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작업자들이 조경수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 모습을 보고 지나가고 있다. 이날 주변에 있던 일부 시민은 농약 살포 후 피부 등에 따가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작업자들이 조경수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 모습을 보고 지나가고 있다. 이날 주변에 있던 일부 시민은 농약 살포 후 피부 등에 따가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부산 금정구에 사는 김아무개(38)씨는 지난 12일 부산광역시청을 찾았다가 의아한 광경을 보게 됐다.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남성들이 고압의 호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를 나무로 쏘아대는 모습을 본 것. 시청사를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액체가 날아갔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고 작업을 계속해나갔다.

김씨 역시도 청사 주변에 있다 바람에 날아온 액체를 맞았다. 잠시후 김씨의 얼굴과 눈이 따갑고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고통을 참을 수 없었던 김씨는 화장실로 달려가 얼굴을 씻어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까지 씻겨 내려가지는 않았다.

이같은 모습은 지난 26일 다시 목격됐다. 이번에는 시청사 뒤편이었다. 몇 명의 작업자들이 희뿌연 물줄기를 나무가 흠뻑 젖을 정도로 세차게 뿌렸다.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시민은 갑작스러운 물벼락에 자전거를 세우고 차도로 내려섰다. 작업자에게 다가가 액체의 정체를 묻자 그는 "소독약"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이들이 뿌리는 액체가 궁금했다.

<오마이뉴스>는 부산시에 청사 주변 농약 사용 현황을 정보공개청구했다. 확인 결과 정체불명의 액체는 농약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2013년 들어 3월과 4월, 6월, 7월 (두차례), 9월 청사 주변 수목관리에 농약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9월 12일 김씨가 맞았던 것 역시 살충제와 살균제 성분의 농약이었다.

시민 이용 광장에 발암물질·내분비장애 등 독성 농약 쓰여

지난 1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작업자들이 조경수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 모습을 보고 지나가고 있다. 이날 주변에 있던 일부 시민은 농약 살포 후 피부 등에 따가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작업자들이 조경수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 모습을 보고 지나가고 있다. 이날 주변에 있던 일부 시민은 농약 살포 후 피부 등에 따가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과연 이들 농약은 안전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부산시는 생태독성 1급 농약을 비롯해 발암물질과 내분비 장애물질 등으로 사용 자제 권고를 받고 있는 농약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했다.

부산시가 가장 많은 빈도로 사용했다고 밝힌 살균제 '다이센엠-45'의 주성분은 만코제브(mancozeb). 미국 환경보호청(US-EPA)은 만코제브를 '유력한 인체 발암물질'(probable human carcinogen)이라 규정하고 있다. 또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WWF)에서는 만코제브를 내분비 장애물질로 구분한다. 내분비 장애물질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번식장애 등을 초래하는 물질로 기형을 유발하거나, 수컷의 정자수 감소 등을 초래한다는 보고가 있다.

부산시의 농약 사용 현황에 있는 살균제 '톱신엠' 역시 미국 환경보호청이 '발암가능물질'(likely human carcinogen) 로 규정하고 있는 티오파네이트-메틸(thiophanate-methyl)이 주성분이다. 뿐만 아니라 빈번하게 사용한 살충제 '다니톨'의 경우는 생태독성 1급 농약이다.

한국작물보호협회가 펴낸 농약사용지침서는 다니톨이 "피부자극성과 안자극성이 있으므로 방제복, 보안경, 마스크,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여 바람을 등지고 뿌리되 작업 후에는 입안을 물로 헹구고 손, 발, 얼굴 등을 비눗물로 깨끗이 씻으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산시가 사용했다고 밝힌 상당수의 농약은 농촌진흥청이 정한 안전사용기준을 위반했다. 농약관리법은 제23조 안전사용기준을 통해 안전사용기준을 지키고, 취급제한기준을 따라야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해외에서는 농약 살포 후 경고 표시... 부산시 "향후 사용 자제하겠다"

지난 26일 부산시청 뒤편 조경수에 농약 살포 작업을 벌이던 차량의 모습. 작업자는 자신들이 하는 작업을 소독 작업이라고 밝혔다. 사람이 액체를 맞아도 상관없느냐는 질문에 작업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주변을 보행하는 시민들에 대한 특별한 안내는 없었다.
 지난 26일 부산시청 뒤편 조경수에 농약 살포 작업을 벌이던 차량의 모습. 작업자는 자신들이 하는 작업을 소독 작업이라고 밝혔다. 사람이 액체를 맞아도 상관없느냐는 질문에 작업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주변을 보행하는 시민들에 대한 특별한 안내는 없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사용해서 안 되는 농약을 시민들의 왕래가 많은 평일 대낮에 사용하면서도 부산시는 어떠한 안내나 통제를 하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은 농약 살포 전 "농약살포작업 중이라는 것을 알려 주변에 있는 인가, 가축, 물고기, 뽕밭 등에 대한 피해방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이런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것이다. 농약 살포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부산시청 직원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위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농약 사용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부산시와 달리 친환경 가로수 관리 정책을 펴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을 다르다. 일산서구청은 부산시가 사용한다고 밝힌 다이센엠-45 등의 농약을 위해성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오현병 일산서구청 녹지관리팀장은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해충의 알집을 제거하거나 유인 덫을 설치하는 방식을 쓴다"며 "불가피하게 농약을 쓸 경우에도 친환경자재를 사용하고 날아서 흩어지는 농약이 없게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농약을 사용할 경우 이를 제대로 고시해야 한다는 의견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농촌진흥청 박연기 연구관은 "해외에서는 공원이나 잔디에 농약을 사용하면 그 테두리에 위험 표시를 하고, 무슨 농약을 사용했는지 고시를 한다"며 "한국도 외부 용역을 거쳐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측은 살포방식과 제품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시민봉사과 관계자는 "안전요원이 작업현장 옆에서 사람을 통제하도록 되어있지만 미숙했던 듯 하다"며 "다시 확인해서 작업자들에게 교육을 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체에 해로운 농약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발암물질 등의) 정보는 미처 파악을 하지 못하였다"며 "향후에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태그:#부산시, #농약살포, #발암물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