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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응원하는 중앙대 청소노동자 40여 명은 지난 12월 16일부터 토요근무 폐지·노동시간 조절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 천막농성장 지나가는 학생들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응원하는 중앙대 청소노동자 40여 명은 지난 12월 16일부터 토요근무 폐지·노동시간 조절 등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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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도 대학에 입학한 이래, 이토록 학교 이름이 부끄러운 적은 없었습니다. 요즘 뉴스에,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대학,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바로 그 중앙대학교입니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저희 학교에서는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앙대는 1월 3일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법원에 '대자보, 구호 등 1회당 100만 원 지급'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중앙대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100만 원 대자보'를 줄지어 붙였고, 학교는 대자보를 철거했습니다. 그래서 전 이렇게 학교가 철거하지 못할 공간에 대자보를 쓰게 되었습니다(관련기사 : <'100만원' 대자보 뜯은 중앙대 "미관상 좋지 않다">).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글을 비롯해 파업에 대한 학교의 입장이 연일 중앙대 커뮤니티에 공지사항으로 올라오고,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발송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굳이 공지사항에 띄우지 않아도 될, 학교의 입장을 규탄하는 학생이나 동문 개인에 대한 반박이나, 반박을 넘어선 위협(?)까지도 포함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홍보실장님은 공지글에서,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특정 학생의 필명을 직접 언급하며 학생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모욕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위협으로 느껴질 만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관련기사 : <중앙대, 댓글 학생에도 "법적 조처" 으름장>), 홍보실은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학생의 필명을 공지글에서 재언급하며 "익명의 뒤에서 직접 설명 없이 이른바 언론플레이로 보호받을 생각을 하셨다면 일을 더 크게 만들 뿐"이라고 더욱 노골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해당 공지글에서 "외부에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우리 대학의 내부 커뮤니티"를 언론에서 "소상하게 알고 있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학교 관계자 분들은 학교 커뮤니티가 폐쇄적 공간이므로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협박과 회유, 권위주의를 앞세우는 논리가 통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익명의 다수가 이용하는 학교 커뮤니티는 비록 중앙대 구성원들만 이용한다 해도 이미 공적인 공간입니다. 중앙대는 구시대적 권위주의를 앞세워, 자유로워야 할 학교 커뮤니티에서마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 두려운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 8일 학내 커뮤니티 공지사항에 올라온 총장님의 말씀대로 "공급과잉의 저임금 직종"인 학교 구성원들 중, 가장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의 편에 학생들이 서는 것을 이토록 못마땅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람이 미래다"는 다 어디로... 학교가 소통으로 해결에 나서길

"대자보 떼는 학교... 안녕 못한 학생들" '100만원 대자보'로 논란이 된 중앙대학교(이사장 박용성) 관계자가 교내에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를 7일 오후 5시 20분께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며 떼고 있다.
 "대자보 떼는 학교... 안녕 못한 학생들" '100만원 대자보'로 논란이 된 중앙대학교(이사장 박용성) 관계자가 교내에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를 7일 오후 5시 20분께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며 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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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한 자가 아니기에 청소노동자는 학내 구성원이 아니라고요?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학교는 매일 공부하는 곳, 출근하는 곳으로 그들 삶의 일부입니다. 청소노동자들에게도 학교는 매일 출퇴근하는 일터이자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으로서 삶의 일부입니다.

일터에서 좀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일하기 위한 조건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 '학교 이미지' 운운하며 그나마 없는 힘을 더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 <황당한 중앙대 청소노동자 계약서 '작업 중 콧노래 금지·앉아 쉬지 말 것'>). 그것은 교육기관이고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더욱이 그 사람들의 행위를 지지하는 학생들, 성숙하지 못한 대응을 하고 있는 학교를 비판하는 학생들을 입막음하려 하고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대학에 기대되는 처사가 아닙니다.

대학이 학위 발급처가 되고, 수업은 학점 따기 경쟁의 장이 되고, 학생은 점수의 노예, 교수는 점수 주는 사람이 된 지 오래라고들 말합니다. 그리고 저희 학교에서는 효율성의 원칙에 입각하여 요 몇 년 사이에 몇몇 학과들이 없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대학이 여전히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 사람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은 우리에게 현실에 순응할 것과 현실에 저항할 것, 두 가지를 함께 요구합니다. 그래서 대학에서 저는 그렇게, 현실에 눈감는 법도, 옳지 못한 일에 저항하는 법도 모두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실은 종이 한 장 차이인 이 두 가지 삶의 방식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저의 몫이겠지요.

그렇기에 저는 인간다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파업에 나선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청소노동자와 학생을 비롯한 학교구성원에 대한 학교의 부당한 처사를 규탄합니다.

청소노동자 파업 이후 일련의 사태들에 대응하는 학교 측의 일관된 논지는 '학교 이미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는 주체는 학교 측에서 말하는 '외부세력'인 청소노동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바로 당사자인 중앙대입니다. 마치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이미지를 망치는 적대세력인 양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기를 멈추고, 학교가 소통을 통해 올바른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나아가 저와 같이 학교 이미지가 더 이상 실추되지 않기를 바라는 많은 중앙대 학우들과 동문들과 옳지 못한 일에 저항하라고 가르치신 교수님들과 대학이 단지 재단만의 소유가 아니며 인재를 양성하는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많은 국민들께서 저희 학교 청소노동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2008년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됐습니다. 두산그룹의 광고 카피 "사람이 미래다"가 정말 진실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중앙대가 언론에 보도될 때에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중앙대 역사학과 2010학번 류소연


태그:#중앙대, #청소노동자, #청소노동자 파업, #대자보, #중앙대 대자보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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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관심이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대학생입니다. 항상 여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1기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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