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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주)조은시스템 김희용 본부장이 15일간 모금한 동료들의 정성을 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 모금액 전달 12월 20일 (주)조은시스템 김희용 본부장이 15일간 모금한 동료들의 정성을 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 신용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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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인천공항은 연말을 맞아 늘어나는 승객과 한 해의 마감준비, 또 계속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상은 연말연시 분위기로 조금은 들떠 있고 한파는 계속되지만 그래도 소외된 곳, 어려운 곳을 바라보는 고마운 시선들과 마음이 있어 여러 독자분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5월 13일 인천국제공항 항공보안처 보안검색팀 소속 협력업체 (주)조은시스템에서 근무하던 김광중(37세, 남)씨는 퇴근 후 갑작스런 지주막하 출혈과 급성 수두증을 동반한 뇌출혈로 쓰러졌다. 부천 세종병원으로 후송되어 긴급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이 없고 전혀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상태로 투병 중이다. 병원은 앞으로도 6개월 이상의 약물및 물리치료가 요구되며 추후에도 상태의 호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밝혔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지난 11월 그의 부인은 딸을 출산하였고, 가족들은 육아와  한 달 400~500만 원에 달하는 그의 입원비로 이중삼중의 고초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태어난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빠과 아빠의 사랑스러운 품에 안겨보지 못하는 딸은 가족과 주변 동료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에 동료들이 나섰다. 지난 12월 1일부터 인천공항 국제선 3, 4번 출국장과 환승장 등 (주)조은시스템 직원 419명이 근무하는 여러 곳에 모금함을 비치하고 사우회를 주축으로 자발적인 모금운동이 12월 16일까지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주)조은시스템 본사 임직원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팀의 임직원들도 이 모금운동에 동참하여 보름 만에 720여 만 원의 소중한 정성이 모였다. 20일 (주)조은시스템 인천공항사업본부 김희용 본부장, 박경석 보안검색소장과 동료직원들이 김씨가 투병 중인 병원을 방문해 가족에게 모두의 소중한 사랑을 전하였고 가족들은 동료들의 고마운 마음과 사랑에 감사함을 전하였다.

7개월째 의식불명... 11월에 태어난 딸 얼굴도 못 알아봐

(주)조은시스템 소속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이 모금을 하고 있다. (좌)김가영 사원 (우)함성복 계장.
▲ 모금현장 (주)조은시스템 소속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이 모금을 하고 있다. (좌)김가영 사원 (우)함성복 계장.
ⓒ 신용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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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항상 웃던 그의 얼굴을 기억한다. 2003년 공항에 보안검색요원으로 입사해 성실함과 탁월한 업무능력으로 2009년 계장으로 진급하였고 2012년 결혼하여 지난 5월까지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항보안검색 업무에 임한 건실하고 건강한 직장인이었고 가장이었다.

비정규직(인천공항 보안검색용역)이라는 신분으로 많지 않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나의 공항 동료이며 우리 이웃이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이제 의식도 없이, 태어난 딸도 알아보지 못한 채 누워 있는 것이다.

김희용 (주)조은시스템 인천공항사업본부장은 "너무나 성실하고 그 누구보다 공항보안검색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던 동료이자 부하직원이 저렇게 되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이 오래 근무한 동료 여직원 김아무개씨는 "태어난 딸도 알아보지 못하고 누워 있는 동료의 모습과 그 가족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자 또한 비슷한 경우로 동료를 잃은 적이 있다. 공항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하는 곳이다. 이곳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고, 좋은 소식에는 서로 웃고 기뻐하며 슬픈 소식에는 서로 가슴 아파하고 위로하며 살아간다. 이런저런 일들로 시끄러운 인천공항.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임무를 다하고 있는 수천의 젊은이들로 인해 오늘도 공항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말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밖에 모른다고. 그러나 기자가 본 이곳의 젊은이들에게는 서로의 처지와 미래를 걱정하는 끈끈한 정이 있다. 나 또한 그러한 조직에서 10년을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제 성탄절과 새해가 다가온다. 공항은 또 수많은 여행객들로 넘쳐날 것이고 여기저기 각종 즐거운 만남들이 다가오는 시간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고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번 성탄절 419명의 아름다운 산타클로스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아름다운 산타클로스들과 한 지붕 아래 근무하는 행복한 사람이다.

저 멀리 파업 중인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따뜻한 동료애와 사랑도 보았다. 그래서 인천공항은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은 곳이다.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 동료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태그:#인천공항 , #비정규직, #보안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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