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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인 황종열(59. 창원)씨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원 공문을 보내 야외 전광판에 근로기준법 관련 내용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황씨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민원 회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황종열(59. 창원)씨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민원 공문을 보내 야외 전광판에 근로기준법 관련 내용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황씨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민원 회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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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이 고맙다고 한다. 처음에는 싸우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관청에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근로기준법을 잘 지켰으면 한다."

민주노총 조합원 황종열(59·창원)씨는 요즘 신이 나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로기준법 관련 전광판 표출 요청'을 하고 있는데, 좋은 반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황씨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민원 회신문'을 들고 민주노총 경남본부를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민간 전광판 30여곳에 10월 한 달 동안 '근로기준법 관련 준수 내용'이 나오도록 조치를 하기로 한 것이다. 황씨가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원을 냈는데 보름만에 답변이 온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는 "전광판 공익광고에 대한 관심과 제안에 감사 드린다"며 "국민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는 국가 차원의 행사와 주요정책을 중심으로 매월 각 부처 수요조사를 거쳐 전국 전광판에 표출 의뢰를 히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관련 준수내용의 전광판 표출 여부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거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종열씨는 올해 4월부터 자치단체 등 관공서에 '근로기준법 관련 내용 표출'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해 오고 있다. 민원은 경남에 거치지 않고 전국 주요 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공서에 제기되었다.

지금까지 황씨의 민원을 받아들인 관공서는 수없이 많다. 서울(3곳), 부천(12곳), 김해(56곳), 부산, 거제, 제주, 고양, 시흥, 광주, 영천, 안양, 포항, 남원, 화성, 충주, 원주, 김포, 제천, 함양, 속초, 춘천, 영주, 인천, 서귀포, 구미, 함안, 광명, 태백, 목포, 창원 등 자치단체는 자체 운영하는 전광판에 근로기준법 준수사항이 나오도록 했다.

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40곳 전광판에 같은 내용이 나오도록 했다. 그동안 관공서에서는 '근로자'라는 말을 주로 사용해 왔는데, 일부 전광판에는 '노동자'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황종열씨는 최근 고용노동부 장관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는 "전국에 있는 전광판 회사에서 운영하는 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내용이 표출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황씨가 제시한 '근로기준법 관련 홍보문'은 모두 12개 항목이다. "1주일간 소정 근로기간을 개근한 경우에는 반드시 1일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4일 이상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산재법에 따라 치료받을 수 있다", "제조업에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할 때에는 반드시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적어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등 내용이다.

황씨는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때는 공무원들과 많이 싸우기도 했다"며 "그런데 지난 6월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나온 뒤 공무원들한테 기사를 보라고 하니까 쉽게 이해를 하더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6월 13일 "사장님들! 전국 시정홍보 전광판 꼭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황씨를 소개하기도 했다.

황씨는 자치단체에 민원을 팩시밀리로 보내고 다시 전화를 걸어 팩스를 받았는지 확인한다. 그는 이전에 회사 노동자로 일했지만 요즘은 딱히 벌이가 없는데 이 일과 관련한 전화비용만 수십만 원에 이른다.

황씨는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들이 많지만 노동조합 가입률은 극히 낮고, 많은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몰라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무엇보다 사장 등 사용주들이 근로기준법을 잘 알고 지켜야 하기에 전광판 표출 운동을 벌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태그:#근로기준법, #황종열, #민주노총,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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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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