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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벌써 2년 6개월이 지났다. 3개의 원자로와 2개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폭발하였다. 손상된 핵연료는 원자로 7개 분량이어서 원자로 1개가 폭발한 체르노빌과 비교된다. 원전 사고에서 발생한 전체 핵물질의 양은 일본 정부가 밝히지 않고 있어서 여러 가지 추측성 자료들만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당시와 현재, 그리고 계속해서 누출될 방사능의 양도 일본 정부가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왜 일본은 핵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국제사회에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일본은 약 200 가지에 달하는 핵물질의 누출량을 각각 조사해서 국제사회에 제공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정보제공이 미흡하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어느 정도의 방사능 물질이 흩어졌는지,  태평양으로 얼마나 많은 방사능 물질이 나갔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으로 나갈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일본은 정보제공만 안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방사능 물질의 바다유입을 막지도 못하고 있다. 들려오는 소식들을 종합해볼 때 앞으로도 막을 길은 없어보인다. 아베 총리가 오염수는 이제 더 이상 태평양으로 누출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도쿄전력은 방사능 누출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규제, 효과 있을까

일본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에게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원양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성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8월 25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에게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원양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성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8월 25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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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최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산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 한마디로 이 오염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했던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규제에 나섰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첫째, 정부는 우선 일본 8개현의 수산물 금치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으로 오염된 수산물 수입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8개 현이면 일본의 약 1/4~1/5 정도에 해당한다. 여기서 수입된 수산물만을 금지하는 게 효과적일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두번째 조치인 세슘 발견시 다른 핵종 분석결과를 요구한다는 것 역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이다. 핵사고 이후 식약처는 이같은 조치를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꾸준히 실시해왔다. 그러나 일본산 가공식품은 현재 아무 거리낌 없이 수입 및 유통되고 있다. 

둘째로 이번 조치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식품 전체의 국내유입을 막아 줄 가능성이 있는가에 관한 의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발생한 방사능은 공기중으로, 그리고 해양으로 누출되었는데 정확히 하자면 그 영향을 받은 식품 전체의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

수산물뿐 아니라 농산물과 축산물, 그리고 가공식품까지 모든 식품의 방사능 안전이 보장되어야 국민은 안심할 터인데, 이런 조치가 국민의 바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식약처는 원전사고 이후 2년 6개월 동안 일본산 가공식품 등에서 방사능을 측정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총리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을 측정한 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2013년 8월 5일 이후부터 측정한 결과를 공개하고 있으나 그 이전에 측정한 결과는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민 입장에서는 일본산 가공식품, 축산물, 농산물 등에 관한 오염자료를 볼 수 없다. 이는 상당히 큰 문제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 네 가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식약청에서 열린 '수입식품 방사능 안전관리 설명회'에서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하기 위해 시료 채취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식약처, "수입식품 방사능 안전관리 이렇게 해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식약청에서 열린 '수입식품 방사능 안전관리 설명회'에서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하기 위해 시료 채취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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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기왕에 방사능 식품 규제를 시작했으니 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규제의 목표는 단 한 가지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국민들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네 가지 정도의 일을 정부가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일본산 식품 전체에 관한 방사능 측정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식약처가 결정하면 가능한 일이다.

둘째, 일본산 식품, 특히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는 필자로서 알기 힘들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정부가 취해주면 적어도 오염되지 않은 우리나라 근해산 수산물에 대한 오해는 한꺼번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산시장의 황폐화를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유통 관리를 정확하게 해서 원산지를 국민이 믿을 수 있게 관리해주는 것이다. 이번 일본산 수산물 파동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 신뢰가 없으니 국내산 수산물까지 의심을 받았던 것이다.

넷째, 음식의 유통 여부를 결정하는 방사능 오염 기준치를 1킬로그램당 100베크렐에서 4베크렐 정도로 낮춰주는 것이다(참고로 독일의 방사능 기준치를 보면, 성인이 8베크렐, 유아가 4베크렐 정도이다). 현재까지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정도는 1킬로그램당 0베크렐에서 20 베크렐 사이였다. 가장 많이 오염된 것이 98 베크렐까지였지만 사실 20베크렐 이상으로 오염된 수산물은 지난 2년동안 10차례도 발견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오염은 20베크렐 이하였던 것이다. 최근 정부는 기준치를 370베크렐에서 100베크렐로 낮추었지만 사실 그 이상 오염된 식품은 한번도 발견된 적도 없다. 따라서 새로 낮춘 기준치인 100베크렐은 국민 피폭량을 줄이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필자는 그래서 이 유통허용 기준치를 4베크렐로 낮추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방사능에 의학적인 안전기준치는 없다. 그리고 방사능 피폭량과 암발생 확률은 정비례한다. 그래서 피폭량은 적으면 적을수록 안전한 것이다. 국민의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식품유통 기준치를 킬로그램당 4베크렐 정도로 낮추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당국자들이 이런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며,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입니다.



태그:#일본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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