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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조잔디 조성만을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조잔디 조성만을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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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의 한 초등학교가 5억 원을 들여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천연잔디나 마사토는 배제하고 인조잔디 운동장 사업으로 못박아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여기에 이 학교 교장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인조잔디를 결정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관련기사 : 교육청 지시도 무시하고 인조잔디 고집하는 학교장, 왜?)

H초등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지난 3월 학교에 부임한 후 첫번째 사업으로 학교운동장을 인조잔디로 조성하기 위해 경주시에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협약서'를 제출하고 지원금 1억5000만 원을 교부할 것을 요청했다. 총 사업비는 5억 원으로 교육부 지원금 6850만 원과 도교육청 지원금 2억8150만 원, 지자체 지원금 1억5000만 원이었다. 이 학교는 지난 2011년에 이미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됐다.

지난 3월 13일 경주시에 제출한 지원금 교부신청서에는 사업목적을 '학교운동장을 선진화된 체육시설로 조성하여 학생들의 체육활동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주민과 같이 활용토록 한다'며 '인조잔디 운동장 1면, 육상트랙 1개소, 야간조명시설, 기타 부대편익시설(농구대, 배구대 등)'을 사업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 교장은 부임한 지 불과 2주도 안 돼 인조잔디 운동장 사업을 결정하고 교부금을 지원받으려 한 것이다.

경주의 H초등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이 학교에 부임한 지 10여일이 지난 3월 13일 경주시와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지원협약을 맺으면서 인조잔디구장 조성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경주의 H초등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이 학교에 부임한 지 10여일이 지난 3월 13일 경주시와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지원협약을 맺으면서 인조잔디구장 조성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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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교장은 학교운동장 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월 중순경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은 인조잔디 '찬성', '반대'에 국한됐으며 실명을 밝히게 했다. 설문조사는 학부모와 교직원, 학교 운영위원회, 학교 주변 주민, 총동창회 등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학부모의 경우 학부모 이름은 물론 학생 이름과 학년 반을 명시하게 했으며 학교 주변 주민은 주소와 이름을 쓰게 했다. 사업 실무 책임자인 행정실장이 천연잔디, 인조잔디, 마사토로 설문조사 문항을 작성하고 휴가를 낸 후의 일이었다.

설문조사가 끝나자 교장은 77.3%가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에 찬성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참여 인원을 밝히지는 않았다.

4월 29일 이 교장은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H초등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공사에 따른 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또 이 교장은 별 다른 협의 없이 추진협의회를 구성했으며 이후 선정위원회를 규정한 뒤 선정위원도 일방적으로 선임했다고 학교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이 지난 2011년 3월 16일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초중등학교 물품구매 등 계약관련 제도개선 방안'에는 "학교의 계약관련 비리 근절 및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1000만 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경우에 물품선정위원회를 개최하고 학교장은 물품(교구, 기자재) 선정위원회에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011년 3월 16일 각 교육지원청에 공문을 보내 물품선정위원회에 초중등학교 교장을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경주교육지원청은 이에 따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장의 선정위원 참여를 배제시켰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011년 3월 16일 각 교육지원청에 공문을 보내 물품선정위원회에 초중등학교 교장을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경주교육지원청은 이에 따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장의 선정위원 참여를 배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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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은 지난 2011년 3월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공문을 통해 학교장은 물품선정위원회에서 배제하도록 했으나 H초등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본인이 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위원들도 임의로 선정해 논란을 빚었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2011년 3월 각급 학교에 내려보낸 공문을 통해 학교장은 물품선정위원회에서 배제하도록 했으나 H초등학교 이아무개 교장은 본인이 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위원들도 임의로 선정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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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장은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각 위원의 의견을 종합하여 설계 및 운동장 인조잔디 사업 자재업체를 심의 선정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이후 이 교장은 교직원회의 등에서 "인조잔디는 A업체, 우레탄은 B업체, 인조잔디에 들어가는 칩은 C업체"라며 업체 이름을 입에 올렸으며 업체 관계자들은 수시로 교장실을 들락거렸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 등 의견 수렴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7월까지 H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더구나 행정실 직원을 통해 학교운영위원회를 연 것처럼 회의록을 작성하고 운영위원들이 회의에 참가한 것처럼 사인을 받기도 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회유도 계속됐다. 앞서 4월에 실시한 실명 설문조사에서 인조잔디에 반대한 일부 교사들을 교장실로 불러 찬성할 것을 회유한 것. 이에 가책을 느낀 교직원은 "학교장이 교장실로 불러 인조잔디 운동장에 찬성하도록 회유를 받았다"며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교장이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인조잔디 설치에 반대하는 교사를 따로 불러 찬성하도록 해 교사가 확인서를 작성했다.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교장이 다양한 운동장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 인조잔디 설치에 반대하는 교사를 따로 불러 찬성하도록 해 교사가 확인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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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교사들은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사업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7월 25일 경북교육청이 학교에 보낸 '인조잔디 조성공사 지양 협조' 공문을 들어 교장에게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인조잔디만 고집하지 말고 비용이 저렴한 마사토 등을 고려하자는 내용이었지만 묵살당했다.

이후 교사들이 서명운동을 벌이자 이 교장은 이미 설문조사를 통해 학부모와 학교 구성원들이 인조잔디 사업에 찬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장은 "설문조사를 중요시한다"며 "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또 자신은 추진위원회는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을 추진하기 위해 구성됐을 뿐 선정위원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선정위원회에는 교장과 행정실장이 들어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장이 작성한 문서에는 교장과 행정실장이 각각 위원장과 간사로 선정위언회에 들어가는 걸로 돼 있다. 

한편 경북교육청과 경주시 관계자는 다양한 학교운동장 만들기 사업에 대한 교부금이기 때문에 굳이 인조잔디 운동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용하고 불가피할 경우 다음년도로 이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학교장의 요구에 따라 인조잔디로 설계를 마친 설계업체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무상으로 설계를 변경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인조잔디 운동장이 당장 보기에는 좋지만 학생들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8일 이 학교에 대한 감사를 벌인 데 이어 경주교육지원청도 12일 감사에 착수했다.

경주의 H초등학교 교장이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조잔디 운동장으로 조성할 것을 종용하자 교사들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마사토 운동장 조성을 건의하는 서명을 해 교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교장은 막무가내로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경주의 H초등학교 교장이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조잔디 운동장으로 조성할 것을 종용하자 교사들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마사토 운동장 조성을 건의하는 서명을 해 교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교장은 막무가내로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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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사업, #인조잔디, #경북교육청, #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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