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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오후 3시 홈플러스 울산 동구점 1층 계산대에서 지역 상인이 물건을 산 후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하자 직원이 동전을 세고 있다
 8월 27일 오후 3시 홈플러스 울산 동구점 1층 계산대에서 지역 상인이 물건을 산 후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하자 직원이 동전을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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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3시, 울산 홈플러스 동구점 1층 생필품 매장. 연두색 조끼를 입은 10여 명의 사람들이 각기 구매한 물건값을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했다. 어떤 이는 물건값 2만 원을 10원짜리 동전으로 내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이 지역에서 슈퍼마켓이나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이었다. 이들은 물건을 구매한 뒤 1시간가량 '동전 시위'를 벌였다.

같은 시각 홈플러스 동구점 앞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방어점 철수 촉구 울산상인대회'가 열렸다. 울산상인대회에는 지역 상인뿐 아니라 도매납품업 상인·동구의회 의원·시의원·시민사회단체 회원·노동계·야당 당직자들이 참가해 "홈플러스가 기습개점한 SSM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중소상인 "SSM 철수" vs. 홈플러스 "영업하면서 상생 방안 찾자"

울산 동구지역 상인들이 지역 각계의 도움을 얻어 이날 상인대회를 열게 된 이유는 지난 2월 25일 동구 방어동에 새로 생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방어동점(300㎡ 규모) 때문이었다.

홈플러스 측은 당시 개점 3일 전 관할 동구청의 문의에 '개점 의사가 없다'고 밝힌 후 담배와 정육 등 허가 품목을 제외한 채 기습적으로 SSM을 개점했다. 이에 지역 중소상인들이 들고 일어난 것.

개점 후 이틀 뒤인 2월 27일 지역중소상인들은 대책위를 결성하고, 2월 28일에는 홈플러스 SSM 방어점 철수를 촉구하는 농성장을 해당 업소 앞에 설치해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개점 후 인근 동네 슈퍼마켓 두 곳은 문을 닫고 지역 중소상인들은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에 따르면 현재 홈플러스 SSM 방어점의 하루 매출은 1000~1500만 원. 만일 SSM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 매출은 지역 중소상인들의 몫이었을 것이다.

지역 상인들의 농성이 계속되자 지난 7월 19일 홈플러스 부사장은 동구청장·울산수퍼마켓협동조합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소상인들은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홈플러스측은 "영업은 계속하되 상생 방안을 찾자"는 의견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장기 농성을 이어가던 중소상인들은 이날 상인대회를 준비했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중소상인 돕기에 적극 참석한 것이다.

8월 27일 오후 3시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홈플러스 동구점 앞에서 열린 울산상인대회 참가자들이 홈플러스 현수막을 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8월 27일 오후 3시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홈플러스 동구점 앞에서 열린 울산상인대회 참가자들이 홈플러스 현수막을 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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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인대회에서 울산시민연대 권필상 사무처장은 "홈프러스 측이 개점 3일 전까지도 개점을 안 하는 척하다 기습 개점하는 거짓말을 했다"며 "한 개를 가지고 있는 우리 서민들은 거짓말을 못하지만 천개 만개를 가진 대기업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의 골목 진출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지켜야 대기업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시민사회도 지역 중소상인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이채위 수석부본부장은 "홈플러스가 지난 2007년 울산 홈에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계 문제를 위해 투쟁하던 민주노총 하부영 본부장 등이 구속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플러스는 초기 삼성 자본이 빠지고 영국계 자본이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 안으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밖으로는 중소상인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홈플러스는 만만하지 않다, 민주노총도 중소상인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연간 13조의 매출 홈플러스의 양보가 바로 상생"

8월 27일 오후 3시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홈플러스 동구점 앞에서 열린 울산상인대회에 참가한 한 할머니가 다리를 뻗은 채 발언을 듣고 있다
 8월 27일 오후 3시 울산 동구 일산동에 있는 홈플러스 동구점 앞에서 열린 울산상인대회에 참가한 한 할머니가 다리를 뻗은 채 발언을 듣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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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유통 대기업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것은 고상한 비지니스라 말하고, 중소상인들이 유통대기업과 함께 살자고 하는 건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낙오자의 생떼로 매도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러나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이 박탈되고 유통 대기업의 독과점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대한민국의 경제 위기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사라져가는 전통시장, 문을 닫은 점포로 점점 어두워지는 골목상권 뿐만 아니라 적자를 보는 대형마트와 SSM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서도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정글과 같은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자를 가리는 방식은 이제 발전이 아닌 공멸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므로 대안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울산의 인구 수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한 정해진 파이를 누가 독식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해법으로 찾아야 한다. 이것이 곧 공생이요,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간 13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울산에서만 4개의 대형마트와 6개의 SSM을 가진 홈플러스와, 하루하루 온가족을 동원해서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일해야만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중소상인 중 누가 양보를 하는 게 상생이란 말인가"라며 "지난 20여 년간 중소상인들은 유통 대기업에 이미 양보할 만큼 양보를 해왔으므로 더 이상의 양보는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제 더 이상 중소상인들은 홈플러스의 거짓말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방어점 기습출점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홈플러스 SSM 방어점을 반드시 철수시킬 것' '대형마트 측의 추가진출을 막아낼 것' '지역 상인들의 총단결로 상인생존권을 지켜낼 것'을 결의한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홈플러스 SSM 방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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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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