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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7일 오전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비방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이 강남구 대포동 수서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2년 12월 17일 오전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비방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이광석 서장이 강남구 대포동 수서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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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수서경찰서는 2012년 12월 16일 오후 11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정원 직원 불법선거 운동 혐의 사건 중간수사 결과
-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오후 11시 11분 국정원은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근거로 "국정원의 조직적 비방 댓글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야당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수세에 몰렸던 국정원이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다시 살아났다.

언론들도 일제히 '국정원 직원이 단 문재인 후보 비방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대면 브리핑도 하지 않고 한밤중에 보도자료만 배포하는 '꼼수'를 통해 새누리당에 불리하던 대선 국면을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8시간 전부터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한 치밀함 덕분이었다.
 
"서울청 지시에 따라 12월16일 오후 5시 보도자료 초안 완성"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찰의 감찰 결과에 따르면, 12월 16일 오전 11시부터 12시 사이에 최현락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등이 이광석 수서경찰서 서장에게 "(디지털증거) 분석결과가 나오면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나?"라고 물어와 이 서장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최현락 수사부장 등은 이 서장에게 "(디지털증거) 분석결과를 빼고 나머지 부분(만 가지고) 보도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디지털증거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광석 서장은 경찰 감찰에서 "당시 직원들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려면 최소한 분석결과는 알아야 한다'고 해서 오후 10시 30분께 수사과장에게 전화해 분석결과도 메신저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디지털증거 분석결과를 회신한 다음에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거꾸로 된 절차를 거친 것이다. 

서울청으로부터 보도자료 작성을 지시받은 이광석 서장은 권은희 수사과장 등에게 "분석결과에 증거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등 2가지로 만들라"고 지시했고, 오후 3시부터 보도자료 초안이 작성되기 시작했다. 이광석 서장은 오후 5시 보도자료 초안이 완성되자 이를 서울청에 보고했다.

김아무개 서울청 사이버수사대 기획실장이 경찰 감찰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김 기획실장은 오후 8시 13분 서울청 수사2계를 통해 수서서가 작성한 보도자료 초안을 받았다. 이어 오후 9시 6분께 다시 수서서에서 보도자료 수정본을 보내왔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김 기획실장은 경찰 감찰에서 "수서서에서 보내온 보도자료 수정분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 중에 (장아무개) 사이버수사대장이 내 자리에 왔고, 이후 장 수사대장이 불러주는 대로 워드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장아무개 수사대장도 "보도자료는 수사2계로부터 받은 초안을 근거로 저와 수사과장, 수사2계장, 분석팀장 등이 모여 작성했다"며 "이 참여자들이 의견을 개진하면 김 기획실장이 타이핑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고 진술했다.

김 기획실장은 이런 절차를 통해 보도자료를 작성한 뒤 김용판 서울청장에게 보고했고, 오후 10시 42분께 최종 보도자료를 이광석 서장에게 보냈다. 수서경찰서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18분 전이었다.

특히 이러한 절차를 거쳐 보도자료를 작성한다는 방침은 김용판 서울청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경찰 감찰 결과에 따르면, 김 서울청장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오후 7시 40분 전후, 오후 9시 등 최소한 3차례 회의를 주재했다. 여기에서는 보도자료 작성 등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중요하게 논의됐다(관련기사 : 분석 결과 나오기 전에... 김용판, '한밤중 발표' 계획했다).

이아무개 서울청 수사과장은 시각을 특정하지 않은 채 "12월 16일 청장 주재 회의 종류 후 수사 진행과 관련해서는 수서서 초안을 토대로 수사2계에서 담당하고, 분석 부분은 사이버수사대에서 작성토론 지시했다"며 "수사2계장이 사건 진행을 잘 알고 있어 전체적인 문맥을 조정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보도자료 초안은 12월 15일 야간부터 준비"

경찰 감찰에서는 12월 16일 오후 3시부터 보도자료 초안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검찰은 수사를 통해 '보도자료 초안이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에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정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문'에서 "분석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대선 전 D-day에 맞춰 선거개입 의혹을 해소해 주기 위해 보도자료 작성, 브리핑 준비를 추진했다"며 "12월 15일 야간부터 국정원의 선거개입 및 정치관여 의혹을 해소해주는 내용으로 미리 보도자료 초안 작성작업을 시작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많은 게시글 등이 발견되는 상태에서 '게시글이나 댓글을 발견하지 못하였음'이라는 초안이 허위임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이를 감추기 위해 (초안에 적시한 '게시글이나 댓글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를)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로 표현을 고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실대로 한다면 '국정원 직원이 수십 개의 ID·닉네임을 사용하여 인터넷 여론 사이트 등에서 활동한 사실이 다수 확인되었고, 이를 기초로 추가수사를 진행하겠음'이라고 발표함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아무개 수사대장은 경찰 감찰에서 "12월 26일 오후 9시 15분 (디지털증거) 분석이 종료된 후 분석팀에서 분석결과를 작성했다"며 "당시 내용은 '문재인 비방, 박근혜 지지 글' 관련 내용을 발견치 못했다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혐의 사실과 비슷하면 수사팀에 넘겨주는데 이러한 조건에 맞는 자료를 분석관들이 발견치 못했다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태그:#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중간수사 결과 발표, #12월 16일, #김용판, #이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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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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