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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세대에 연탄을 배달하는 사람들
 저소득층 세대에 연탄을 배달하는 사람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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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더 얹어 줘."
"나이 드셨으니 적당이 들고 다니세요. 그러다 허리 다쳐요."
"괜찮다니까. 몇 장 더 올려."
"다친다니까. 알았어요. 한 장만 더 올릴게요."

연탄 지원 봉사에 나온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서로 위하는 그들 모습에서 '아직까지 따뜻한 세상이구나'하는 걸 실감했습니다. 인간의 훈훈한 정이 가득한 연탄 나르기 봉사를 보게 된 건, 광주에 가기 전 잠시 여수시 연등동 산동네에 볼일 보러 가던 참이었습니다. 지난 20일, 여수시 연등동 산동네 골목에서 어른들 틈에 낀 두 아이를 만났습니다. 한 아이에게 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물었습니다.

"새벽에 나가시는 아빠께 '아빠 어디 가?' 했더니, 연탄 나르러 간대요. 그래서 '나랑 같이 가' 해서 왔어요."

아빠 이수일(40)씨와 함께 연탄 배달에 나선 여수 동초등학교 4학년 희상군의 말입니다. 아직 잠에 취할 시간에 아빠와 봉사하러 나서다니, 어린 녀석이 참 기특합니다. 아빠는 "아들과 같이 나선 봉사 길이라 더 힘이 난다"며 아들을 대견해 하더군요. 이 말을 들으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창 인기몰이 중인 <아빠 어디가?>에 감히 제안합니다. 아빠와 아이들이 여행 다니며 소통만 할 게 아니라 이런 봉사 개념까지 넣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입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더 삶의 의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덩달아 시청자들도 뿌듯 할 것입니다.

연탄가루 묻히는 아빠와 아들 모습에서 본 행복

연탄을 지원하는 사람들 모습에서 희망을 느낍니다.
 연탄을 지원하는 사람들 모습에서 희망을 느낍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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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루를 묻힌 녀석의 모습에서 삶의 재미를 봅니다.
 연탄가루를 묻힌 녀석의 모습에서 삶의 재미를 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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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끈까지 질끈 동여 맨 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머리끈까지 질끈 동여 맨 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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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연탄 등짐을 진 채 비탈길을 오르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해오름 봉사단원들을 보며 미안함과 흐뭇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해오름 봉사단은 만든 지 2년. 여수산단 노동자와 주부 등 30명이 채 안 된 인원이랍니다. 해오름 봉사단의 김대훈(48) 회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나려면 약 500장의 연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 등에서 지원은 200장 밖에 안 됩니다. 그 나머지 300장을 일부 저소득층 가정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창고가 비좁아 다 넣지 못하는 세대는 그 비용만큼 다른 걸 대신 선물합니다."

그들은 저소득층에게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생색내기용 봉사를 많이 봐 왔기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진정성으로 다가왔습니다.

"야, 연탄 지원 봉사를 할 땐 얼굴에 연탄을 묻혀가며 일하는 게 재밌어. 어떤 일이든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야."

아빠 김영철(41)씨가 아들 상수(여수 부영초 6학년)군에게 세상을 즐기는 법을 한 수 훈수하며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혔습니다.

"아빠, 그러지마."

상수군은 아빠의 장난을 피하려 고개를 숙였습니다. 하지만 검은 연탄가루를 묻힌 아빠의 손이 여지없이 아들 얼굴을 훑고 지나 간 뒤였습니다. 그들 부자 모습 속에는 작은 행복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연탄이 들어와 좋은데, 보일러가 고장이라..."

연탄을 짊어지고 저 길을 오르려면...
 연탄을 짊어지고 저 길을 오르려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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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잘 쌓고 있지?"
 "연탄 잘 쌓고 있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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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고마워합니다."

연탄 등을 지원 받은 장애인 부부는 창고에 쌓여가는 연탄을 보며 감사함을 표현했습니다. 그들은 창고가 비좁아 연탄 300장을 다 들이지 못하고 160장만 넣었습니다. 나머지는 기저귀와 게장, 과자 등 아이들에게 필요한 선물로 대신했습니다.

창고에 쌓이는 연탄은 네 명의 아이를 둔 장애인 부부의 얼굴을 밝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아이들 키울 때 월급 타면 제일 먼저 아이 먹일 분유를 산 후, 그걸 보며 괜히 든든해했던 그런 마음, 뭐 이런 기분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부부의 얼굴은 왠지 밝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무엇 때문일까? 걱정거리를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을 즈음, 장애인 부부는 안타까운 속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연탄이 들어와 좋은데, 보일러가 고장이라 걱정입니다. 어느 단체에서 고쳐주기로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장애인 부부와 네 명의 자녀를 위해서도 빠른 걸음으로 보일러 고쳐 주었으면 싶습니다. 연탄 나르는 걸 지켜보시던 이웃집 아주머니께서도 "이 집 참 어려운데 잘 도와주는 거다"면서 "내가 다 고맙다"며 덕담을 건넸습니다.

"아빠가 연탄 나르기 봉사한다고 갈래? 하시길래, 따라 나섰어요. 봉사가 재밌고, 마음이 너무 뿌듯해요."

아빠를 따라 나섰던 김상수군의 연탄 봉사 소감입니다. 덤으로 인생을 배우는 녀석이 어찌나 귀여운지 엉덩일 토닥여 주었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몸소 보여준 두 아빠가 참 부럽습니다.

해오름봉사단의 연탄 봉사자들입니다.
 해오름봉사단의 연탄 봉사자들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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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흘려 연탄 나르기 봉사에 나선 초등학생 녀석들이 참 기특합니다.
 땀흘려 연탄 나르기 봉사에 나선 초등학생 녀석들이 참 기특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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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연탄, #해오름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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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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