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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싫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나를 새로 발견할 수 있었고, 정말 소중한 것을 배우고 간다."

낙동강학생교육원(원장 이두용)에서 '똘레랑스 특별교육'을 받은 학생·학부모들의 반응이다. 이 교육과정은 학교폭력·교권침해로 인해 특별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부모(보호자)와 함께하는 단기집중교육이다.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에 근거해 학생 30시간 이상, 학부모(보호자) 5시간 이상 특별교육을 받는다. 경남도교육청은 올해부터 김해 무척산 기슭에 낙동강학생교육원을 통해 '똘레랑스'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폭력.교권침해 학생과 그 학생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2박3일 일정으로 특별교육하는 낙동강학생교육원이 지난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12월 현재까지 학생과 학부모 200여명이 수료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교폭력.교권침해 학생과 그 학생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2박3일 일정으로 특별교육하는 낙동강학생교육원이 지난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12월 현재까지 학생과 학부모 200여명이 수료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낙동강학생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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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12월 현재까지 학생 100명, 학부모 99명이 다녀갔다. 이 교육과정은 2박 3일 합숙으로 진행된다. 프랑스어 '똘레랑스'라는 이름을 붙인 의미가 특별하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진정한 관용에서 출발한다. 권리와 의무는 늘 함께 하는 것이고, 자신과 타인이 다름은 존중 되어야 하기에 소통을 위한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여 '나·너·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는 뜻이다."

이 교육과정은 보호자·학생 교육과정이 나뉘어 있는데, 첫날과 마지막날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학생은 15개 내외, 학부모는 4~5개 수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과목은 '학부모와 함께 하는 학교문화' '가족과 소통하기' '봉사활동' '자기관리' '비폭력 대화법' '나의 성장노트 가꾸기' '명상' '예술치유활동' '협응활동' '역지사지 활동' '부모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등 다양하다. 마지막날에는 힐링타임 때 학생·학부모가 함께 무척산을 오르기도 한다.

비폭력대화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또래관계를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언어순화를 배우는 게 목적이다. 또래집단 사이에서 자신의 화(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다툼을 벌이다 폭력행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소통문화를 익혀,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대화로 분노와 갈등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격성 척도' '강요성 척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경험과 실제 사례로 역할놀이를 하거나 조별 활동 등 실질적 훈련을 병행해 화(분노)를 무조건 억제하거나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학생·보호자가 함께 하는 '가족과 소통하기'도 중요하다. 학생은 교육기간 중에 배운 의사소통법과 공감․경청의 방법을 활용해 편지글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하고, 부모(보호자)나 대상 학생, 교사한테 진솔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에 학부모는 사전 상담이나 권장 도서를 읽는 것부터 시작된다. 학생과 떨어져 있는 동안 책을 읽고 자녀의 성장과정을 돌아보며 자녀의 입장에 서서 부족했거나 잘못한 점을 이야기하는 것. 부모로서 현재 심정과 앞으로 다짐을 자녀한테 약속하는 뜻으로 편지를 직접 자녀의 손에 쥐어준다.

대부분 첫날에는 학생․보호자 대부분 '오기 싫어'하는데, 마지막날 수료식에 앞서 열리는 '가족과 소통하기' 때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가족이라는 사랑으로, 그 진솔함으로 지금 약속을 다짐하는 자리인 것이다.

둘째 날 발표 시연 때 쑥스럽다며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던 학생들도 난생처음 부모님이 지켜보는 무대 앞에 서서 자신의 글을 읽어 가면 곧 숙연해지고 진지해진다.

이때 보호자 반응은 뜨겁다. 부모나 할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편지지 뒷면에 100일·돌부터 성장기까지 사진을 프린터 해서 자식과 소통하려 했던 어머니가 있었고, 처음으로 아들한테 편지 쓰는 것을 후회하며 밤새 수십 장을 고쳐 썼다는 아버지도 있었다.

또 아이들이 없는 빈 방은 빈 집 같아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는 어머니, 흐르는 눈물을 훔치려 몇 번이고 등을 보이던 아버지, 손녀를 향해 절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칠순의 할머니도 있었다. 발표를 하고 온 학생들은 부모를 꼬옥 껴안고, 부모는 아이의 어깨를 다독여 주기도 했다.

4~7월 사이 학생·보호자 1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는데, 운영 결과는 긍정적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교육 후 변화 평가'를 했는데, 설문 항목 6개 모두 '많이 도움됨'과 '도움됨'의 긍정적 답변을 한 학생이 91%를 넘었다.

김해 무척산 자락에 있는 낙동강학생교육원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해 무척산 자락에 있는 낙동강학생교육원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낙동강학생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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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학생들이 "똘레랑스 특별교육이 학교폭력·교권침해·바른생활 등에 있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거나 "수료 뒤 학교 생활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부모와 관계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수료 뒤 선생님과의 관계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는 80%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평소 교사에 대한 불신이 있었는데 교육활동 과정에 교사들의 참여가 없다보니 학부모와 관계보다는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교육청 누리집에는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학부모들이 종종 감사의 글을 올리고 있다. 중3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 지목되어 2박 3일간 특별교육을 받았던 학부모는 감사의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특별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이 나고 난 뒤, 집은 사람 사는 게 아니었다. 아이는 거기에 가야 하느냐며 인정하지 않았다. 상대방 학생이 복도에서 갑자기 뒤에서 발로 허리를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맞다가 한 방 날린 게 눈 부위 타박상이 되어 가해자가 되었는데, 아이는 억울하다고 했다. 아이가 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보호자 혼자 가보았더니, 입소식 뒤에 교사가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 심정 제가 압니다'고 하는 말에, 캄캄하던 동굴 속 같던 마음 속에 화려한 폭죽과 같은 서광이 드는 것 같았다.

담임교사도 나서고 해서 설득했더니 아이도 교육을 받겠다고 했다. 2박 3일 교육을 받고 온 아이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부모는 초등학교 때까지 같이 놀아주지만 그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라며 방치하였던 것 같다. 통계에 의하면 중학교 때 부모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더 소통하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낙동강학생교육원 이필우 특별교육팀장은 "아동청소년의 비행·폭력·무단결석은 청소년 개인·가정·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가정과 학교를 떠나 맴도는 학생들이 2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나온지 오래인데,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들한테 꿈을 심어 줄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보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태그:#낙동강학생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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