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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회사 자재창고위에서 30명의 사람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 물류창고 지붕위 제설작업 통신회사 자재창고위에서 30명의 사람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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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많은 언론에서 다양한 계산 방식으로 추정치를 제시한다.

마당에 나가서 A4 종이 상자에 눈을 가득 담았다. 전자 저울에 달아보니 5.6㎏. 1㎥에는 A4종이상자가 대략 45개 들어간다. 5.6㎏×45=252㎏. 1㎥당 하중이다.

A4 상자 하나에 담긴 눈의 무게는  5.6Kg
▲ A4 상자에 담긴 눈의 무게 A4 상자 하나에 담긴 눈의 무게는 5.6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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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계산해 보자.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눈의 평균밀도는 0.3으로, 1㎡에 1cm의 적설은 3kg의 무게다. 강릉에는 150㎝의 눈이 내렸다. 1㎡에 150㎝의 눈이 쌓이면 그 무게는 450㎏(1㎡×3㎏×150㎝)이다.

보통 농가 지붕의 넓이를 50㎡ 정도로 본다면, 지붕 위에 쌓인 눈의 무게는 2만2500㎏이다. 몸무게가 75kg인 성인 남성 300명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지붕위 눈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 지붕위의 눈 치우기 지붕위 눈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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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로 6m 세로 3m 규모의 컨테이너 지붕에는 8100㎏의 눈이 쌓여 있다. 성인 남성 108명의 몸무게와 맞먹는 무게다.

삼각형 모양의 맞배지붕은 추녀와 지붕의 면적이 더욱 넓어 눈의 양이 2배 가량 많이 쌓인다. 지붕에 올라가 눈을 치워보면 그동안 녹거나 압축되어 70㎝ 가량의 눈이 쌓여 있다. 적석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면적이 넓어져 무게는 그대로인 셈이다.

조립식 건물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자 강릉 소방서 119대원들이 사다리를 올라가 지붕의 눈을 치우고 있다.
▲ 지붕 붕괴위험을 제거 하는 119 대원들 조립식 건물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자 강릉 소방서 119대원들이 사다리를 올라가 지붕의 눈을 치우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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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붕의 눈을 마당으로 쓸어내리면 그 양이 많아 마당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추녀 끝에 닿거나 추녀보다 높다.

지붕 위의 제설 작업에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추녀 끝의 눈을 돌아가면서 먼저 끌어 내린 다음 지붕에 올라가 지붕 끝자락의 눈을 조금씩 퍼낸다. 운동장 트렉을 돌듯이 바깥부터 안쪽으로 조금씩 퍼내려 지붕 양쪽의 균형을 맞추어야만 집이 넘어 가지 않는다. 한쪽 지붕만 치우면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지붕은 물론 집도 넘어간다.

많은 눈이 내렸을 때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마련하기에 편리하다.
▲ 소형 제설기 많은 눈이 내렸을 때 사람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마련하기에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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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 작업에는 다양한 장비가 동원된다. 눈삽은 그저 임시로 다니는 통로를 확보하거나 뒷 마무리 용이다.

강릉 사람들은 30㎝의 눈이 오면 '오다가 말았다', '올라면 제대로 오던가'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눈 치우는 데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눈은 힘에 부쳤다. 어쩔 도리가 없다.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이 눈을 퍼서 넘기기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중장비가 절실했다. 인력 지원만 오면 '눈 치우는 데 가르거치기만 한다'(방해된다)고 불만아닌 불평을 했다. 그래도 사람의 손이 무섭다.

소형 제설기도 한 몫을 한다. 인도에 통로를 만드는 데 제격이다. 눈을 기계 안으로 감아들여 멀리 날려 버린다. 두 사람이 지나갈 만한 길을 금방 만든다. 또 눈을 밀어내거나 퍼올리기에 적합한 장비도 있다.

강릉시청 직원들이 경포호수변 탐방로 눈을 치우고 있다.
▲ 경포호수변 제설작업 강릉시청 직원들이 경포호수변 탐방로 눈을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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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가 최고다. 공사장에서 땅을 고르는 데 사용되는 불도저는 힘이 엄청나다. 5~6m씩 눈을 밀어서 압축한 뒤 도로 옆으로 밀어낸다. 두 번만 왔다 갔다 하면 도로 바닥이 보일 정도다.

도심지 도로의 눈을 치우고 있다.
▲ 제설에 동원된 중장비 도심지 도로의 눈을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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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내 중심도로에서는 굴착기가 힘을 쓴다. 보통 6W라 불리는 이 장비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삽날로 눈을 모아서 덤프 트럭에 퍼 담는다.

이것보다 더 유용한 것은 골재상에서 모래나 자갈을 퍼서 차에 담는 장비다. 눈을 한곳에 모아서 두 서너 번만 퍼올리면 일할 자리가 난다. 도로 양쪽을 통제하고 각종 중장비가 동원되는 제설작업은 토목 공사현장을 보는 듯하다.

도로가의 눈을 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 중장비 제설작업 도로가의 눈을 장비를 동원해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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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동자들의 제설 작업은 더욱 힘들다. 눈범벅이 된 기관차와 객차의 연결 부위의 눈을 쓸고 털어내야 한다. 유압호스, 전기 장치 등등의 케이블도 마찬가지다. 또 선로 변경지점은 눈을 퍼내고, 스팀을 이용해 언 곳을 녹이고 긁어내서 제대로 이어졌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신호등을 가릴 만큼 많아진 눈을 치우는 것도 당연하다. 승객들이 드나드는 통로의 눈을 치우기 위해서 선로 보수용 열차에 중장비까지 동원한다.

선로 제설작업은 매우 어렵다. 선로연결부위의 눈을 말끔히 치워야 탈선 등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 철도제설작업 선로 제설작업은 매우 어렵다. 선로연결부위의 눈을 말끔히 치워야 탈선 등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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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작업의 불청객은 정치인, 공기업 사장, 조류독감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지난 13일 강릉을 방문했다. 최명희 강릉시장의 브리핑, 홍제동 안길 제설작업, 언론 인터뷰 등에 걸린 시간은 30분이 안 된다. 집권당 대표가 관심이 가져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에 대한 준비에 더 많은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점이다. 제설지원에 나섰던 경찰들도 경비에 동원됐다.

강릉역에서 승객들 이용 통로의 눈을 치우고 있다.
▲ 중장비를 이용한 선로 제설 강릉역에서 승객들 이용 통로의 눈을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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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최연혜 사장의 뒤늦은 방문도 구설수에 올랐다.

코레일은 최 사장이 눈이 그친 15일과 16일 강원도 동해역과 강릉역 등을 찾아 강원본부 직원들과 직접 승강장 눈을 치웠다고 알렸다. 하지만 코레일 직원들은 최 사장의 방문이 달갑지 않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 15일 폭설이 내린 강원을 찾아 현지 직원들과 제설작업을 벌였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 15일 폭설이 내린 강원을 찾아 현지 직원들과 제설작업을 벌였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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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직원 A씨는 "폭설로 중단됐던 열차 운행을 밤샘 제설 등으로 정상화 시켰는데 최 사장이 뒤늦게 와서 사진만 찍고 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주말도 반납하고 제설에 동원됐던 행정지원팀 직원들이 토요일과 일요일 최 사장의 방문으로 쉬지도 못하고 보여주기식 제설에 동원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최연혜 사장이 강릉역에 도착한 시각은 15일 오후 5시 6분. 최 사장이 직원들과 환담을 나누고 제설작업을 한 다음 사진을 찍고 강릉역을 뜬 시각은 6시가 좀 지나서였다. 최 사장이 제설작업을 위해 강릉역에 머문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최 사장은 다음 날인 16일 오전 11시 묵호항역과 묵호역을 들른 다음 동해역에서 대전으로 출발했다.

원주에서 철새 조류독감 양성 반응으로 방역초소가 마련되었다.
▲ 조류독감방역 원주에서 철새 조류독감 양성 반응으로 방역초소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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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불청객은 조류독감이다. 원주의 철새 분변에서 조류독감 양성 반응이 나오자 주요도로에 방역시설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제설작업에 동원됐던 인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태그:#강릉폭설, #제설작업, #지붕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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