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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중앙에 위치한 화장실. 4층까지 각 층마다 그림이 다르다.
▲ 무학초등 화장실 벽면 복도 중앙에 위치한 화장실. 4층까지 각 층마다 그림이 다르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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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재단, OECD 대한민국 정책센터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63컨벤션센터에서 글로벌 헬스 컨퍼런스(Global Health Conference)를 공동 개최했다. 치과 위생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그 중 30일 구강 관련 학술내용을 듣고 왔다.

그 자리에 참석한 허용 건강증진 사무총장은 국민들의 구강 건강을 위해 성동구가 관내 학교에 양치시설을 설치하여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지난 4월 23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학교 양치시설 설치사업을 한 고재득 성동구청장의 인터뷰를 한 바 있다(관련 기사 : "학교에서 이 닦아야 건치 국가 될 수 있어요"). 

성동구의 현 상황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성동구청은 학교 양치시설 사업과 함께 노후한 학교 화장실 개선 사업도 추진하여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여러 가지 성과들을 알려주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성동구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5년간 107억 원을 투입해 16개교 278개 낡은 학교 화장실을 전면 현대화할 계획이다. 올해는 9억6000만 원을 투입해 무학여고, 무학초, 용답초 등 3개 학교 29개 화장실을 개선했다.

지난 4일 성동구에 위치한 세 학교 화장실을 보고 왔다. 세 학교 가운데 용답초등학교는 우리 집 두 아이 모두 졸업을 했고, 2004년도부터 2010년도까지 보건선생님과 함께 구강보건교육을 학급별로 진행한 적도 있는 곳이다.

학생들이 손을 씻고 있다. 밝고 환한 화장실. 학교 화장실의 선입견을 깬다.
▲ 무학초등학교 저학년 여자 화장실 학생들이 손을 씻고 있다. 밝고 환한 화장실. 학교 화장실의 선입견을 깬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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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을 켜지 않아도 화장실 안이 환하다. 학생들이 키 높이에 맞춘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다.
▲ 무학초등학교 고학년 화장실 전등을 켜지 않아도 화장실 안이 환하다. 학생들이 키 높이에 맞춘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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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십리역 근처에 위치한 무학초등학교로 가 보았다. 차영현 교장과 행정실장의 안내를 받아 화장실을 둘러보았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였다.

무학초등학교는 4층까지 각 층마다 복도 중간에 화장실이 위치했고, 큰 창문들이 있어 화장실 채광이 좋았다. 외부에서는 반투명으로 보여 화장실 안의 학생들을 보호하면서도, 어깨 위쪽으로는 안을 볼 수 있어 혹시라도 있을 불미스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한 상태의 화장실은 에너지 절약에 큰 힘을 발휘할 것 같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환기까지 자연스럽게 되는 점은 가정집 화장실이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 살짝 부러웠다. 그 공간이.

볼일을 본 후 학생들이 물 내리는 것을 잊어버려도 자동센서가 세척을 해준다. 화장실 악취가 적어지는 좋은 실례.
▲ 무학초등학교 남자 화장실 소변기 볼일을 본 후 학생들이 물 내리는 것을 잊어버려도 자동센서가 세척을 해준다. 화장실 악취가 적어지는 좋은 실례.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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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화장실은 각층마다 있지만, 일층에 있는 도움반 학생들에게 문턱이 없는 화장실은 사용하기 편리해보인다.
▲ 무학초등학교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화장실은 각층마다 있지만, 일층에 있는 도움반 학생들에게 문턱이 없는 화장실은 사용하기 편리해보인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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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는 도움반 아이들을 위해 장애가 있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변기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변기 뚜껑을 내리면 자동으로 물이 나와 세척이 되니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남학생들 소변기는 학생들 키에 맞춰 제작돼 저학년 학생들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고, 센서가 설치되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동 세척을 해 준다. 덕분에 변기에서 나는 화장실 악취가 사라졌다고 한다.

화장실 벽은 각 층마다 특색 있게 꾸며 놓았는데 4층에는 어린왕자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학생들이 알게 모르게 화장실 갈 때마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삶의 철학을 배울 것 같다.

무학초등학교에서 약 10분 정도 걸으면 무학여고가 나온다.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학교는 아주 조용했다. 행정실장의 안내를 받아 화장실을 둘러보았다. 1, 2층에는 교사용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 안에 샤워부스가 따로 있었다. 아침에 자전거로 출근하거나 운동 후 땀이 많이 났을 때 간단한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교사 사용 화장실내에 설치된 샤워실. 남, 여 화장실에 각각 설치되어 있다.
▲ 무학여고 화장실 안에 설치된 샤워실 교사 사용 화장실내에 설치된 샤워실. 남, 여 화장실에 각각 설치되어 있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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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화장실 청소 도구들을 넣어놓는 공간이 따로 있고, 겨울에 사용하는 난방기를 천장으로 올려놓아 입구부터 깔끔해보였다. 넉넉한 세면기 수와 파우더 공간은 잠시 짐을 내려놓고 이를 닦거나 머리를 빗거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기에 좋았다.

오후 2시가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화장실로 몰려왔다. 어떤 학생은 이를 닦고, 어떤 학생은 손을 씻고, 어떤 학생은 거울을 보고…. 화장실 안에 저마다 차지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홍성남 교장에 따르면, 8월 한 달 내내 화장실 공사를 하는 동안 학교에 나와 공부하던 학생들이 소음으로 고생하고, 주변에서 민원이 발생하여 힘든 점이 있었다고 한다.

홍 교장은 "아직 공사를 하지 못한 화장실은 올 겨울 공사를 할 예정인데 수능이 끝난 시점이라 다행"이라며 "화장실 공사를 하기 전에는 이 문제가 이렇게도 절실한지 몰랐는데, 공사를 마치고 나서 이용해보니 아직 마치지 못한 낡은 화장실 공사가 너무나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공사 중 소음 때문에 불만이 있었지만, 완공된 화장실을 본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여고생들이라 얌전하게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어두운 조명, 벽에 붙은 난방기, 특색 없는 화장실 문 등이 개선 후와 비교된다.
▲ 아직 개선 전인 무학여고 화장실 여고생들이라 얌전하게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어두운 조명, 벽에 붙은 난방기, 특색 없는 화장실 문 등이 개선 후와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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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전보다 훨씬 깨끗하고 아름답다.
▲ 개선 후 화장실 전체모습 개선 전보다 훨씬 깨끗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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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답역 근처에 있는 용답초등학교 역시 노후 화장실을 교체했다. 밝고 환한 상태의 조명과 세련된 디자인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다.

대부분 비슷한 학교 화장실 풍경
▲ 용답초등학교 화장실 개선 전 대부분 비슷한 학교 화장실 풍경
ⓒ 성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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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화장실 모습. 조명이 환하며, 색감이 밝아 기분까지 환해진다.
▲ 용답초등학교 개선 후 화장실 남자 화장실 모습. 조명이 환하며, 색감이 밝아 기분까지 환해진다.
ⓒ 성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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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화장실이다. 변기 수가 많아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 용답초등학교 화장실 개선 후 모습 여자화장실이다. 변기 수가 많아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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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은 학생들의 올바른 화장실 사용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적 미덕은 습관의 결과로 생긴다. 미덕은 우선 그것을 연습해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으며, 마이클 샌델은 "도덕은 행동으로 터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화장실 환경을 조성해줘도 금방 문이나 변기를 고장 낸다면 큰 의미가 없다. 휴지 사용법, 쓰레기 처리법, 물 사용법,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타인을 위한 배려 등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지켜야할 도덕적 습관은 이 사업의 진정한 성과를 판가름 할 것이다.


태그:#성동구청 학교화장실개선사업, #고재득 성동구청장, #서울무학여자고등학교, #서울무학초등학교, #서울용답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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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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