시 청계천 시민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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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청계천은 경관 기능만 있고 하천으로서의 기능은 없었어요. 이 물은 한강에서 펌프로 가져온 것인데,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죠. 수량이 적더라도 흘러온 물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생태계의 먹이 사슬도 생기고, 그게 진정한 생태 하천입니다."

청계광장의 인공폭포 앞에 선 조명래(60) 서울시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이 말했다. 폭포수도, 청계천에 흐르는 물도 모두 한강에서 펌프로 끌어온 물. 하루 유입량이 많게는 12만 톤으로, 끌어오는 데만 매년 18억여 원의 세금이 쓰인다.

'인공수조', '콘크리트 어항'으로 불렸던 청계천. 조 위원장은 청계천이 이제는 생태적 기능을 갖춘 하천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펌프 한강물' 대신에 상류 지천을 연결시켜 물이 들어오고 나가게 해야 한다"며 "청계천을 자연 하천으로 바꾸고 사람은 구경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말하는 조 위원장의 뒤로, 폭포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또 행운의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기도 했다.

인공하천에 생명 불어넣을 '청계천 재복원'

햇살 좋은 18일 오후, 조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청계천을 걸었다. 청계광장에서 수표교까지 1.5km 구간을 걸으면서 청계천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청계천 역사성 및 자연생태성 회복(아래 회복안)'에 대해 인터뷰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회복안은 인공하천인 청계천을 생명이 숨 쉬는 생태하천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그 방안으로 '펌프 한강물' 대신에 인근의 상류하천을 끌어오자는 것. 백운동천과 삼청동천이 그 대상이다. 현재 두 하천은 도로로 덮여 있는 상태다. 조 위원장은 단순한 물길의 연결이 아니라 생태계의 연결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를 통해서 한강의 물을 끌어오는 비용과 전기세, 정수 비용 등 약 5억 9천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만 내려오는 게 아니라 물에 포함된 영양분이 유입되는 것이죠. 영양분에 의해 어류, 조류 등 여러 수중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또 모래가 청계천에 유입되면 생태계는 더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물길의 연장에서 생태계의 연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서울 청계천 모전교 구간.
▲ 인공적으로 곡선 수로를 만든 청계천 서울 청계천 모전교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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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 발족한 청계천시민위원회(아래 위원회)는 환경, 생태, 문화, 도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 등 26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가 주도적으로 청계천 보완에 나서지 않고 시민과 전문가, 시가 상호 협력해 개선안을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직후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힌 방침에 따른 것이다.

조 위원장은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이자, 환경단체 '환경정의'와 문화유산 보존단체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05년, 청계천 복원 당시에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청계천 소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불도저식 난개발을 지적하며 청계천이 무늬만 하천인 인공시설이라고 비판했었다.

위원회는 지난 2년 동안 청계천의 모든 것을 조사했다. 주변지역 조사·시민 모니터링과 설문조사, 시민열린회의 등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내용을 담아 회복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 회복안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다. 이 중 ▲ 생태하천 조성 ▲ 보행친화거리 조성 ▲ 시민참여 청계천관리 등은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역사성 회복의 핵심은 수표교 중건... "의지의 문제"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아래 있는 벽면으로 조명래 서울시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이 벽의 돌들은 이성계의 계비 강씨 무덤에 있던 것으로 태종 이방원이 강씨 무덤에서 가져왔"고 말했다.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아래 있는 벽면으로 조명래 서울시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이 벽의 돌들은 이성계의 계비 강씨 무덤에 있던 것으로 태종 이방원이 강씨 무덤에서 가져왔"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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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복안의 또 다른 포인트는 역사성이다. 급하게 복원한 청계천은 600년의 역사를 함께 이어오지 못했다. 조선 시대 4대문안의 주요 교통로였던 청계천의 옛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청계천과 이어진 주변 지역과의 수많은 역사도 숨겨져 있다. 때문에 회복안에서는 역사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통교가 나오자 조 위원장이 설명했다.

"이 돌들은 이성계의 계비, 강씨 무덤에 있던 거예요. 이걸 태종 이방원이 강씨 무덤에서 가져왔어요. 이성계가 왕위를 강씨 소생이자 세자인 방석에게 넘겨주려고 했다가 전처 소생인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켰죠. 이방원이 이후 정권을 장악하고 나니까 강씨가 미웠던 모양이에요. 강씨가 죽고 난 뒤에 묘지석을 파가지고 광통교를 만들었어요. 한양 사람들이 이 돌들을 밟고 다니라고 한 거죠."

이어 그는 "그때부터 이곳이 최고 권력자들이 알력을 벌이는 곳이 됐다"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청계천을 움직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걸을수록 청계천의 이미지는 회색빛이었다. 회색 콘크리트와 대리석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또 하늘 위로 솟은 빌딩들 사이의 청계천에는 그늘이 져 있다. 돌틈에, 보도에 심은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뻗고 있었다. 한 시간 가까이 걷자 청계천의 상징인 수표교가 나타났다.

전시용으로 제작해 놓은 수표교. 실제 수표교는 장충단 공원에 옮겨 졌으며 조선 세종 2년인 1420년에 세워진 수표교는 임금의 어가행렬이 지나가던 다리이다.
▲ 전시용으로 지어진 '짝퉁 수표교' 전시용으로 제작해 놓은 수표교. 실제 수표교는 장충단 공원에 옮겨 졌으며 조선 세종 2년인 1420년에 세워진 수표교는 임금의 어가행렬이 지나가던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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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어놓은 것은 전시용입니다."

조 위원장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전시용"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표교는 다리 모양새만 갖췄다. 진짜 수표교는 장충단 공원에 있다. 조선 세종 2년인 1420년에 세워진 수표교는 임금의 어가행렬이 지나가던 다리로 청계천의 상징이다. 세종 23년(1441)에 다리 옆에 수표(보물 838호)를 세워 청계천의 물높이를 재, 수표교로 이름 지어졌다.

지난 1959년, 청계고가를 설치하면서 수표교는 해체됐다. 앞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수표교를 원위치에 복원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2010년 3월 청계천에 원형 복원된 수표교가 완공됐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변 도로와의 관계를 문제로 복원을 반대해왔다.

조 위원장은 "수표교 중건은 역사성 회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에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는 "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 가능하다, 의지의 문제"라며 "수표교를 중심으로 지금보다 더 역사성이 있는 공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복원의 관건은 시민 참여"... 생태하천 가능할까

청계천 재복원에는 시민 참여도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위원회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건의했다. 바로 '시민참여형 거버넌스'의 구축이다. 지금은 서울시 투자기관인 서울시설공단이 청계천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지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에 청계천 관리를 위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시민이 청계천 운영에 참여할 여지를 높인다는 것이다. 또 하천 관련 업무 경력이 있는 시민들을 '청계천지킴이'로 선발해 청계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관건은 시민입니다. 청계천의 재탄생에 시민이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청계천 1단계 복원이 시장 한 명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2단계 복원은 시민이 중심이에요. 시민들의 생각이 바뀌면 청계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청계천 광통교-수표교 구간 주변에는 고층빌딍들이 들어서 있다.
▲ 고층 빌딩 속 청계천 청계천 광통교-수표교 구간 주변에는 고층빌딍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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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계천, #이명박 전 대통령, #인공하천,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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