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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을 열었더니 쌀밥에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에 김장 김치만 있으면 안성맞춤 일듯 싶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서 밥 익는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가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서 맛본 밥맛. 요즘에는 빵이 그 자리를 염탐하고 있지만 쌀밥은 우리 민족이 대대로 이어 온 주식이다.

흔히 암이나 성인병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개 이렇다. 도시에서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가지고 살다가 병을 앓게 됐지만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살다보니 건강이 회복됐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규칙적인 식습관이다. 채소 위주의 반찬에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었다고.  

추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까지 푸르렀던 들판은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농부들은 가을걷이에 한창이다. 때를 맞춰 '쌀'을 주제로 한 축제가 열려 눈길을 끈다. 도심의 팍팍한 인심에 지쳤다면 농촌의 넉넉한 인심과 생동감을 느끼고 진정한 '맛'도 보러 떠나는 건 어떨까.

제15회 경기 이천 쌀문화축제가 '맛스런 내음이 너울, 흥겨운 어깨는 둥실'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5일간 이천시 설봉공원에서 개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천 쌀문화축제를 2013년 문화관광 최우수 축제로 선정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농경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농업인들의 풍년농사를 자축하는 장이자, 외국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축제의 행사장은 놀이마당·문화마당·풍년마당·농경마당·기원마당·동화마당·쌀밥카페·햅쌀거리 등으로 꾸며져 매일 다채로운 체험과 전시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차별화된 테마와 특색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매년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간다.

단풍이 물든 나무 사이로 임금님 진상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단풍이 물든 나무 사이로 임금님 진상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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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첫날인 30일에는 임금에게 진상하던 이천쌀의 위상을 알리는 '임금님 진상행렬'이 펼쳐진다. 그 행렬이 이천 시내부터 행사장까지 장대하게 이어질 예정이다. 행렬이 끝나면 한 해의 풍년과 넉넉한 추수를 있게 해준 자연과 땀 흘린 농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추수감사제가 재현된다.

또 이날 오후에는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무지개가래떡 만들기'행사가 진행된다. 떡 만들기에는 관람객과 진행자가 함께 약 600m 길이의 가래떡을 끊기지 않게 뽑아 탁자에 늘어놓는다. 가래떡이 완성되면 자기 앞에 놓인 떡을 끊어서 먹을 수 있다.

600m 길이의 무지개 가래떡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600m 길이의 무지개 가래떡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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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둘째 날인 31일에는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리는 이천설봉공원에서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와 시민이 함께 하는 '이봉주와 함께 달리기'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달리기 코스는 설봉호수 주변의 약 7Km 거리다. 이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를 원하는 시민은 당일 아침 6시 30분까지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이천설봉공원 내 이천쌀문화축제 행사장으로 나오면 된다.

이천쌀문화축제 행사장 일대에서는 가마솥에 밥 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이천쌀문화축제 행사장 일대에서는 가마솥에 밥 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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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하나로 열리는 '이천 쌀밥 명인전'이 눈길을 끈다. 화덕 위에 장작불을 떼 이천쌀로 가장 맛있는 밥을 짓는 명인을 선발하는 행사가 축제기간 매일 진행된다. 하루에 한명 씩 '쌀밥의 명인'이 탄생하는데, 마지막 날 최고의 명장을 선발한다.

역시 명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밥맛뿐만 아니라 밥 짓기 기술, 밥 짓기 절차, 밥을 짓는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 등이 심사에 포함된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교수 등 전문인이 심사위원으로 초청된다. 명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천 쌀밥을 관람객이 시식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야외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날씨가 궁금해진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축제기간에 비 소식 없이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케이웨더 오현지 예보관은 "축제기간 동안 이천시 설봉공원 인근에 구름만 가끔 지나면서 대체로 맑은 날씨가 예상된다"며 "한낮에는 17~18℃까지 오르겠지만 아침기온은 4~7℃의 분포로 일교차가 10℃ 이상 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어 오 예보관은 "축제 마지막 날인 11월 3일에는 우리나라 북쪽에 기압골이 지날 것으로 예상돼 구름이 많아 점차 흐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축제기간 동안 아침기온이 모두 10℃ 이하로 떨어지는 만큼 일교차에 대비해 옷차림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제15회 이천 쌀문화축제 날씨전망 ⓒ박선주
 제15회 이천 쌀문화축제 날씨전망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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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이천 쌀문화축제에는 이천 남부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풍년을 기원하며 행해졌던 거북놀이와 전통혼례, 풍물놀이, 연희마당 등의 세시풍속 행사가 마련된다.

체험행사는 외줄타기, 고무신 투호, 쌀주머니 받기, 짚공예 등이 준비돼 있다. 놀이마당에서는 풍년놀이와 강령탈춤 배우기가 진행돼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농경마당에서는 농경체험, 팔씨름 대회를 비롯해 마당형 퍼포먼스, 마당극, 동냥놀이 등의 무대가 펼쳐져 풍자와 익살이 넘치는 무대를 즐길 수 있다. 기원마당에서는 쌀문화축제 기원제와  더불어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소원의 장이 마련된다.

'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행사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허기가 진다면 '가마솥이천명이천원'을 먹어보는 걸 어떨까.

대형 가마솥에 2000명분의 밥을 지어 김치와 고추장을 곁들여 2000원에 판매하는 '가마솥 이천명이천원'은 이천 쌀문화축제의 대표적 볼거리 중 하나다. 가마솥 위에 올라가 밥주걱이 아닌 삽으로 밥을 퍼 담는 모습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대형 가마솥의 밥을 삽으로 퍼 담고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대형 가마솥의 밥을 삽으로 퍼 담고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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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내에 마련된 햅쌀장터와 주막거리에서는 이천쌀로 빚은 막걸리와 읍·면의 특산물이 산지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된다. 행사장에서 구매한 물품은 무료 택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힘의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쌀의 역사는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와 중국 등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는데 3000~4000년 전쯤 우리나라에도 전파됐다. 초창기에는 한강과 대동강 주변에서 재배하기 시작해서 점차 남쪽으로 퍼져갔다.

벼는 날씨가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기후에서 잘 자란다. 기후조건만 맞으면 벼의 생산성은 안정적인 편이다. 더불어 영양가도 높다. 일반적인 쌀은 90%가 전분인데 이 전분은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펩틴'으로 나눌 수 있다. 아밀로오스 함량이 낮고 아밀로펩틴 함량이 높을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찰진 밥이 되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총괄하는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연규철 농촌관광팀장은 "행사장을 찾는다면 알차게 여문 햅쌀을 직접 구입할 수 있고, 자녀들에겐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케 하고 어른들은 옛 향수를 떠올리며 함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축제를 경험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우리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신명나는 풍물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신명나는 풍물놀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천쌀문화축제위원회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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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축제,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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