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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댓글 관련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이 강남구 대포동 수서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 댓글 관련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이 강남구 대포동 수서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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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4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광석 지하철경찰대 대장(전 수서경찰서장)은 지난해 12월 16일 밤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와 17일 오전 브리핑 내용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 또한 중간수사결과 발표 직전 서울청에서 수서서로 보낸 증거분석결과보고서가 문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대장은 지난해 12월 17일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직접 브리핑을 한 장본인이다. 그랬던 그가 당시 발표가 적절하지 않았음을 인정함에 따라 시종일관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정당성을 주장해온 김 전 청장 측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이 빠지게 됐다.

법정에서 검찰측 윤석열 특별수사팀 팀장(여수지청장)은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의 노트북에서 복구한 텍스트 파일 내용을 화면에 띄우면서 "만약 서울청 증거분석실에서 이것을 (수서서로) 보내줬으면, 프린터로 출력하면 딱 두 장짜리인데, 이것을 보내줬으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그런 식으로 발표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이 대장은 "지금 입장에서 좀 아쉬움이 있다"며 소극적으로 답했으나, 윤 팀장이 재차 "지금 입장에서 묻는 거다, 당시에 이것(텍스트 파일)을 받았다면, 12월 16일 밤 보도자료와 17일 아침 브리핑, 그렇게 발표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추궁하자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텍스트 파일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아이디와 닉네임 수십개와 외부조력자 이정복씨의 인적사항, 작업 대상이었던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추천·반대 알고리즘 등이 적혀있어 향후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이다. 김하영씨는 각종 파일 187개를 영구 삭제한 채 노트북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이 파일은 메일에 첨부된 후 자동삭제된 상태여서 영구삭제에서 누락, 증거분석 초기인 14일 저녁 복구가 가능했다.

"서울청의 증거분석보고서에 문제가 있었다"

이 대장은 중간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 대해 지난해 12월 16일 보도자료 발표 직전 수서서로 보내진 "서울청의 디지털증거분석결과 보고서를 믿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브리핑 당시, 기자들은 댓글을 단 적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인지, 추가 조사를 해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증인에게 물었다. 증인은 이에 대해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분석결과 회신에도 그런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답했다.
"그날 아침에 브리핑 전에 서울청 분석팀에서 왔다. 사이버수사대장하고 분석팀 직원이 왔다. 그래서 브리핑 직전에 내가 물어봤다. 혹시 하드디스크를 분석했으면 이 하드디스크 상에서 이루어진 일은 삭제됐더라도 다 알 수 있느냐, 그랬더니 다 알 수 있다, 이런 취지로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드디스크에는 남아있지 않더라도 컴퓨터에서 접속한 것은 남아있지 않느냐, 그 접속 흔적까지 없다는 이야기냐고 물었는데, 당시 내가 듣기로는 이 컴퓨터 상에서 이루어진 것은 자기들이 확인을 했는데 댓글 단 흔적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들은 범위 내에서 답변을 했다."

- 결국 디지털증거분석결과보고서를 믿고 한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이 대장은 "지금도 (서울청의) 분석결과보고서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에는 서울청의 디지털 증거분석결과 보고서에 기반해 발표했지만, 지금은 그 보고서에 잘못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1~16일 사이 국정원 직원과 10차례 전화 통화

한편 이번 재판에서는 당시 수서경찰서장이었던 이 대장과 강남 지역을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이 12월 11일부터 16일 사이 10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 대장은 전화 통화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민감한 시기에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전화를 하지 말라 했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만약 증인이 전화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면 이렇게 10차례나 통화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이 대장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형님 형님 하는 사람인데, 자기가 곤란하다고 하는데, 너가 곤란해도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면서 "국정원 사람은 경찰 수사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만 알려달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태그:#김용판, #이광석, #원세훈,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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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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