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토요일(16일) 나와 친구네 가족은 남해군을 찾았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금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서울에서 3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제법 거리가 있는 곳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남해 구경도 하고 별미도 맛볼 겸 다녀오기로 했다.

친구네 집은 평택이다. 경기도 광주가 집인 내가 평택으로 합류해 한 차로 이동했다. 합류한 시각이 9시가 조금 못 되었지만 경부고속도로에 얹은 차는 천안의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는 분기점까지 약간 막혔다. 순조롭게 달려서 남해군에 도착한 시각 11시 30분, 남해군이 자랑하는 먹거리는 죽방멸치다. 죽방멸치는 죽방렴어업으로 잡은 멸치를 말하는데, 대나무살과 바다물살을 이용한 원시어업으로 멸치 모양 그대로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남해에 왔으면 죽방멸치를 맛봐야 한다

죽방멸치로 유명한 식당을 찾았더니 점심 시간이 되기도 전인데도 문전성시다. 줄을 서서 삼십여 분을 기다려서야 식탁 한 귀퉁이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막걸리 한 사발과 멸치와 야채로 고추장에 버무린 무침으로 전식(前食)을 장식한 우리는, 멸치쌈밥으로 식사를 마쳤다. 식당으로 들어서면서 진동하는 비린내와 짠내로 힘들어 했던 나는 멸치 요리에 반하고 말았다. 10점 만점에 10점.

아쉬웠던 것은 유명한 집 빼고 같은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엔 다른 집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죽방멸치는 어자피 남해에서 잡히는 것일 테니, 메뉴가 비슷하다면 손님이 분산되는 것이 맞다. 너무 공산주의적인 발상인가!

죽방멸치를 야채와 양념으로 버무렸다. 막걸리 안주로 그만이다.
 죽방멸치를 야채와 양념으로 버무렸다. 막걸리 안주로 그만이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죽방멸치를 모양 그래도 양념과 함께 찐 메인요리다. 쌈과 함께 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죽방멸치를 모양 그래도 양념과 함께 찐 메인요리다. 쌈과 함께 하면 식사를 할 수 있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함포고복하며 도착한 금산 산자락 주차장에는 금산에 얽힌 전설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벽화가 깍은 산자락에 아름답지 않은 모습으로 붙어 있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자신의 불로장생을 위해 불로초를 구해오라며 시종 서불을 해외로 보냈다는 것이다. 서불은 산 넘고 물 건너 남해군의 금산까지 오게 되었는데 '늙지 않는 풀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불로초는 못 구하고 그저 사냥만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떠나기 전 바위에 글을 새겼다고 하는데 산을 오르다 보면 그 바위를 발견할 수 있다.

길가에 바다를 마주하고 위치한 주차장의 벽면모습이다. 진시황이 서불을 시켜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하는 전설의 내용이 벽화형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 금산 등산로 입구 주차장 길가에 바다를 마주하고 위치한 주차장의 벽면모습이다. 진시황이 서불을 시켜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하는 전설의 내용이 벽화형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금산은 해발 700미터가 되지 않는 비교적 야트막한 산이다. 등산로로 3킬로미터 정도 오르면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데 보통 걸음으로 넉넉하게 3시간 정도면 족하다. 두 시쯤 산자락의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주섬주섬 등산복을 제대로 갖추고 등산화 끈을 조이고 산을 타기 시작했다. 아직 남아 있는 고운 단풍이 정말 아름답다. 적당한 기온에 해안가에서 불어오던 바람조차 잠잠해지면서 등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금산에까지 왔던 서불이 낚시만 하다 돌아가기 전에 썼다는 글씨다
▲ 거북바위위에 새겨진 서불의 글씨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금산에까지 왔던 서불이 낚시만 하다 돌아가기 전에 썼다는 글씨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금산의 특징은 바위가 많다는 것이다. 일월봉, 제석봉, 부소암, 흔들바위 등 다소 황당한 전설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암괴석이 등산하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산을 뒤덮은 바위와 단풍, 그리고 산 아래 바다와 이어지는 계곡 물과 마을의 신비로운 풍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으며 산꼭대기로 향했다. 땅거미가 지도록 오르기만 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신다면, 우리 비장의 무기인 산장을 소개하겠다.

금산 정상과 보리암을 꼭지점으로 연결하면 삼각형이 되는 금산산장

땅거미질 무렵 산 속의 일부가 된 산장으로 등산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 금산산장 땅거미질 무렵 산 속의 일부가 된 산장으로 등산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산장은 아름다웠다. 금산 정상을 100여 미터 앞두고 돌아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바위 밑에 아담한 집채가 보이고 그 앞으로는 별도로 마련된 아궁이에 군불이 타고 있다. 물론, 아궁이 위엔 가마솥이 얹혀 있다. 산장을 보면서 돌계단을 내려서면 왼쪽으로는 푸세식 화장실이, 오른편 저 앞에는 식당과 주방으로 사용되는 집이 있고 그 안쪽으로 바위를 끼고 돌면 네 개의 쪽방들이 마주 보고 있다.

총 8개 방이 등산객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서 날이 매서워지긴 했으나 우린 산마루에 놓인 식탁에서 산 밑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밥을 먹었다.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해 연말연시엔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산장 관리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산장의 절절 끓는 방에서 자는 동안 새벽엔 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잠이 깨기도 하고 볼일 보느라고 깨기도 하면서 잠을 설쳤지만 산속에서 맞이한 아침의 상쾌함은 상상초월이다. 사과 한 쪽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100여 미터를 올라 정상을 맞이한다. 정상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망대(望臺)가 있다. 올라서서 남해바다를 한 눈에 내려다보는 호사를 만끽할 수 있다.

해발 700미터의 비교적 아담한 그러나 기암의 악산으로 유명한 금산 정상의 모습이다.
▲ 금산정상 해발 700미터의 비교적 아담한 그러나 기암의 악산으로 유명한 금산 정상의 모습이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금산 정상에 설치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망대의 모습,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 최남단 봉수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 망대 금산 정상에 설치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망대의 모습,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 최남단 봉수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을 오던 길 반대편으로 잡으면 200여 미터도 채 안 돼 보리암을 만날 수 있다. 보리암은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절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락국의 수로왕비인 허태후가 인도에서 가져온 파사석(婆娑石)으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보리암 전 삼층석탑도 구경할 수있다.

원효대사가 금산에 처음 세운 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석탑으로 전해진다. 석탑 뒤로 새로 지어진 듯 보이는 부처의 입상이 보인다. 돌의 색깔로 신구의 차이가 확연하다
▲ 보리암 전 삼층석탑 원효대사가 금산에 처음 세운 절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석탑으로 전해진다. 석탑 뒤로 새로 지어진 듯 보이는 부처의 입상이 보인다. 돌의 색깔로 신구의 차이가 확연하다
ⓒ 정태승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2대 냉면, 진주냉면을 아시나요?

하산한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진주로 향했다. 평양냉면과 함께 우리나라 2대 냉면인 진주냉면을 먹기 위해서다. 진주냉면의 특징은 평양냉면에서 보이는 편육도 편육이지만 얇게 썬 쇠고기를 더욱 얇은 계란 지단으로 감싸서 튀긴 것(이것을 육전이라 한다)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냉면 위에 얹어 기름기를 약간 가미한 것이다.

그래서 발생할 수 있는 느끼한 맛과 잡맛을 없애기 위해 불에 달군 쇠몽둥이를 담갔다 뺀다고 한다. 그러면 특유의 쇠 냄새가 이미 이취를 제거한단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진주의 유명한 냉면집을 찾았다. 육전을 따로 주문해서 전식으로 막걸리와 함께 먹었다. 금산에서 40여 킬로미터쯤을  달려올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진주냉면이 평양냉면만큼 유명하다는 것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친구에게 처음 들어 알게 됐다. 진주가 냉면으로만 유명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0년도 넘은 국립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이 재정적자를 이유로 폐업되는 안타까운 일로 유명해진 지역이기도 하다는 것이 가슴아프다. 냉면이 목구멍에 걸릴 일이다.

진주의료원이 폐업처분 된지도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지난 11일자 <청년의사> 기사에 건양의대 나백주 교수가 '진주의료원이 보건복지부 직권으로 재개원 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렸다. 복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정권에서 시의적절한 주장에 귀 기울일 일이다.

남해바다와 금산을 만날 수 있는 경상남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주말이었다. 우리나라에 늘 존재하고 있는 절경에 새삼스럽기도 했던 여행이었다.


태그:#금산, #진시황, #보리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