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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여수지점에서 카드 재발급을 기다리는 고객들
 국민은행 여수지점에서 카드 재발급을 기다리는 고객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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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들 같으니라구, 돈 벌 생각만 하지 보안에는 안중에도 없는 XXXXX."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은행에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욕하는 소리다. KB국민카드를 재발급받기 위해 국민은행 여수지점을 찾은 22일 오전 11시 반 창구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의 고객정보 유출로 1억건 넘는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이야기는 모든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서면서 불만을 토한다.

"어제 인터넷진흥원에 들어갔더니 돈은 유출되지 않았지만 제 정보가 유출됐어요. 불안해서 카드를 폐기하고 당분간 해지할 참이에요."

50대로 보이는 또 다른 아주머니도 "오늘 아침 인터넷진흥원에 들어가 봤더니 제 정보가 유출돼 재발급 받기 위해 왔어요"라며 불만 섞인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린다.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직원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제 아침 카드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내 정보가 노출됐다며 비밀번호 끝 번호 두 자리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 줬는데 아차 싶어서 다시 확인 전화했더니 700원이 빠져 나간다고 했지만 불안해서 왔어요. 괜찮을까요?"

은행에서는 앉아있는 모든 손님들에게 '고객정보 유출 대고객 안내문'을 돌리며 읽어보라고 권한다. 은행에서 제공한 자료 내용이다.

▲ 이름 유출 -국민, 농협, 롯데 ▲ 주민번호 유출 – 국민, 농협, 롯데 ▲ 카드번호 유출 – 농협, 롯데 ▲ 유효기간 유출 – 농협, 롯데 ▲CVC 유출 – 세 곳 모두 유출 안됨  ▲ 비밀번호 유출 – 세 곳 모두 유출 안됨

국민은행 관계자들은 손님들에게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귀담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시간 쯤 기다려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CVC와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재발급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믿을 수 있는가? 재발급 신청을 하고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창구 직원과 대화가 오갔다.

"입구에서 한 분이 육두문자로 욕하던데 욕 안들었어요?"
"말도 마세요. 평생 먹을 욕 사흘만에 들었어요."
"점심시간이 됐는데 식사는 안하세요?"
"아니요.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밥 안 먹어도 배불러요. 요즘 직원들 밤 8시까지 근무합니다. 저희들도 그놈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잡아서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

검찰에서는 고객정보 추가 유출 가능성이 없다지만 시중에서는 불안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때마침 할머니 한분이 카드를 들고 오면서 "내가 카드를 해지 한 적이 없는데 보름 전에 카드가 해지 됐다"고 하며 확인할 방법을 묻는다.  창구 앞에서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부아가 끓어오른다.

지점장을 찾으니 "지점에서는 언론과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어 죄송하다"며 "이번 사태를 일으켜 무조건 죄송하다"며 사과한다. 고개 숙여 사과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보이지 않음은 뭘까?

점심을 굶고 오후 2시가 되어 집에 돌아와 TV뉴스를 보니 카드재발급 신청 건수가 229만 건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신청건수가 많아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알 수가 없단다.

카드번호를 재발급 받은 사람은 기존 카드로 자동이체했던 관계기관에 변경된 카드번호를 신고해야 한다. 가슴 속에 또다시 부아가 치민다. 이 같은 사태가 나도록 방치한 무책임한 금융당국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개인정보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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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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