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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혜사에 가을을 알리는 단풍

가을 단풍이 한창인 11월 10일, "힐링이 필요해" 부르짖던 친구를 따라 강원도 홍천에 있는 절 보혜사로 나들이를 떠났다. 예년보다 추워서 그런가. 나무에 달려 있어야 할 단풍들이 바닥에 낙엽이 되어 사뿐 내려앉았다. 바스럭 바스럭 낙엽을 밟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보혜사로 가는 길은 이렇듯 노랑, 갈색, 주황 색색이 단풍들이 환영해주고 있다. 바스락 한번에 쉬이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일랑 날려버리고 다시 한 번 바스락에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번민 따위 잠시 묵혀놓고, 오로지 내가 행복해지는 법에 집중한다.

보혜사 가을단풍
 보혜사 가을단풍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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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 따라 보혜사로...

저멀리 절이 보인다. 보혜사인가..가을 단풍 길을 지나 이번에는 길게 이어지는 강이다. 강이 굽어지는 형상을 보고 있노라면 졸졸 흐르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싶다. 온갖 생각에 가뜩이나 산란한 내 마음과 달리 아무 근심없이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보다보면 '나는 지금 이순간 왜 행복하지 않는가, 세상에 뭐 별거 있나' 싶다.

번민이 있기에 사람이겠지만 쉬이 놓아지질 않는 감정들은 시시각각 나를 옥죄어 온다. 나이답지 않게 어리광 많은 성격과 조금만 마음에 흠집이 나도 '식욕'과 '잠'을 이내 반납하는 나의 연약함 때문이다.

보혜사 근처 전경
 보혜사 근처 전경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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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마음의 양식이 된다

이날 들은 법회의 주제는 '나부터 깨끗이 하기'다. 내 속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가족, 친구들 걱정부터 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 나의 기분이 어떤지에 따라 나와 관련된 사람들의 하루가 결정된다는 것이 강론의 요지이다. 나의 걱정들을 마주본 후 해결하여 내삶을 기쁨으로 채워놓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진다는 유익한 말씀이 느닷없이 다가와 가슴을 힘차게 두드린다.

'아…, 이제 난 살았구나. 이제 번뇌 따위 잠재울 수가 있겠구나'라는 안도감 끝에 내 입을 빌어 내뱉어지는 말들.

내 자신 그대로 똑바로 바라보기. 
안쓰러우면 안쓰러운 대로 위로하고 좋으면 좋은 대로 칭찬해주기.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타인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건 욕심이다.

다음 말씀을 부적삼아 항상 내 곁에 두어야지.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그림자를 똑바로 보다.
 내 그림자를 똑바로 보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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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포토에세이



태그:#강원도, #홍천, #보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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