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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로소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부분에 도달했습니다. 바로 '선거의 본질'입니다. 선거라는 것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부터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그 작동원리는 똑같습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활용하는 가용자원의 차이나 참가하는 유권자의 수, 매체의 활용 등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선거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고 그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누구인지 알아야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그 본질을 캐보겠습니다. 미리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제목과 같이 선거란 아는 만큼 이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예시로 든 사례들은 '옳다 또는 그르다'를 떠나서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든 것입니다. 정책 혹은 공약의 가치판단이 아니라는 점, 꼭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는 '옳다 또는 그르다'로 판단하지 않고 '좋다 또는 싫다'로 판단한다는 선거판의 명언이 여기서도 적용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숙지하셔서 예비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선거의 3요소

선거에 대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선거란 무엇인가요?

선거란 우리들을 대표하여 일할 사람, 즉 대표자를 뽑는 것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으로서 국가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상, 공간상, 비용 상 제약 때문에 학급살림이나 나라살림을 모든 사람과 함께 참여하여 꾸려나가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을 대신하여 일할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필요한 것입니다.

아주 간결하지요? 이런 답은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답변이지요. 아마도 여러분이 궁금해 하는 선거의 본질은 이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선 제가 강의 할 때는 선거의 3요소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선거의 성패를 가르는 3요소로 바람, 구도, 텃밭을 들 수 있다.
▲ 선거의 3요소 선거의 성패를 가르는 3요소로 바람, 구도, 텃밭을 들 수 있다.
ⓒ 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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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성패를 3요소로 바람, 구도, 텃밭을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바람은 때로는 '정당'이라는 단어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잘 외워두시기 바랍니다. 바람구도텃밭, 바람구도텃밭, 잠을 자다가도 쿡 찌르면 나오는 바람구도텃밭... 구체적으로 파 보겠습니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제대로 바람을 타면 이깁니다. 상대방 진영에서 아무리 거물이 나와도 못 막습니다. 그렇다면 이 바람이라는 것이 뭔지 알아야겠죠? 다음 그림은 바람을 설명한 그림입니다. 따로 분석을 해야 하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을 일부러 제외했습니다. 아주 옛날 선거부터 톺아보죠.

대부분의 선거에서는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을 제대로 타는 것이 중요하다.
▲ 선거에서의 바람 대부분의 선거에서는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을 제대로 타는 것이 중요하다.
ⓒ 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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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은 김대중 정부의 후반기였습니다. 또한 그해 6월 13일에 치러진 제 3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의 정권 재창출이냐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냐를 두고 겨루는 대선 전초전이었습니다.

당시의 민심은 정부여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았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산층의 몰락이 현실화 되고 부의 양극화는 심화되었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서울시장 후보로 386세대의 대표주자인 김민석을 내세웠습니다.

한편,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권 말 경제문제로 인해 민심이 이반되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했습니다.'경제회생'을 제일 화두로 던지고 서울시장 후보로 현대건설에서 성공신화를 쓴 이명박 후보를 내세워 'CEO 서울시장'으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었습니다. 정부 여당은 참패를 면하지 못했지요.

전통적인 민주당의 지지층까지 외면을 하면서 민주당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김민석의 낙선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차원에서도 겨우 전남, 전북, 광주, 제주 4석만 건지는 초라한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서울의 구청장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게 더욱 심각했습니다. 중구와 성동구, 관악구 겨우 세 곳만 구청장을 당선시킬 수 있던 것입니다.(이 세 곳을 주목해 주십시오.) 서울의 정당별 득표도 한나라당이 182만9597표를 얻어, 141만7246표에 그친 민주당을 41만2351표 차로 눌렀지요. 바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바람, CEO 시장의 바람은 그만큼 거셌던 것입니다.

바람은 선거의 기본조건

바람이라는 것은 정당의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뒤집어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한다는 것은 선거의 기본적 조건 중 하나를 포기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무소속의 서러움과 절절한 안타까움이라는 것을 종종 들어보셨을 텐데, 바로 기본 조건을 포기했기 때문이죠.

2002년 선거 외에도 그림에서 보셨다시피 계속 탄핵바람이라든지, 정권심판 바람 등 무수한 바람이 선거를 좌지우지했습니다. 제대로 바람을 탄 후보는 당선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후보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2012년 총선과 대선은 어떤 바람이 불었을까요?

2012년의 바람은 정/권/교/체

누가 뭐래도 2012년에는 정권교체 바람이 불었습니다. 변화의 추이를 살펴볼까요?

2010년 10월 28일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 21'이 한국정책과학연구원(KSP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 이명박 정부의 재집권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1.6%가 '정권교체'의 응답을 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했습니다.

약 1년이 지난 2011년 6월 13일 조선일보는 묘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습니다. "'만약 박 전 대표가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이명박 정권이 재창출된 것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권이 교체된 것으로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정권 교체'(50.1%)가 '정권 재창출'(34.6%)보다 많았고 '모름·무응답'은 15.3%였다."라는 것입니다.

정권교체라는 것은 한자 뜻 그대로 政權交替! 정치권력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과 향후 등장할지 모르는 박근혜 정권을 다른 정권으로 보았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다면 파시즘적 성격을 가질 것이라고 예견했던 몇몇 정치컨설턴트들과 정치인들은 이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듬해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가 시작이 될 때 즈음, 이런 결과를 명심하고 있던 박근혜 후보 진영은 '정권교체'의 민심을 받아 안으면서 박근혜 자신으로 정권을 교체해달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엿새 째, 투표를 불과 보름 여 앞두고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실패한 정부로 몰았던 것입니다. 정권교체라는 아젠다가 선거의 바람이라는 것을 인식한 처사입니다.

"이명박 정부도 양적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2012년 12월 2일, 강릉시 성내동 택시부 광장 유세현장에서 박근혜 후보

2012년 초만 해도 "현 정권과 인위적 차별은 없다"라고 공언했던 인물이 이렇게 전략적 차별화를 구사한 것은 '정권교체'라는 상대편의 주장을 자신의 아젠다로 소화해서 상대방 문재인 후보 캠프의 김을 빼버림과 동시에 정권교체라는 '바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대단히 효과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슈의 삭감입니다. 당시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지지층의 14.0%도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을 한 것에 대한 영리한 선거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거센 바람, 정면으로 뚫거나 우회하거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 더군다나 나에게 유리하지 않은 바람이 몰아칠 때, 많은 후보자들은 아예 포기하거나 망연자실해 합니다. 그런데 이런 거센 바람을 정면으로 뚫거나, 아니면 우회로를 택해서 당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CEO시장론'바람이 거세게 불 때, 서울에서는 온통 한나라당 후보가 구청장으로 당선이 되었지만 중구와 성동구, 관악구 세 곳만은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이 경우는 든든한 텃밭이 승리의 지렛대 역할을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든든한 텃밭을 믿고서 그 자신 역시 CEO 시장만큼이나 훌륭하다고 맞받아 친 경우였습니다.

2004년 탄핵에 의한 역풍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은 거의 죽다 살아났습니다. '탄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존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후보들은 거의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센 탄핵 역풍을 뚫고 서울에서 당선되었던 한나라당 후보가 있던 것입니다. 특성을 찾아보니 '탄핵역풍'이라는 거대한 바람에 정면을 선택하지 않고 우회로를 선택한 경우였습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후보자 개인의 퍼스낼리티를 극대화 시킨다든지, 싸우는 방법을 달리 한다든지 하는 우회로를 선택한 경우였습니다.

참 희한한 것은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자의 경우 대게 자신이 왜 이겼는지에 대해서 비교적 정확하게 아는 것에 비해, 패한 후보자의 경우 아예 복기를 하지 않거나 패한 이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람은 선거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바람을 제대로 타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바람이 불 경우, 정면으로 뚫고 나가든지 우회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거는 아는 만큼 이긴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덧붙이는 글 | 다음 연재할 내용은 구도와 텃밭에 대한 이야깁니다.



태그:#바람, #구도, #텃밭, #선거의 3요소,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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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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