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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특수목적고등학교 중 일부에 대한 예산 지원액이 최고 53억 3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최근 3년간 특목고 예산지원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니, 특목고의 하나인 마이스터고는 지난 3년간 최저 9억 6500만 원에서 최고 53억 3200만 원까지 지원을 받았으며, 과학고, 국제고, 체육고, 외고 등도 일반 고등학교보다 상당한 금액을 지원받고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최근 3년간의 경향을 살펴보면, 과학고가 최저 2억3천만 원에서 최고 16억 4500만 원까지, 국제고가 최저 1억 1400만 원에서 최고 4억 4700만 원까지, 체육고가 매해 1억 5천만 원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어고등학교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전형 예산지원' 명목으로 최저 4100만 원에서 최고 6천만 원까지 예산지원을 받고 있었다. 자율형사립고는 '사회적 배려자 미충원에 따른 재정결손 지원금'으로 평균 5700만 원을 지원받았으며, 작년에는 '자사고 특성화 프로그램 예산지원' 명목으로 최저 3500만 원에서 4천만 원까지 지원받았다. 자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 예산현황.
 자기주도 학습전형 예산현황.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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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예산의 편중과 쏠림현상을 보면서, 일반 고등학교의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과연 이 학교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수목적고등학교란,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말하는데, 그 설립 취지에 반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특목고가 그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을까?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목고 진학 현황이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자사고 등의 단과대학별 진학현황'을 보면, 일부 특목고의 진학이 특목고 목적을 살린 진학이 아니다.

막대한 지원을 받는 과학고등학교의 진학 상황을 보면 자연대나 공대계열이 아닌 의대계열로의 진학이 눈에 띈다. 특히 서울과고의 경우, 2013년 졸업생 114명 중 25명(21%)이 의대에 진학했다. 세종과고와 한성과고의 경우도 최근 들어 의대 진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과학고는 최저 2억3천만 원에서 최고 16억4천여만 원까지 일반 학교에 비해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외고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하다. 어문계열이 속해 있는 인문대가 아닌 경영대로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일외고의 경우 졸업생 62명 중 35명(56%)이 경영대로 진학했다. 명덕외고의 경우 졸업생 325명 중 154명이(47%), 대원외고는 졸업생 346명 중 70명(20%)이, 한영외고는 졸업생 200명 중 35명(18.5%), 이화여외고는 졸업생 132명 중 11명(8%)이 경영대로 진학했다. (서울외고는 자료 미제출) 현재 외고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전형 예산지원' 명목으로 최저 4100만 원에서 최고 6천만 원까지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대학 진학 현황.
 대학 진학 현황.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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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금액을 지원받은 마이스터고나 국제고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진학 현황을 살펴볼 수 없었다.

특수목적고등학교가 그 설립 취지에 걸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국가적으로 고비용 저효율은 아닌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출세(성공)를 위한 특급열차는 아닌지, 교육 당국은 지도 감독을 넘어 여러 가지 깊이 살펴보고 연구하여 우리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구동성으로 다들 일반고가 위기라고 말한다. 일반고가 이렇게 학력이 낮아지는 현상의 원인은 일반고에 경쟁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학생들은 이미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열화 되고, 그 서열에 따라 분리되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잘못이라면, 학교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황폐화시킨 것이다. 다양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서열화하고 분리하는 수직적인 다양화는 분명 교육적이지 않다.

공부 잘하는 아이 따로 떼어 과학고, 외고, 자사고 등 특목고 만들고, 장애아이 따로 떼서 특수학교 만드는 것은 교육논리가 아니다.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 한 교실 안에 잘사는 아이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도 있고, 성적 우수자도 있고 다소 성적이 부진한 아이도 있고, 장애아이도 있고 비장애아이도 있는 통합교육이 교육적으로 올바른 교육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특목고 예산, #특목고 학생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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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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