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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바나산 폭포
 바나산 폭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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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에는 8명이 탈 수 있지만 우리는 네 명이 탄다. 문이 닫히고 한 바퀴 휙 돌더니 건물을 벗어나 고도를 높여간다. 곧이어 앞으로 폭포가 나타나고, 뒤로 아래쪽 정류장 지역이 보인다. 비가 와선지 폭포의 수량은 풍부하다. 안개가 산자락에 퍼져 있어 신비감이 더한 편이다. 바나산 정상이 해발 1500m 가까이 되기 때문에 산굽이를 몇 개 넘어야 한다. 그러므로 케이블을 받치는 기둥이 산자락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두어 굽이 산을 넘자 숲이 좀 더 우거진 정글이 나타난다.

정글 사이로 가끔 폭포가 보이더니, 빽빽한 교목 군락이 나타난다. 나무의 크기가 20~30m는 되어 보인다. 눈을 돌려 올라온 쪽을 내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저 멀리 다낭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오르자 왼쪽으로 하얀색의 석불좌상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영응사(Linh Ung Pagoda) 절이다. 영응사는 2004년에 세워졌으며, 24m 높이의 석불좌상이 유명하다. 하얀색 불상이어서 케이블카뿐 아니라 주변 어디서도 잘 보인다.

바나산 파노라마
 바나산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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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산 케이블카는 수직 고도로 1300m를 올라간다. 케이블의 길이는 5㎞가 넘으며, 정상까지 이르는데 25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를 내린 다음 밖으로 나오니 안개가 자욱하다. 산이 높아서 그런가? 우리는 먼저 바나산 정상에 있는 도교 사원 영주영사(嶺主靈祠)를 찾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안개가 심해 먼저 판타지 파크를 보고 사원을 찾기로 한다. 판타지 파크는 일종의 놀이공원으로, 실내에서 모든 걸 보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파크에서 새로운 체험을...

자이로 드롭
 자이로 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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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파크는 우리의 롯데 월드를 연상하면 된다.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는 이 중 몇 가지 놀이기구를 탄다. 먼저 자이로 드롭을 탄다. 위로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 스릴을 즐기는 놀이기구로 남녀노소가 다 좋아한다. 정말 오래간만에 스릴을 즐겼다. 다음에 탄 것은 록 카페(Rock Cafe)다. 자리에 앉은 다음 안전띠를 채우고 나면, 위로 올라가면서 회전을 한다. 이러한 탈것들은 내려갈 때 짜릿한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이번에는 조금 쉬는 의미에서 범퍼카를 탄다. 차를 스스로 운전하면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놀이기구다. 범퍼카는 25대 정도로 애들과 어른이 절반 정도씩 탄다. 우리 모두는 차끼리 부딪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후 들어간 곳은 4D-입체체험관이다. 체험관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은 다음, 4D-안경을 쓰고 안전띠를 채운다. 어둠 속에서 화면이 앞으로 나오면서 비행기를 탄 우리가 협곡을 빠져나간다.

주라기 공원
 주라기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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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위험도가 높아진다. 나는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다른 어떤 놀이보다 스릴이 있다. 곳곳에서 파편이 떨어지고 물이 튀기까지 한다. 이건 정말 현실감이 대단하다. 놀이공원 가본 지가 10년도 넘는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체험을 한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비행기를 탄 시간이 1시간은 되는 것 같다. 실제 비행시간은 5~6분에 불과한데 말이다. 체험관을 나오면서 그동안 내가 너무 스릴에 무감각했다는 생각이 든다. 잠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니 즐겁기까지 하다.

이들을 다 타고 나서 30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나와 아내는 먼저 주라기 공원으로 들어간다. 주라기 시대를 재현해 놓았는데, 그곳에 사는 공룡이 기계장치의 도움으로 움직인다. 공룡들은 소리도 낸다. 나무들 사이에는 공룡뿐 아니라 매머드와 원시인의 모습도 보인다. 과학적으로는 안 맞지만 그러려니 한다. 주라기 공원을 나온 우리는 어드벤처 존(Adventure Zone)에도 잠시 들른다. 죽음의 공동묘지도 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아내와 나는 밀랍인형박물관(Wax Museum)으로 향한다.  

밀랍인형 박물관에서 마이클 잭슨도 만나고 넬슨 만델라도 만나다

마이클 조던과 나
 마이클 조던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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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인형 박물관은 유료다.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자 성룡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의 밀랍인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 중 이소룡, 마이클 잭슨을 빼고는 다 살아있는 인물이다. 처음 만난 인물이 무하마드 알리다. 두 번째가 타이거 우즈, 세 번째가 리오넬 메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운동선수가 메시다. 다음엔 마이클 조던이 나온다. 나도 키가 큰 편이라 마이클 조던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키가 2m나 되는 조던 옆에 서니 조금은 위축이 된다. 조던은 시카고 불스 선수로 23번을 달고 있다.

마이클 잭슨과 엘튼 존
 마이클 잭슨과 엘튼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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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음악가 마이클 잭슨과 엘튼 존이 보인다. 이들도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는데, 마이클 잭슨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1958년 으로 2009년에 죽었으니 겨우 50년을 살았다. 그는 팝, 록, 소울, R&B, 펑크, 디스코, 스윙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음악이 없었는데 아쉽기 이를 데 없다. 실제로 그는 잭슨 5 멤버로 있던 1975년까지의 삶이 더 즐거웠을 것이다. 1982년 말에 발매된 스릴러(Thriller)가 인기를 얻으며, 1983년 전 세계에서 앨범을 가장 많이 판 뮤지션이 되었다. 스릴러는 빌보드 차트 37주 연속 1위에, 6500만장의 앨범이 팔렸다.

이제는 정치인과 만날 차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와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흑백갈등을 종식시켰다고 말한다. 그러나 종식시킨 건 아니고 흑인의 인권을 신장시켰다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정계를 은퇴한 2000년대 이후에도 그는 민족의 화해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지금은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 다음 만난 엘리자베스 2세는 1953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60년 이상 영국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안개가 잦아들어 정상의 도교 사원에 오르다

안개 속의 구층석탑
 안개 속의 구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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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맞춰 다시 만난 우리는 바나산 정상에 있는 도교 사원에 오르기로 한다. 밖으로 나오니 다행히 안개가 많이 걷혔다. 그래선지 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더 멋지다. 멀리 다낭 해변까지 보이고, 가까이 영응사 부처님도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는 이제 나무다리를 건너 산 쪽으로 올라간다. 그러자 다시 안개가 밀려온다. 안개 속에 9층석탑의 모습이 신비하게 느껴진다. 올라가면서 짚을 해 인 방갈로 형태의 쉼터도 볼 수 있다.

20분쯤 오르니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표지석에 1487m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정상에는 영주영사라는 도교 사원이 있다. 그런데 사원 밖에는 포대화상이 모셔져 있기도 하다. 포대화상 앞에는 석등이 있다. 산신과 부처의 공존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도교적인 요소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 이 높은 곳에도 벌집이 있는지, 벌이 윙윙거린다. 나비도 날아든다. 안개마저 퍼져 올라온다. 우리는 도교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영주영사의 녹의동자
 영주영사의 녹의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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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부장춘(僊府長春)과 임천육수(林泉毓秀)라는 글자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 녹의동자(綠衣童子)가 좌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동자가 천상세계인 선부와 지상세계인 임천을 다스리는 젊은 산신령일까? 의문만 가득한 채 사당을 나온다. 그리고는 하산길을 재촉한다. 내려가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힌다. 저 멀리 다낭의 바닷가가 분명하게 보인다. 또 오른쪽으로는 노란색 케이블카와 흰색 불상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바나산 정상의 판타지 파크
 바나산 정상의 판타지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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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노선은 두 가지다. 하나는 판타지 파크로 연결되고, 다른 하나는 영응사 위쪽으로 연결된다. 내려오면서 보니 판타지 파크 전체를 개관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판타지 파크의 외관을 살펴본다. 디즈니랜드를 많이 모방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여유 있게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새장 형태의 케이블카를 타보려고 했으나 비가 계속 오고 안개가 끼어서 탑승을 금지하고 있었다. 새장형 케이블카는 유리벽이 없어 사진을 찍는데 아주 유리하다.

내려오면서는 바나산에서 다낭에 이르는 거대한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다. 바나산에서 다낭까지는 40㎞나 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첩첩이 이어지는 산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고도를 낮추면서 다시 폭포가 보인다. 20여 분 후 아래쪽 승강장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비는 그쳤다. 이제 다낭으로 돌아가 송트라 산 아래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영응사를 찾아갈 것이다.


태그:#바나산, #케이블카, #판타지 파크, #영응사, #영주영사(도교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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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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