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문용린)은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2013학년도 학교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학교평가는 모두 네 가지 영역에 27가지 평가지표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운영합니다. 정량평가와 학교방문을 통한 정성 평가로 이루어집니다.

온라인 만족도 조사, 전체 학교평가 점수의 15% 차지

그 중에 네번째 영역인 '교육성과' 영역에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만족도' 지표가 있습니다.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만족도'는 온라인으로 실시하는데, 우리학교가 있는 지역은 16일부터 24일까지 아흐레동안 학교공동체 구성원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 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온라인 만족도 조사는 전체 학교평가 점수의 15%인 15점을 차지하니 평가지표 중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저는 학교평가 업무 담당자로서 공문으로 시행된 만족도 온라인 설문대상자를 교사들과 의논해서 보고를 했고, 표집대상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가정통신문도 발송하면서 온라인 평가 시작일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팝업창에 있는  학생, 학부모, 교사 웹사이트 주소를 클릭하면 설문조사창이 뜹니다.
▲ 학교마다 홈페이지에 마련해 놓은 학교공동체 만족도 조사 팝업창 이 팝업창에 있는 학생, 학부모, 교사 웹사이트 주소를 클릭하면 설문조사창이 뜹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설문조사 창

드디어 16일, 온라인 만족도 조사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업무담당자인 제가 먼저 학교 홈페이지에 띄워 놓은 팝업창 해당 주소를 클릭해서 학교를 검색하고 제 이메일 주소를 넣었더니 바로 설문조사창이 떴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간단하게 설문 조사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하고보니 온라인 설문조사방법이 뭔가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특정 이메일을 보낸 적이 없으니 또다른 메일주소를 넣으면 같은 사람이 설문조사를 또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 이상하지요?

 학교이름을 검색하고 이메일 주소를 넣으면 교사가 아닌 누구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교원의 직무 만족도 조사 창 학교이름을 검색하고 이메일 주소를 넣으면 교사가 아닌 누구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이것뿐이 아닙니다. 학부모와 학생도 특정한 개인정보를 보내지 않고 학부모는 학급당 몇 명만, 학생은 대상학급과 인원수만 보고했기 때문에, 그 누구라도 만족도 조사를 해도 본인을 확인할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사인 제가 학부모와 학생 설문조사 웹주소를 클릭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그랬더니 학교이름을 검색해서 학년반이름만 쓰면 설문조사 창이 바로 열리는게 아닙니까?

학생도 그 누구나 학교이름을 써서 검색하고 학년반 이름을 차례로 넣으면 설문조사창이 열려서 설문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 (학생용) 학교에 대한 만족도 조사 창 학생도 그 누구나 학교이름을 써서 검색하고 학년반 이름을 차례로 넣으면 설문조사창이 열려서 설문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학부모 만족도 조사 역시 학생 만족도 조사와 마찬가지로 그 누구든 학교를 검색하고 학년반번호를 차례로 클릭하면 설문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 (학부모용) 학교에 대한 만족도 조사 창 학부모 만족도 조사 역시 학생 만족도 조사와 마찬가지로 그 누구든 학교를 검색하고 학년반번호를 차례로 클릭하면 설문조사를 할 수 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혹시나 해서 이웃학교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역시나 이웃학교에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설문조사 창이 다 열려서 설문조사를 할 수 있게 돼 있었습니다. 교사 뿐만아니라, 이웃학교의 학부모로도, 학생으로도 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온라인 설문조사로 알맞을까요?

양심을 믿고 시행하고 있다는 온라인 만족도 조사

그래서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의 학교평가 온라인 설문조사 담당 연구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렇게 창이 쉽게 열리면 문제가 있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답합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어떻게 다른 학교에 들어가 악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느냐고 역정을 냅니다. 담당 연구사는 올해 전체 학교가 시행하기 때문에 만족도 평가를 편리하고 쉽게 할 수 있게 생각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양심을 믿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허술한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양심을 믿고 설문조사를 한다니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보고한 것과 표집반이 다를 경우와 같은 이메일과 동일 IP로 들어온 것을 거를 수 있는 장치는 돼 있다는데, 이것도 모든 학교를 다 조사해서 거르는게 아니라, 평균치를 유난히 벗어난 경우에만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누가봐도 이렇게 누구나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온라인 평가는 문제가 많습니다. 수년째 진행해와서 시스템이 안정이 되어있다는 교원능력개발평가도 참가율을 높인다고 교사가 학생들 생년월일로 학생의 평가를 대신하기도 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이번 평가는 아무 개인정보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으니 문제가 없을 수 없습니다.

올해 유난히 과열이 되고 있는 학교평가

특히 올해 학교평가는 그동안 해 오던 평가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학교마다 과열이 되어 있습니다. 어떤 학교는 다른 교육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학교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학교평가에 들어가는 것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2월 27일자 학교 평가 기본계획 알림 공문에는 작년까지 하던 '학교장경영능력평가를 학교평가에 포함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9월 16일자 공문에 다시 '학교장경영능력평가를 올해부터 폐지'한다고 하고, 학교성과상여금 지급을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학교평가 자료를 일부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학교장들은 학교장 경영능력평가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학교평가로 학교장경영능력을 평가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2월 27일자로 서울시교육청은 2013학년도 학교 평가 계획을 알렸는데, '학교장경영능력평가를 학교평가에 포함하며, 학교성과상여금평가는 학교평가 일부 지표 점수를 활용한다'고 되어있습니다.
▲ 2013년 학교평가 기본 계획을 알린 공문 2월 27일자로 서울시교육청은 2013학년도 학교 평가 계획을 알렸는데, '학교장경영능력평가를 학교평가에 포함하며, 학교성과상여금평가는 학교평가 일부 지표 점수를 활용한다'고 되어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9월 16일자로 '학교장경영능력평가는 폐지함'이라고 왔으나, 대부분 학교장은 그렇기 때문에 학교평가가 바로 학교장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장들이 올해 학교평가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 2013년 학교평가 기본 계획 보완 및 평가지표 최종 확정 공문 9월 16일자로 '학교장경영능력평가는 폐지함'이라고 왔으나, 대부분 학교장은 그렇기 때문에 학교평가가 바로 학교장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장들이 올해 학교평가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 이부영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학교장들이 올해 유난히 학교평가 점수 높이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학교 사람이 아니어도 아무나 막 들어가서 할 수 있는 만족도 조사를 악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런 설문조사는 공정성이 이미 훼손되었기 때문에 폐기해야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하루빨리 고쳐야 합니다.


태그:#학교평가, #온라인만족도조사문제, #서울시교육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