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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의 발기인을 포함한 여러 동지들께 미리 상의 드리고 충분한 의견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고개숙인 안철수 "미리 상의 못 드린 것 사과드린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전국의 발기인을 포함한 여러 동지들께 미리 상의 드리고 충분한 의견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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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원짜리 회사를 가지고 126억 원짜리 회사랑 동등한 M&A에 성공했다."

지난 2일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통한 통합을 발표한 이후 기자들 사이에 돌았던 농담이다.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2명, 민주당 소속 의원이 126명인 점에 빗댄 것이다. 실제로 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대박'이다. 그러나 정치활동을 기업처럼 볼 수는 없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며 정치권에 이름을 올린 안 의원은 이제 현실정치에서 정치적 평가를 받을 무대에 올랐다.

정치노선 바꾼 안철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을 이룬 것은 한국정치사에서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다. 지난 1990년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합친 '3당 합당', 1996년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연대한 'DJP 연합'과 같은 사건과 비교되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성공한 결단'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의사로 시작해 성공한 벤처사업가를 거쳐 정치권에 뛰어든 안 의원은 대선후보로까지 나서면서 한국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계속된 인생성공 행보를 정치 영역에서도 이어갈지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으로 명확한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지난해 서울 노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것이 유일하다. 그것도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고,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의 무게감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치른 모의고사 수준의 일이었다. 

"돌아가는 다리를 불살랐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며 정치권에 몸을 던진 안 의원이 이제야 제대로 된 시험대에 오르게 된 이유는, 그가 그동안 펼친 정치행보에서 기인한다. 그는 기존의 양당정치로 인한 폐해를 '구태정치'로 규정하고 여야 모두와 거리를 두었다. 대선 출마선언 당시부터 구호로 사용한 '새정치'를 그대로 사용했고, 모든 사안에 '새정치' 의미를 부여했다. 제3의 지대에 머무르며 양당정치 거부감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삼았다.

물론 안철수는 인물의 참신함과 기존 정치에 대한 시민의 거부감 등으로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지난 1월 창당선언은 그것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새정치' 브랜드만으로는 사람을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안철수가 한다'는 것 외에 기존 정치권이 제시한 비전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선거가 다가오면서 굳건한 기반을 갖춘 기성정당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지지율도 떨어졌고, 사람도 모이지 않았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안 의원이 새정치의 노선을 바꾼 것으로 봐야 한다. 여야가 아닌 제3지대에서 자신의 정치실험을 계속 하기 어려워지자, 야당의 터로 옮겨간 것이다. 거기서 야당을 변화시키거나, 대체하는 것으로 새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낮은 지지율과 통합의 압박에 시달린 민주당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통합이 가능했다.

현실정치인 안철수의 첫 과제... 새정치연합 내부반발 수습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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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과정에서 안 의원은 리더십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통합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철저하게 이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지분을 키워왔다. 사실상 안 의원이 세 차례에 걸친 민주당의 혁신안 발표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결국 통합의 명분이 됐고, 안 의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줬다.

반대로 민주당과의 신당 창당으로 새정치를 한다는 게 설득력이 없어 지지기반을 잃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야권통합 논의를 오래 전부터 했기에 반발이 적지만, 새정치연합은 독자세력화를 이야기하면서 통합에 선을 그어왔다. 당연히 지지세력에는 배신감을 줄 수 있다. 특히 안 의원은 통합 결정과정에서 독단적인 모습으로 내부 측근들의 반발을 샀다.

비록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회에서 통합신당 창당을 추인했지만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윤여준 공동위원장 역시 "신당 창당은 불가피하고 담대한 선택"이라면서도 "제 역할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로 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지역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여야 양당구도를 깨겠다는 노선에 동참했던 인사들의 반발도 강하다. 지난 3일과 4일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안 의원은 2일 통합발표 직후 창당 발기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우리의 새정치, 그리고 정치 혁신을 멈추지 않고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항의와 비난은 그치지 않았고 안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운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기대와 애정에 배신하지 않겠습니다"라며 지지자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결국 안 의원은 통합신당을 통해 '새정치'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태그:#안철수, #새정치, #민주당, #새정치연합, #윤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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