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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봄 갈수기 때의 반구대 암각화 모습.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하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가 52m 이하면 물에 잠기지 않는다
 2013년 봄 갈수기 때의 반구대 암각화 모습.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하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가 52m 이하면 물에 잠기지 않는다
ⓒ 사진작가 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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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호 태풍 다나스가 지난 8일 밤 우리나라를 지나갔지만, 울산에는 별다른 피해를 남기지 않았다.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태풍 다나스의 영향을 받았던 지난 8일부터 9일 오전까지 울산 중구 도심에는 91.8mm의 비가, 해안가에는 129mm~120mm의 비가 내렸다.

이번 태풍으로 울산의 사연댐(만수위 60m) 수위는 49.07에서 49.69로, 회야댐(만수위 31.8m)은 태풍전 27.39m에서 29.36m로, 대곡댐(만수위 120m)은 105.26m에서 106.58m로, 대암댐(만수위 48.5m)은 47.18m에서 48.07m로 각각 올랐다.

울산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 8일 회야댐 낙동강 원수 유입을 중단한 데 이어 9일에는 대암댐의 낙동강 원수 유입을 중단시키는 등 낙동강 물을 유입하는 두 댐 모두에 다른 지역의 물 유입이 중단됐다. 울산의 물부족이 해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많은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10여년 간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보존방법을 두고 공방을 벌였던 국보 285호인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관련기사: 5천억원짜리 그림,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나)

이번 태풍으로 사연댐(만수위 60m)의 수위가 49.07m에서 49.69m로 올랐는데, 울산시는 낙동강 물 유입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울산시가 주장해 온 "52m 이하로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시민 식수가 부족하다"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 측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9일부터 울산에는 낙동강 물을 일절 들여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연댐 52m면 물에 잠기는 반구대 암각화... 49.69m에도 물 부족 없어 

올해 울산은 유례없는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을 겪어 하루 6만t 을 유입하던 낙동강 원수유입량을 10월 1일부터는 21만t으로 늘렸다. 앞서 울산시는 8월 13일 하루 6만t의 낙동강 물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8월 29일부터는 하루 16만t으로 낙동강 원수구입량을 늘렸었다.

이에 반해 반대급부로 그동안 이 기간이면 물에 잠겨오던 반구대 암각화는 가뭄의 덕으로 다행히(?) 훼손의 원인이 되는 잠수를 면할 수 있었다.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이번 비로 600만t 이상의 식수확보 효과를 거둬 낙동강 원수 유입에 따른 예산 23억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내년 갈수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비가 조금 더 와야 한다"고 밝혔다.

반구대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이 건설된 후 6년이나 지난 1971년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받고 이곳을 조사한 동국대학교 문명대 교수팀에 의해 발견돼 1년 중 우수기인 6~7개월을 물에 잠기면서 심각한 훼손을 불러왔다.

이 사실이 공론화되자 문화계를 중심으로 많은 국민들의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보존 방법을 두고 대립만 하면서 훼손을 가속화 시켰다. 양측의 공방 원은은 결국 '물' 때문이었다.

평소 사연댐은 갈수기엔 52미터,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엔 60미터의 댐 수위를 보이는데 댐수위가 항상 52미터를 유지하면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길 염려가 없지만, 우수기때 불어난 52m 이상의 댐 수위로 암각화도 물에 잠기게 되는 것.

이 때문에 문화재청은 댐 수위를 항상 52미터로 유지하도록 댐 수위를 조절해 반구대암각화를 영구보존하자는 안을 제기했지만, 울산시는 물이 부족해진다며 차라리 반구대 암각화 앞에 둑을 쌓자고 주장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반구대 암각화 주변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문화재청의 주장에도 울산시의 판정승으로 끝이 났다.

양측은 '카이네틱 댐(가변형 투명 물막이)'이라는 임시방편을 보존대책으로 합의해 현재 물막이 공사를 위한 기초환경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영구적이고 실질적인 보존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태풍으로 중요한 사실이 발견됐다. 태풍이 몰고온 비로 현재 사연댐 수위가 49.07에서 49.69로 높아졌지만, 울산시가 낙동강 원수를 중단한 것. 결국 댐 수위 52m 이하가 돼도 물 부족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댐 수위를 52m 이하로 낮추면 울산시민의 식수가 부족해 진다며 토목공사롤 고수한 울산시의 줄기찬 주장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앞서 울산시민단체협의회는 "2013년 6월 현장에 가서 보니 현재 사연댐의 수위는 52미터 이하로 내려가 있지만, 울산의 식수는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참석자 모두 확인했다"며 "이는 울산시민 누구나 (수자원공사 등에) 공개된 자료와 현실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2009년 문화재청은 전국 20세 이상 남녀 5900명을 대상으로 국가문화재 가치를 산정하는 설문조사를 조건부가치평가법(CVM)을 적용해 진행했고, 조사 결과 반구대암각화의 가치는 4926억 원으로 국내 문화재 중 가장 높은 가치가 부여됐다. 정이품송 4152억 원, 종묘제례·제례악 3184억 원, 창덕궁 3097억 원, 팔만대장경 3080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태그:#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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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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