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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지 3년째를 맞았다. 최근 북한 체제의 제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숙청 후, 김 제1위원장은 유일지도체제의 틀을 갖춰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듯 하다.

지난 2년간 북한의 20대 젊은 지도자가 보여준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잇단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왔다. 지난 3월에는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해 핵 무장 목표를 공식화했다. 반면 경제 분야에서는 특구를 늘리거나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일부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 변화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김정은 체제 2년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또한 김정은 체제의 앞날과 남북관계는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오마이뉴스>는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에는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장,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이 참여했다. 좌담회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세미나룸에서 <오마이뉴스> 황방열 선임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장성택 처형, 김정은 체제 2년의 가장 상징적 사건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 참석자들.(왼쪽부터)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장,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 참석자들.(왼쪽부터)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장,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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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기자(아래 황 기자)
 : "김정은 체제 2년 동안의 가장 큰 사건은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

김용현 교수(아래 김 교수) : "새로운 시대로의 개막, 즉 김정은 직할 통치제제, 김정은 유일지도체제, 김정은 수령제로의 빠른 전환과정에서 장성택을 정점으로 한 주변그룹들이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부각이 되었다. 그것을 빠른 속도로 내부정리를 한 것이다. 장성택 개인에 대한 정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새로운 세대가 김정은 유일지배체제로 가는 것이 가장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보았기에 거기 반하는 장성택을 정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지웅 소장(아래 정 소장) : "김정은 시대로 진입하면서 김정일이 내세웠던 선군정치에서 당 쪽으로 중심이 바뀌면서 기존의 군부가 가지고 있던 경제관련 사업들을 다 가져왔다고 하는데, 그 가져온 라인이 바로 장성택 라인이었다. 당연히 군부의 불만이 있었을 것이고,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너무 커지니까 이것에 대한 척결 필요성, 또 장성택, 김경희 등 섭정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 이런 것들이 총체적으로 맞물려진 결과였다고 인식하고 있다."

김창수 실장(아래 김 실장) :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을 해보면 북한이 선거를 통해 권력을 바꾸는 다원주의 체제였다면 과연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권력이 3대세습된 상태에서 유일체제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숙청과 같은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김일성 유일체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종파사건과 갑산파 숙청사건이 있었고, 김정일도 심화조 사건을 통해서 대대적 숙청 작업을 진행했었다. 과거의 사건들과 다른 점이라면 장성택 숙청의 경우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다시피 하면서 충격을 주었고,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대외적으로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훨씬 심각하다고 본다."

황 기자 : "세 분 모두 장성택 숙청이 북한 내 권력투쟁으로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 라는데 생각이 같이 하시는 건가?"

김 교수 : "장성택이라고 하는 북한 권력의 2인자가 제거됐으니 권력투쟁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군부와 당간의 투쟁이랄지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를 여는 그 흐름 속에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들이 이런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장성택을 정점으로 한 그룹을 타고 넘은 것이다. 새로운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를 끌고 가려고 하는 그런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는 거다."

김정은 체제의 키워드...노동당 정치 부활· 핵-경제 병진노선· 리설주

황 기자 : "김정은 체제 2년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을 뽑을 수 있다면, 뭐라고 보시는가."

김 교수 : "양봉음위(陽奉陰違, 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며 속으론 딴마음을 먹음,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열거한 죄목 중 하나)..."  일동 웃음

정 소장 : 노동당 정치의 부활, 선군정치에서 노동당 정치로. 김정일 시대에도 사실은 당이 원래 핵심이었던 건데, 군을 달래고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강조했다. 김정은 시대로 오면서 당의 정체성이 그대로 회복되는 정상적인 국가가 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핵-경제 병진 노선, 마지막으로는 장성택 처형으로 보여준 공포정치.

김 실장 : "사람 이름도 키워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리설주도 김정은 시대의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전 시대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진 변화다. 이전에는 퍼스트레이디가 전혀 노출 되지 않았는데 김정은 시대에는 어쨌든 퍼스트레이디가 등장하고 있다. 주요행사에도 자주 나타나고, 행사 때마다 리설주가 모습을 보이느냐, 아니냐가 관심이 되고 있지 않은가."

황 기자 : "김정일 위원장 2주기 추모대회가 있었는데, 혹시 두드러진 부분이 있었다면?"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에 참석한 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에 참석한 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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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소장 : "북한 체제에서는 자리 배치가 권력의 부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 군 삼인방 실세가 모습을 보였다. 장석택 라인으로 꼽히던 박봉주 내각 총리가 등장했다는 것도 여러 가지 의미를 둘 수 있는 것 같다. 빨치산 1세대인 황순희가 등장한 것은 김경희 자리를 대신하는 의미를 보여준 것이다. 장성택을 처형할 때도 삼지연에 가서 회의를 했다고 하는데, 백두산이 멀리 보이는 삼지연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하는 이런 것들은 빨치산 1세대, 즉 김일성 주석의 활동을 이어받는다는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최룡해·박봉주 쌍두마차는 철저하게 그들의 역할에 한정

황 기자 : "2주기 추모대회를 보도한 신문의 헤드라인이 대부분 김정은 시대의 쌍두마차로 제목을 뽑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 교수 : "단기적으로는 최룡해 쪽에 힘이 쏠리는 부분들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 군부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 체제를 아래로부터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역할을 최룡해가 떠맡은 상황이고, 그 부분은 장성택이 침범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최룡해는 당과 군의 가교, 군에 대한 당적 통제라는 총정치국장의 역할에다 대중외교 같은 플러스 알파의 역할을 하리라 본다. 박봉주는 역시 경제부문에서의 역할이다. 김정은의 제한적이지만 어쨌든 개혁적인 실험, 예를 들면 14개의 지방 경제특구 문제 이런 부분에서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런 역할 자체가 쌍두마차, 권력을 위임받아서 그것을 집행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갖고 가는 그런 구조는 아닌 것이고, 단기적으로 김정은 직할 통치체제로 급속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의 군과 경제에 대한 관리라고 본다. 이렇게 보면, 쌍두마차라는 개념은 그들의 역할을 나타내는 것이지, 그들의 권력이라고 하는 측면은 아닌 것 같다."

김 실장 : "당 중심의 일종의 정상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 한다. 이전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개인적 판단이 중시되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시스템이나 절차를 중시 여기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2주기 추도대회에서는 북한이 당·정·군 세 요소에 의해 구성되고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지금 짜여지고 있지 않은가 보여 진다. 최룡해는군 총정치국장으로서 군에 대한 당의 지도를 관철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정치적 비중을 많이 가지긴 하지만 과거의 장성택처럼 권력화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봉주 총리가 등장한 것은 김정은이 계속 내각의 중요성들을 이야기 해왔고, 장성택 처형의 이유 중 하나로 든 것이 그가 내각의 권한을 무시하고 침범했다는 건데, 이제는 정부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되면서 경제를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정 소장 : "김정은 체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박봉주, 곽범기, 전승훈, 로두철을 일컬어 북한 경제 개혁개방 4인방이라는 용어를 썼다. 장성택이 제거된 후에도 이 네 사람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천명한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핵은 군사부문이니 최룡해가 담당하고 경제쪽은 박봉주를 중심으로 경제개발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장성택을 처형하던 날 남한에 개성공단 위원회 회의를 제안 한 것이나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장성택 숙청 결정서를 채택한 지난 8일 중국과 철도, 도로 합의서를 체결한 것을 보면 경제는 계속하겠다는 확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황 기자 : "자연스럽게 경제 쪽으로 이야기가 넘어갔는데, 지난 태양절때 김 제1위원장이 '다시는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라면서 사회주의 부귀영화라는 얘기까지 했는데, 북한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가. 북한의 핸드폰 사용자가 200만명이 넘는다는 자료도 있는데."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에 참석한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장.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에 참석한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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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 : "북한에서 경제건설이나 인민 생활향상을 김정은 시대에 굉장히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인민 생활향상에서 중요한 것은 농업과 경공업인데, 이 문제가 아직까지 별로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는 외국자본 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고, 물자와 전력 부족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건데, 여기 대한 책임을 물어서 장성택을 숙청한 것 아닌가. 최근 북한을 다녀온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특히 평양의 밤거리가 화려해지고 택시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 현상적인변화는 있는 것 같다. 북한의 휴대폰 보유대수가 200만대다, 250만대다 하는 얘기도 있는데, 이런 현상적 변화에 대해서 정말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걸로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다. 평양의 변화를 북한 경제의 호전으로 얘기하기엔 아직 이른 듯하다."

정 소장 :
"흔히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을 같이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 개혁은 하되 개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개혁의 형식으로 등장한다. 농업분야에서 분조의 수를 줄임으로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나, 경공업 분야의 가격을 자율적으로 매기게 한다든지, 장마당 같은 걸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던가 이렇게 개혁의 형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개방의 형식은 14개 경제특구로 드러난다. 점·선·면이 있다고 한다면 북한은 개방의 범위를 점으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14개 경제특구라고 할 때 신의주, 나진 선봉은 좀 크게 하지만, 나머지는 2~3Km 지역 안에서 1년에 1억 달러 내지 2억 달러 외자를 유치하는 그런 방식인데, 이것은 사실 개방이 아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경우 개혁개방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제 개인적 견해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

김 교수 : "핸드폰 사용자가 늘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본다. 북한에선 일반(유선)전화 인프라가 거의 갖추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핸드폰이 일반전화 기능을 대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청진에서 쌀 장사를 하는 사람은 평성이나 안주 이런 곳의 쌀값을 물어 볼 것 아닌가. 쌀값이 비싼지 싼지 알아야 장사를 할게 아닌가. 그런데 일반전화가 거의 보급이 안되어 있으니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핸드폰은 필수품인 것이다."

황 기자 : "우리 같은 경우엔 집 전화, 사무실 전화 다 놓은 다음에 핸드폰으로 갔는데 그 인프라가 더 비용이 드는 상태에서 북한은 그냥 핸드폰으로 갔다. 이런 설명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김 교수 : "그렇다".

장성택 처형, 북한의 대외관계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

황 기자 : "김정은 체제의 대외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시는가."

김 교수 :
"북중관계를 먼저 얘기해보면 지난 좀 최룡해의 방중은 장성택의 중국 라인에 대한 정리였다고 본다. 결국 장성택이 갖고 있던 중국과의 관계를 잘라내면서 김정은 시대에 맞는 북중관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보자면 장성택이 사라진 북중관계에 대해 중국의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북중관계 전반을 완전히 훼손하는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북미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김정은 체제가 계속 보수적 접근을 통해 4차 핵실험까지 가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내부결속을 위해 대남관계, 대미관계를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만, 결국에는 근본적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핵문제나 대외관계를 대화쪽으로 풀어나가리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대외관계에 유연성을 발휘할 시점이 그렇게 먼 것은 아닌 것 같다."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에 참석한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 2가 한 모임공간에서 열린 '김정은 체제 2년 평가와 전망' 좌담회에 참석한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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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 : "북한은 올 상반기 일종의 말폭탄 시위를 계속하다가 4월 12일 존 케리 방문 이후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했다. 제가 볼 때는 김정은의 3대 세습체제를 보다 더 공고히 해나가기 위해서라도 국제관계가 안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외국 투자가 없이 북한으로서는 경제발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외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대외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처한 환경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노력해야만 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문제는 장성택 처형 사태가 국제사회에 생중계되다시피 하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굉장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비문명적이고 국제적인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나라에 투자를 했을 겨우 그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외부에서도 북한에 투자를 선뜻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도 장성택 처형이후 과연 외부의 투자를 유치할 만한 그런 신축성 있는 노력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점에서도 회의적이다."

정 소장 : "장성택 처형이후 미국은 '극단적 잔인성'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북한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틀림없고 이것이 분명 외자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펑 베이징대 교수는 북한이 장성택과 중국을 공범으로 만들었다는 표현을 썼다.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열거한 죄목들이 석탄을 중국에 헐값으로 넘겼다던가, 특구를 추진하면서 땅을 50년 동안 팔아먹었다는 건데 이것이 중국으로선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해 장성택이 방중했을 때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를 다 만나고 최고지도자 대우를 받았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장성택을 신뢰하고 파트너로 대했다는 것인데 과연 누가 이것을 대체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관리해야 하고, 미국이 북한을 대하듯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식 관점에서는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제 공은 북한 정부에게 넘어갔다고 본다."

김 교수 : "북미관계에서는 핵문제가 핵심일 수밖에 없다. 제가 볼 때는 김정은 체제가 4차 핵실험까지 가면서 그 후폭풍까지 감당할 정도로 마이웨이를 펼치겠는가, 그렇게까지는 나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앞으로 김정은 시대의 경제능력이 중요해 질 텐데, 이 문제는 핵문제를 우회해서는 답이 안 나오는 것이고, 어쨌든 정면돌파를 해야 하는데 대화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국, 미국, 중국이 얼마만큼 북핵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느냐, 얼마나 공감대를 가지고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미·중이 같이 갈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년 하반기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마지막 작동기회

황 기자 : "남북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전망하시는가."

김 교수 : "김정은 유일체제 구축과 완성 과정차제에서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도 보수층으로부터 지지를 계속 유지해나가기 위해 남북관계를 그냥 보수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다.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2016년에 총선, 2017년 대선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자기입장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와 내후년 정도 일 것 같다. 그러면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있는 셈인데, 지금으로선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정상회담에 맞추면서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전체적인 국면들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으면 사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전혀 작동 못하고 정리 된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성패가 정상회담 그 자체는 아니지만, 정상회담을 통한 국면 전환과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 이런 것들이 같이 가지 않는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전혀 역할을 못할 것이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정 소장 : "장성택을 처형한 날 북한이 개성공단 회의를 열자고 제의한 것은 자신들은 계속해서 개성공단을 운영할 것이고 남측은 계속 투자를 하라는 의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역설적으로 북한은 핵을 보유함으로써 오히려 군부를 다독일 수 있다. 핵을 가지기 전에는 군부를 우선시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핵이 있으니 '군부는 이제 좀 가만히 좀 있어라, 이제 경제에 집중하겠다'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핵이 생김으로써 오히려 군부의 힘을 뺄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되었다는 거다. 경제에 집중해야 하니 남한에는 계속해서 호의적으로 나올 거라고 본다. 저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여전히 핵 보유를 하면서 회담을 하려고 할 거고 우리 정부나 미국은 핵 폐기를 전제조건을 걸고 있고, 그게 없으면 6자회담도 열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남북 관계에서는 북핵문제를 대하는 남한의 입장,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핵문제는 6자회담으로 완전히 넘기고, 우리 정부는 북한과 계속 교류 협력들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김 실장 : "박근혜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국내 여론이 얼마만큼 뒷받침하고 지지해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진보정권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면 보수층이 발목 잡기를 했는데, 보수정권이 할 경우에는 발목 잡을 세력이 없고 남남 갈등이 상대적으로 덜 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는 보수정권이 유리할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북한의 장성택 처형과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여론의 뒷받침 없는 남북관계 추진은 박근혜 정부에게 있어서도 정치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나 매력은 점점 약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정치적으로 본다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2~3월에 키리졸브 훈련이라든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분명히 올 텐데, 집권세력으로선 '종북몰이'를 통해 정치적 성과를 거두려는 유혹에 빠질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본다. 이것은 또 남북관계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고, 한국 내부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목에서 한 가지만 강조해서 말씀드린다면 남북관계나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접근을 해야지, 여야 공히 당리당약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반당·반혁명 종파주의로 실각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현장에서 끌려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뉴스 시간에 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앉아 있던 장 부위원장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나가는 사진을 화면으로 방영했다.
▲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반당·반혁명 종파주의로 실각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현장에서 끌려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뉴스 시간에 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앉아 있던 장 부위원장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나가는 사진을 화면으로 방영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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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기자 :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교수 : "박근혜정부가 북한 문제만큼은 굉장히 운이 좋은 것 같다. 다른 분야는 모두 다 죽을 쑤고 있는데 대북문제를 가지고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황 기자 : 지난 3월 북한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천명했는데, 아버지 김정일 없이, 장성택도 없이 김정은 정권이 홀로서기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들을 가지고 계신가.

김 교수 : "성공가능성을 세 가지 정도로 본다. 첫째는 김정은 유일 지도체제의 조기안착이다. 흐름 자체는 그렇게 잡았다고 보고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 북한의 경제 상황, 주민 생활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 질 것이냐 하는 것이다. 두 번째가 김정은표 북한 외교가 어떻게 오바마 정부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갈 수 있느냐, 또 같은 맥락에서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김정은 체제를 의심하지 않고 파트너십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할 것 같다. 대남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2013년 12월 17일은 김정은 시대의 개막이기도 하지만 결국 김정은에게는 자신의 정치와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김정은이 이 부분에서 얼마만큼 그런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 같다."

정 소장 : "김정은 체제는 단기적으로는 안착할 것이다. 장성택 숙청을 제제 불안 요소의 방증이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체제 불안 요소를 제거한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김정은 체제 능력에 달려 있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 외자를 어떻게 유치하고, 경제특구 개발 성공 여부, 인민 생활 수준의 향상 여부 이런 문제들이다. 북한 주민들은 공개처형 같은 데에는 익숙하니까, 외부에서 느끼는 것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을 거라고 본다. 경제 특구 개발의 열매로 주민생활이 좀 나아진다면 북한 체제는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정책을 짤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김정은 체제가 박근혜 정권 보다는 더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처럼 흡수통일이나 북한붕괴 같은 현실성 없는 생각을 가지고 북한을 아주 우습게 보거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어리다고 무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서 삐딱하게 앉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기 권력을 공고화 시켜가는 과정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거다. 그러니 조심스럽게 정책도 짜고 장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체제, 박근혜 정부 임기보다는 오래 갈 것"

황 기자 :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한다면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통일준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김 실장 : "김정은 체제가 아주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기간에 급격하게 동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북한이 그래왔듯이 그럭저럭, 지지부진한 상태로 상당 기간 갈 것이다. 핵 문제도 당장 해결이 안 될 것이고. 아마도 박근혜 정부의 임기보다는 훨씬 오래 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정권도 자신의 '임기 내에 무엇인가를 해결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구조 자체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각각의 국가 운영 계획 속에서 이 정부의 단계에 맞는 역할 정도만 해준다면 역사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사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상황이 이렇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하는 것은 유일체제, 세습체제이기 때문에 처형을 해야만 그 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 의원들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를 비판했다고 해서 의원직을 제명시키려한다면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권력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다원주의 체제의 장점을 오히려 약화 시키는 게 되는 거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생각이 다 다르니까 말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비판을 했다고 국회의원을 제명한다면 우리가 가진 장점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것이고, 우리가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을 내부적으로 갉아먹는 것이라는 얘기다."

정 소장 : "지금 민주주의 말씀을 하셨는데,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 자체가 우리를 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의 장점을 살려서 좋은 체제를 만드는 것이 바로 통일 준비다. 우리가 북한급변 사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럴 일이 생긴다면 북한이 남한 체제로 오겠는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당연히 한국이 좋은 사회가 되어야 자석이 철을 끌듯이 북한 주민들을 이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가 표현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한국 안에도 반노예국가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똑같은 일을 해도 60%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다.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이런 사회가 통일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현 정부는 한국 사회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 즉 민주주의를 공고하게하고 경제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빈부격차도 줄이는 이런 노력들이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란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태그:#김정은, #김용현, #김창수, #정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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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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