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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가 주민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대치 중
 농장주가 주민들의 출입을 막으면서 대치 중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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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마을 입구에 들어선 돼지농장 때문에 방안까지 풍기는 악취로 골치를 앓던 주민들이 지난 9월 축산분뇨 무단방류 현장을 목격하고 청양군에 신고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4일 오전 9시 청양군 대치면 오룡리 마을회관 앞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주민 20여명은 오전 10시 트럭에 나누어 타고 1km 가량 떨어진 인근 문제의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에 도착한 한 주민이 "여기 서 있기 조차 쉽지 않다"고 불평을 터트렸다.

청양군청 환경보호과 직원들과 함께 온 주민들은 입구에서 발목이 잡혔다. 주민들이 "4065.01㎡ 규모의 축사에 새끼돼지, 육성돈, 비돈육 2900여두를 사육할 수 있는 시설로 알고 있는데 증축 부분과 정확한 사육 돼지 수를 파악하겠다"고 하자 농장주가 "외부인이 들어오면 질병과 스트레스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출입을 막은 것.

주민들은 2011년 11월 18일 농장주가 주민들에게 각서를 쓰고 "3500두 이내로 돼지 수를 제한하고, 정화조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조경수와 경관용 시설물 설치, 외부의 가축분뇨는 안 들여온다, 신설 정화조가 악취가 감소하지 않으면 폐쇄한다'고 법적 공증(법부법인 홍주)을 통해 서약까지 해 놓고는 이를 어기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적정 두수를 초과하여 폐수 용량이 넘은 것을 무단 방류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하류에 있는 칠갑저수지까지 다 오염이 되었다, 우리는 사업장에 피해를 주려고 온 게 아니다, 주민 대표만 소독하고 사진을 찍어 사육두수를 확인하겠다"고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농장주가 받아들여 진입할 수 있었다.

농장 안으로 들어가자 4065.01㎡ 규모의 6동의 돈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고 이후 청소를 했다는 농장은 악취가 심해서 코를 막을 정도 였다. 농장주가 돈사 문을 열자 숨을 쉴 수가 없이 구토가 밀려온다. 지하에 매설된 축산 폐수저장고에도 분뇨가 가득 차 있었다.

"20년 동안 악취 참고 살았다, 축산 폐수 무단 방류해"

축산 분뇨가 흘러내린 장소
 축산 분뇨가 흘러내린 장소
ⓒ 제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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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사육 두수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돼지사육 두수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이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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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기(64) 이장은 "지난 9월 9일 오후 4시 45분경 충남 청양군 대치면 오룡리 돼지축사 밑 계천에서 심한 악취가 발생하여 노인회장, 주민 등 3명이 농장으로 들어갔다"며 "농장 입구에 흙으로 둑을 만들고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해 군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군청계장이 도착하자 방류가 아니라, 흡입이라며 발뺌했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윤 이장은 "그동안 주민들이 악취가 난다고 항의도 많이 했지만, 농장주 사장에게 매번 전화하기 미안할 정도여서 참고 또 참았다"며 "시설이 노후하여 넘쳤다면 정당하게 설명을 해줘야지, 감추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한 주민 역시 "지난 7월에도 불법으로 방류하다가 걸리지 않았느냐, 그리고 사건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공식적인 사과 한 번 없었다"며 이어 "지난 20년간 우리는 악취로 고통을 받고 살았다, 뉘우치는 심정으로 자진 철거를 하든지 아니면 언제쯤 철거하겠다는 확답을 달라"고 말했다.

"수도 배관이 터져서 폐수와 섞여서 일어난 사고다"

주민들이 도착한 후(축산 분뇨를 무단으로 방류했다는 문제의 차량의 호스가 우수관에 있다.)
 주민들이 도착한 후(축산 분뇨를 무단으로 방류했다는 문제의 차량의 호스가 우수관에 있다.)
ⓒ 제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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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아무개(55) 농장주는 "사고 당시 병원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아침에 왔더니 돼지에게 공급되는 수도관 배관이 터져서 넘치고 있었다, 농장의 배수로 정비가 오래되어 물이 고이면서 분뇨가 섞여 하천에 조금 흘러들었다"며 "주민들이 고의로 폐수를 방류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으며 고의가 아닌 사고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가 나자 중장비를 불러서 오염된 토양과 오수관 등을 묻고 차량 10대 정도 자갈을 부어서 처리하고 있다"며 "하루에 폐수가 20톤 가량 발생하고 있지만, 여름에 축산 폐수를 처리할 수 없어서 탱크마다 가득 차 있으니, 분뇨를 처리하기 위한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해 요즘은 25톤씩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악취 저감을 위해 공사를 하고 있지만, 더 줄이기 위해 입구에 3~4미터 높이의 펜스를 설치하고 농장이 보이는 도로에 나무를 심어 미관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예전에는 3500두를 키웠는데 지금은 일부 위탁을 하고 2700두서 3000두 가량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사업장 폐쇄와 관련해서는 "현재 빚이 많아서 이곳을 폐쇄하면 도산한다"며 "올 12월부터는 부여의 공동분뇨처리장에서 전량처리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최재영 환경보호과 과장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공정하게 처리를 하겠다"며 "지역의 축산업자들이 영세업체로 시설이 열악하고, 무단 폐수를 했다는 주민들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근거가 없으면 처벌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최대한 공정하게 처리를 하겠다, 목격자의 진술서를 받고 주민들이 보내온 자료를 첨부하여 검찰에 송치할 것이다. 다음 주까지는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농장 주가 2011년 11월 18일 주민들에게 써준 각서
 농장 주가 2011년 11월 18일 주민들에게 써준 각서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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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 지난 2일 이석화 군수와 면담을 하고 군에서 혐오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행하고 지속적인 방문으로 사고 발생 최소화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한 조사를 요구했다.


태그:#축산 분뇨, #무단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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