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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 네이버 대표(맨 오른쪽)가 27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 네이버대책위원장 발언을 듣고 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맨 오른쪽)가 27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에서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 네이버대책위원장 발언을 듣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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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재벌처럼 뒤로 호박씨 까면서 로비할 건가?"

네이버가 연일 '중소벤처'와 상생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27일 오전에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아래 창준위) 소속 단체장들과 '상생협력기구' 설립 간담회를 열었다.

부동산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중고차, PC방, 인테리어, 자전거, 꽃집에 이르기까지 각계 대표자들은 '솔직하게 말하는 대화'라는 이날 주제에 걸맞게 네이버에 쌓인 감정들을 쏟아냈다.

"불공정한 네이버 사업 모델, 미국에선 성공 못해"

창준위 네이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순종 부동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네이버가 발표한 상생안이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시간벌기용인지, 진심으로 되새기면서 하는 발표인지, 진정성에 대한 답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국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협동조합 이사장은 "네이버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클릭 광고, 키워드 검색광고, 상표권 침해 같은 불공정거래를 했어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반문한 뒤, "네이버가 한국에서만 활개치고 글로벌 포털로 성공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관련 법과 제도가 소상공인들은 피해보고 일부 대기업만 혜택을 보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인보식 한국자전거판매협동조합 이사장은 "유통법, 상생법 개정할 때 재벌들은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뒤로 호박씨 깠다"면서 "네이버도 '네이버 규제법'에 대해 호박씨 까면서 뒤에서 로비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수입원은 검색 광고이고 22만 명이 넘는 광고주 상당수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라면서 "네이버 존립과 성장에는 여러분이 파트너"라며 동반자 관계를 강조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일시적으로 소나기 피하는 거라면 상설 기구를 제안하지 않고 (요구 사항) 하나하나 성의 표하는 방식으로 했을 것"이라면서 "상생협력기구를 잘 만들고 운영할 책임을 안고 가는 것인 만큼 진정성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모임은 네이버대책위에서 네이버의 온라인 골목상권 침투를 비판하는 피해사례 발표회와 1인 시위까지 벌인 결과였다. 김상헌 대표는 이날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창준위 위원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등 3인이 공동 준비위원장을 맡아 재단법인 형태의 상생 협력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상설 기구에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하고, 분쟁 해소 역할도 맡기로 했다. 네이버는 재단 설립과 운영에 드는 비용은 모두 부담하되, 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창준위에선 네이버가 벤처 창업과 문화콘텐츠 지원을 위해 각각 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것과 관련, 그에 걸맞은 출연금을 압박하기도 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1본부장은 "그동안 중앙회가 대기업은 비판하면서 네이버 문제엔 왜 침묵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네이버가 중소벤처로 시작해 온라인에서 유일하게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까지 성장했다는 점에서 대화를 통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려고 네이버 불공정 문제를 지적 안했던 것"이라며 이번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불공정한 검색이 문제 핵심... 일부 사업 접는다고 해소 안돼"

네이버는 지난 8월 7일 골목상권 침투라는 비난을 받아온 자체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7일 골목상권 침투라는 비난을 받아온 자체 부동산 매물정보 제공 서비스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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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화두였던 재벌의 골목상권 침투와 '갑을 문제'가 온라인까지 번지면서 '포털 1위'인 네이버가 직격탄을 맞았다.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면서, 자체 서비스를 우선하는 검색 서비스와 부동산을 비롯한 중소 온라인사업 영역 침투 등 각종 불공정 행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에 피해업체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네이버 독점 규제법'을 만들 움직임을 보이자, 네이버는 급기야 지난 7월 29일 1000억 원 펀드 조성을 비롯한 '인터넷 중소업체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 7일에는 자체 부동산 매물정보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고 지난 26일엔 맛집, 여행, 요리 레시피, 쿠폰, 패션 등 자체 사업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런 네이버의 변화를 반기면서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두 얼굴의 네이버> 저자인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아직은 선언 수준이고 자회사 등에서 반발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네이버에서 직접 사업을 포기하더라도 자회사 지분을 정리하는 식으로 자회사에 떠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네이버의 근본적인 문제는 불공정한 검색과 원본 문서를 우선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폐쇄적인 서비스"라면서 "네이버 자체 서비스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네이버 검색에서 다른 서비스를 동등하게 취급하라는 건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몇몇 분야에서 빠져 나오는 수준에선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헌 대표 역시 상생 방안 발표 당시 "다양한 업체들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등도 검색 결과에 함께 노출하는 등 검색 서비스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김 교수는 "(자체 서비스 우선 검색은) 네이버의 핵심적인 경쟁력이기 때문에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글이 EU 반독점 조사에 타협한 것처럼 네이버도 검색 불공정성 해소와 내부 콘텐츠 외부 공개 요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네이버,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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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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