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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개구리.
 참개구리.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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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적에는 소달구지 끌고 다니며 모내기하고 가을엔 낫으로 벼를 수확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농약도 많이 보급돼 있지 않아서 논에 개구리를 비롯해 미꾸라지, 웅어, 장어, 가재, 민물게, 우렁 등이 참 많았지요.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에 물을 대고 소로 써레질을 하다보면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농약이 과다하게 사용되고 안전한 먹거리보다는 생산량 증대에 힘을 쏟던 시대라 맹독성 농약이 그 당시엔 많이 살포됐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논에 농약을 주고 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는 등 농약의 위해성을 몸소 느끼며 자란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마스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 농약들을 다 들이마시며 그렇게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 많던 논의 생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지요. 세월이 흘러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농약 사용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고독성, 맹독성 농약보다는 저독성 농약, 친환경적 농약이 보급되면서 전에 보이지 않던 논의 생물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농촌에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80~90년대에는 대여섯번의 농약을 뿌렸다면 요즘에는 한번 정도 농약을 뿌리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 변화로 개구리는 확실하게 많아진 듯 합니다.

두개의 낚시가 개구리를 유인하고 있습니다.
 두개의 낚시가 개구리를 유인하고 있습니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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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부숭이는 힘이 세다> 라는 소설을 보면 시골 소년 부숭이와 도시 소년 누리가 나오는데 둘은 먼 친인척 사이입니다. 평소 시골은 더럽고 무식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진 도시 소녀 누리가 부숭이를 따라 시골을 방문하면서 시골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몸소 체험하며 삶의 터전인 시골, 농촌을 알아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이 소설의 한대목에 나오는 것이 바로 개구리입니다. 부숭이가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누리가 자존심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구운 개구리를 먹었다가 토악질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시골에서 자란 분들이라면 저 사진이 많이 공감이 가실 듯 합니다. 개구리 낚시를 막 흔들어대면 다른 녀석들이 마구마구 몰려듭니다.

따라올라오는 개구리.
 따라올라오는 개구리.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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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낚시를 물고 막 딸려오는 장면입니다. 딸려오다가 중간에서 떨어져 도망치는 개구리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구리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탓인지, 그 곤욕을 치르고도 또 다시 낚시를 뭅니다. 제법 큰 개구리가 딸려 올라올 때 그 묵직함이란 물고기 못지 않은 손맛을 느낄 수가 있답니다.

딸려오는 개구리를 잡아챌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녀석들은 당황하면 오줌을 찍 싸고 무조건 내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굴에 오줌을 맞으면 사람도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하죠. 녀석들은 그 틈을 타서 탈출을 시도하는 겁니다.

손자들과 개구리 낚시중인 할아버지.
 손자들과 개구리 낚시중인 할아버지.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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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휴가 때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개구리 낚시를 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어릴 때 원없이 개구리 낚시를 해봤지만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전혀 그럴 기회가 없지 않습니까? 옛 추억을 더듬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데 어느덧 할아버지께서 다가오셔서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개구리 낚시를 즐겼던 어린 시절은 1940년대 중반인데요. 그때 이후로 60~70 여년만에 다시 개구리 낚시를 하고 계신 것입니다.

뒤에서 가만 들여다보니 역시 할아버지의 솜씨는 여전하시더군요. 그 당시 낚는 모습을 볼수는 없었지만 지금의 솜씨를 보니 옛적에 어떻게 하셨는지 짐작이 가더군요.

여하튼 그날 우리집 꼬마 녀석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개구리 낚시에 열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것이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개구리가 딸려오다 떨어지기를 여러번 반복하더니 제법 낚아 올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지요.

개구리 낚시로 쓰이는 피.
 개구리 낚시로 쓰이는 피.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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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낚시대를 좀 알아볼까요? 아주 간단합니다. 논이나 둑에서 흔히 자라고 있는 이 피라는 식물입니다. 최대한 줄기를 길게 자른 후에 씨앗을 약 1센티 정도 남겨두고 모두 훑어 냅니다. 씨앗이 푸르름한 색도 있는데 이 사진은 많이 여물어서 색깔이 짙어진 듯 합니다.

그 상태에서 둑에 앉아 개구리 코앞에서 조금씩 흔들어댑니다. 개구리는 그것이 메뚜기나 여치 등 먹이가 움직이는 줄 알고 달려들어 삼키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십마리의 개구리가 몰려들어 각축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개구리가 이 낚시밥을 얼마나 깊게 삼키려하는지 제대로 문 개구리는 놓지 못하고 끝까지 따라 오르게 됩니다. 낚시 방법은 매우 간단하지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닭은 개구리를 좋아합니다.
 닭은 개구리를 좋아합니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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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휴가 때 아버지와 제가 몇 날 며칠에 걸쳐 완성한 닭장입니다. 드디어 세 마리의 암탉이 살고 있습니다. 개구리는 뱀이나 개구리 등을 좋아합니다. 잡식이지요. 닭장의 구조상 바닥에서 개구리가 튀어 오를 확율은 있습니다만, 쉽진 않겠지요?

그래서 제가 낚시로 잡은 개구리를 닭 모이로 줘 보기로 했습니다.

약육강식의 시대입니다.
 약육강식의 시대입니다.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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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를 던져 주면 세마리의 닭이 엄청나게 각축전을 벌이다가 닭장 아래로 놓치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이좋게 나눠먹으면 좋으련만, 닭들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전에는 닭을 마당에 풀어놓으면 자연스럽게 개구리 등을 잡어먹으며 몸 보신을 했지만 요즘엔 절대 안됩니다. 청설모, 오소리, 고라니 등이 닭을 잡아가기 때문이지요.

개구리를 먹는 닭의 저 모습이 조금 징그럽다고 생각할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만 먹고 먹히며 돌아가는 생태계임을 인지하시면 될 듯합니다. 십 수 년째 잠자고 있던 개구리 낚시의 추억을 깨우는데 도움이 좀 됐는지요?


태그:#개구리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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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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