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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균 재판장의 태도가 중후기에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감사원장(10.25)으로 간 직후였다고 판단한다. 재판 후기로 가면서 검찰에 대한 재판장의 석명과 개입이 많아졌다. 황찬현과 이범균, 관계가 있다면 법원장과 재판장 정도일 것이다. 중요한 국기문란사건 재판이 한참 무르익는 과정에서, 그것도 국감 직전에 이례적으로 현직 법원장의 감사원장 지명이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재판에 과연 순수성과 독립성이 있나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7일 오전 밤새 한숨도 못잤다고 토로했다. 증거가 부족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재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았던 재판부 이범균 재판장과 배석판사들은 "그들스스로 너무나 잘 아는 판결을 했다"고도 꼬집었다.  박 의원은 "여러 모순과 한계가 있어서 법률전문가들조차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하고, 오로지 형식논리에 따라 기계적으로 짜 맞춰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또 물었다.

"정말 재판부는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해 유죄라는 판단을 안했을까? "

7일 오전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 직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층 박 의원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판사 출신이기도 한 박 위원장은 "이 재판은 상식에 입각해서 보면 어려운 재판이 아니"라며 "무려 107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쓰면서 모든 쟁점을 면 분할로 조각 내서 나열했고 판단했지만, 그건 나무만 본 거지 숲을 본 게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 숲이 뭐냐면 바로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그리고 그 이튿날인 17일 오전 9시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이라며 "이걸 김용판 전 청장이 지시했다고 판결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 이게 시기적으로 옳았나? 내용적으로 진실인가? 그것만 판단하면 된다. 시기적으로 옳지 않았고 그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면 그건 부당한 지시인 것이고 그럼 유죄인 거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용판 무죄 논리라면 원세훈도 무죄 가능하다"

민주당이 7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무죄 판결과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한 긴급의원총회에서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이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이 7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무죄 판결과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한 긴급의원총회에서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이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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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재판에서 무죄가 판결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진단이 나오는데 어떻게 판단하나.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정치·선거 관련 트윗·리트윗으로 분류한 글을 121만228건에서 78만6698건으로 42만여 건 줄인 것은 대세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 쟁점은 댓글 내용과 소유자 소명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부분에서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국정원도 경찰과 마찬가지로 구조가 원장, 차장, 심리전단장, 팀장, 팀원으로 돼 있다. 김용판 전 청장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원장과 차장, 심리전단장 등만 기소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전부 기소유예 했다. 검찰이 수사진을 하나도 기소 안 한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국정원도 원세훈 전 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각 팀의 팀장, 팀원으로 4단계를 거친다. 이들 사이에 전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봐야 하는 거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맞춰지기가 쉽지가 않다."

- 원세훈 전 원장의 경우에는 원장님 지시강조말씀 등 구체적인 증거가 있기 때문에 무죄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도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포괄적, 추상적 내용이 구체적으로 구현된 댓글내용과 부합하느냐, 이 부합성을 따지면 당연히 부합하지 않는다. 정확히 일치되지 않을 것이다. 또 김용판 전 청장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국정원도 원세훈 전 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단장 등 4단계로 나뉘어져 있고 이들은 모두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결국 팀장과 팀원들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안 하는지, 또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그들의 진술에 따라 판결하게 될 수 있다.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재판 구조를 원세훈 전 원장의 재판에 대입해보면 팀장과 팀원들이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서 한 거냐의 증언이 불충분하고 모호할 수 있다. 결국 같은 구조의 재판으로 증거가 부족하니 무죄다, 이럴 수 있다. 그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청장의 경우도 17명의 경찰관 진술은 다 똑같은데 권은희 수사과장 1명의 진술이 달라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원세훈 전 원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 재판부가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탄핵한 점이 문제라는 건가.
"이 판결은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여러 간접 사실을 이어줄 논리칙과 경험칙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결정적 하자가 있다. 간접증거인 권은희 전 팀장 1인의 진술과 마찬가지의 간접 증거에 불과한 17명의 경찰관 진술, 그리고 경찰관인 피고인의 진술을 증거의 질 혹은 가치를 따지지 않고 평면적으로 나열해 증거의 양에 따라 절대 다수인 나머지 경찰관들의 진술에 증거가치의 우위를 인정했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부여한 경찰조직의 특성, 또 이들은 구속상태가 아닌 등 자유로운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입을 맞출 개연성이 있었다.

권은희 전 팀장은 내부고발자다. 세계적 법이론에 따라 내부고발자의 정신과 가치를 조금이라도 경청했다면 그렇게 권 전 팀장의 진술을 가벼이 탄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1 : 17 이라는 형식논리에 의해 다수 경찰관의 말을 믿고 권 전 팀장의 말은 배척한 것이다. 그러나 그 17명은 설령 그들이 99명이 있었다 해도 1명과 같다. 이에 대해 판사는 논리칙과 경험칙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재판도 마찬가지다. 조직적으로 그렇게 많은 양의 댓글과 트위터 등을 올리려면 그 조직의 최고 사령탑인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범균 재판장의 재판태도, 중후기에 왜 달라졌을까?"

- 이범균 재판장은 서울시 탈북공무원 간첩사건에 무죄판결을 내리는 등 꽤 공정한 재판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판 전 청장과 원세훈 전 원장 등과 관련된 재판에서 재판 초기와 중후기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저는 그 시점이 지난해 10월 중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두세 단계를 뛰어넘어 감사원장으로 간 직후였다고 판단한다. 재판 후기로 가면서 재판장이 검찰에 대한 석명과 개입이 많아졌다. 내용은 대체로 공소장의 논리적 정합성, 수사의 부족 부분과 미비한 점 등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많았다. 특히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트윗 계정과 트윗계정의 소유자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걸 밝히라는 지적도 했다. 이것은 매우 옳은 지적이다. 그 외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장이 굉장히 이 사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보는 쪽으로 바뀐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 황찬현 감사원장과 이범균 재판장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재판태도가 달라졌다고 분석하나.
"관계가 있다면 법원장과 재판장 정도일 것이다. 아주 중요한 국기문란사건의 재판이 한참 무르익는 과정에서 그것도 국정감사 직전에 전격적으로 단 한번도 전례가 없었던 현직 법원장의 감사원장 지명이라는 일이 벌어졌다. 법조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재판에 과연 순수성과 독립성이 있나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밀하게 어떤 부분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결론을 뒤집어 놓고 보면 이 판결문이 갖고 있는 여러 모순과 한계가 있다. 그래서 법률전문가들을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거다. 판단미비도 있고. 그러니까 어떤 특정한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맞춘, 형식적으로 기계적으로 맞춰나간 판결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과연 재판부는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해 정말 유죄의 심정이 없었을까 싶다.

이 재판은 상식에 입각해서 보면 어려운 재판이 아니다. 무려 107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쓰면서 모든 쟁점을 면 분할로 조각 내서 나열했고 판단했지만, 그건 나무만 본 거지 숲을 본 게 아니다. 그 숲이 뭐냐면 바로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 그리고 그 이튿날인 17일 오전 9시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이다. 이걸 김용판 전 청장이 지시했다고 판결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 이게 시기적으로 옳았나? 내용적으로 진실인가? 그것만 판단하면 된다. 시기적으로 옳지 않았고 그 내용이 진실하지 않다면 그건 부당한 지시인 것이고 그럼 유죄인 거다. 그런데 재판부는 그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

- 민주당은 1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특검으로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과연 특검이 새누리당과의 협상에서 관철될 수 있다고 보나.
"과거로 돌아가면 작년 12월 예산국회 때 특검카드 때문에 예산의 발목을 잡을 수는 없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감수했어야 했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개인 견해다. 당시 보편적 정서로는 무리였다. 단기적으로 보면 2월 국회에 먹구름 잔뜩 끼었다면 곧 비가 내린다는 얘기인데 비가 올 걸 뻔히 안다면 우산이나 우비를 준비해야 한다. 큰비가 내린다면 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2월 국회에 특검카드를 걸어야 한다. 결국 무죄가 나고 확정판결이 된다고 해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이 가려진다고 보지 않는다. 12.12 군사쿠데타, 5.18광주…, 다 법원에 의해 성공한 쿠데타라고 해서 무죄를 받았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뒤 다 유죄확정 받았다. 지금은 권력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으니, 집권 1년차니까 그런 것이다. 수사팀 해체에 따른 검찰의 부실수사, 공정하지 못한 재판의 결과다. 그러나 이건 잠시일 뿐이다. 우리가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와 화두를 잃지 않고 일관되게 밀고 나간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라고 본다."

"12월 3일 4자회담은 잘못된 만남"...김한길 지도부 책임 거론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특검촉구 및 김용판 부실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황교안 장관 해임과 특검 즉각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구호 외치는 민주당 "특검만이 답"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특검촉구 및 김용판 부실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황교안 장관 해임과 특검 즉각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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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연말 민주당이 특검을 관철할 기회가 있었는데 스스로 내던진 건 아닐까?
"12월 3일 원내대표-수석부대표간 4자회동이 잘못된 거라고 본다. 작년 12월 초는 정의구현사제단을 넘어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성명이 나오던 최고조기였다. 그 시점에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특위 방안을 받고 특검은 계속 논의한다고 임시 봉합을 했는데 아쉬운 일이다."

- 2월 국회에는 예산문제도 없는데 무슨 카드로 새누리당을 설득해 특검카드를 관철할 수 있나.
"의료영리화 관련된 법도 있고 또 기초연금과 관련된 법안도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모두 민주당이 절대로 새누리당 의견을 받아 통과시켜서는 안 되는 법이다. (긴 한숨)"

-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무죄선고 직후 김한길 대표에게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엄정하고도 무거운, 추상같은 의지의 피력이 필요하다는 차원의 얘기였다.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무죄는 부당하므로 반드시 특검을 해야 한다는 투쟁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그:#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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