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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 생협, 나눔의집, 동자동사랑방, 마을공방, 용산연대 등 용산지역 여러공동체들이 모여 창립식을 개최했다.
▲ 용산마을공동체모임 창립식 지난 7월에 생협, 나눔의집, 동자동사랑방, 마을공방, 용산연대 등 용산지역 여러공동체들이 모여 창립식을 개최했다.
ⓒ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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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생활협동(아래 생협) 조합원이 1천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용산 생협 이사들이 공유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보고되자, 모두들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작년 2월 용산에서 처음으로 생협이 생기던 날의 감동을 기억합니다. 3천만 원 출자금과 300명의 조합원을 모아서 어렵게 생협을 창립했습니다. 발기인들이 모여 많게는 300만 원에서 적게는 몇 만 원까지 탈탈 털어 생협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했습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어린이집 출신 부모들, 도시농업을 시작하던 주민들의 꿈은 소박했습니다. 목적은 뭔가 지속가능한 동네 사업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생협 매장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다행히 마을기업 지원금이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작년 초 생협을 창립하면서 발기인들이 세운 사업계획은 매우 거창했습니다. 생협조합원 교육을 매월 1회 진행하고, 5개의 마을모임을 만들어 운영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또, 1년 안에 1천 명의 조합원을 모아 '적자 고개'를 단숨에 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나름대로 노력은 기울였지만, 허황된 꿈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협동조합 경험이 없는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말 1년 사업평가를 하면서 동네에서 생협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름대로 가끔씩 생협 소식지도 내고, 동네 골목을 누비며 생협 홍보물도 배포했습니다. 매월 녹색장터도 개최하면서 열정 넘치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주먹구구식 재정 처리로 조합원에 질책 받기도

생협을 만들면서 여성민우회생협연합회(현재는 행복중심생협연합회로 바뀜)에 가입해 함께 활동했는데, 용산 생협은 색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자생적이고 일사천리로 생협을 뚝딱뚝딱 만든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남성 이사들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생협은 여성 활동가들이 주요하게 활동합니다. 특히 여성민우회 생협이 그 예입니다.

대부분 이사들은 직장에 다니는 지라 낮 모임이 쉽지 않았고, 생협 운영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수시로 모여 논의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올해 2월 대의원 총회를 개최하면서 용산 생협은 홍역을 치렀습니다. 대의원 가운데 회계에 정통한 조합원이 있었는데 날카로운 지적을 몇 가지 던졌습니다. 생협을 시작하면서 회계를 정확하게 처리하지 않는 것이 그 조합원의 눈에는 훤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대의원 대회를 마치고 공인회계사에게 의뢰해 다시 회계 정리를 했지만,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의 지적이 상당부분 타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창립부터 1년 동안 회계 정리를 맡았던 공인회계사도 꼼꼼하게 보지 못한 것을 미안해할 정도였습니다.

동네에 착한 소비자 1천 명의 의미

작은 동네에서 친환경유기농 생활재(생협 판매 물품을 이르는 말)를 구입하는 사람이 1천 명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물론 생협을 이용하는 상당수 조합원들은 마트도 이용하고 재래시장도 이용합니다. 조합원마다 쌀, 과일, 라면, 빵, 돼지고기, 생선, 휴지, 과자 등 구입 선호품이 천차만별이기도 합니다. 주로는 반찬거리를 많이 구입합니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방사능 유출 문제로 생협 생선 소비가 늘었습니다. 매월 꾸준히 30여명, 혹은 40여 명이 가입비와 출자금을 내고 생협에 가입하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지금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는 금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먹는 것은 단순한 음식 개념을 넘어섭니다. 철학과 문화, 관계와 존재를 반영하는 셈입니다. 민주적운영, 협동조합간 연계, 지역사회 공헌 등 협동조합의 7대원칙을 지켜나가고 생활협동조합이 조합원들과 환경과 생태적 삶, 나눔과 연대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은 너무 거창한 이상일까요? 이상은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천 명의 동네 조합원'은 그런 이상을 실현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착한 생산자는 착한 소비자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봅니다.

도시에서 시작하는 마을공동체 바람

요즘에 협동조합, 마을기업, 마을공동체, 마을기업, 마을학교, 마을공방, 마을라디오, 마을예술창작소, 마을까페 등이 바람처럼 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럴까 생각해 봅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각박한 경쟁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복지 재정 확대로만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소통과 나눔을 바탕으로 배려하고 신뢰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만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우리 삶의 작은 단위, 마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도시에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웃과 만나서 소통하기도 어렵습니다. 도시에서는 애들이나 어른이나 모두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형태는 달라도 작은 공동체들은 있습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학부모들 모임이 있고, 아파트 거주자 모임도 있고 각종 체육동호회, 문화활동 모임, 교회나 성당의 종교모임도 있습니다. 이른바 관변 단체라고 불리는 새마을부녀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도 탄탄한 공동체도 있습니다.

동네에서 생협을 만들어 운영하고 용산지역의 각종 마을공동체모임 사람들이 자주 만나면서 공동체간의 유기적인 연계와 확장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도시에서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은 만나는 일은 행복한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지역 풀뿌리언론인 용산마을신문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생협, #용산,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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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참여의 지역공동체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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