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시설이 들어와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면 인근 주민들을 위해 뭔가 보상을 해줄 생각을 히야지 혜택은커녕 오히려 피해를 주고 있다. 이건 요즘 세상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지난 7월 안타깝게 고등학생 5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의 원인이 안전불감증과 관리 소홀 등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안전불감증 사례가 충남 태안지역에서 드러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종합시험장(이하 '안흥시험장'). 안흥시험장은 군사보안시설 내에 위치한 해변을 민간에 개방했다. 요새는 주말이면 200여 명의 인원이 출입할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는 1명의 안전요원이 있는 실정이다(안흥시험장 측은 직원 1명도 추가로 배치했다고 주장).

게다가 이곳은 민간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군사보안시설 내의 해변이라 자칫 안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곳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민간인이 군사보안시설에 출입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무사와 국가정보원 등도 민간인 출입 사실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보안시설인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휴양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한다지만 일반인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져 심각한 안보불감증을 낳고 있다. 안흥시험장 관계자는 “대부분의 군부대가 휴양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군사보안시설 내에서 휴양소를 운영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 군사보안시설 맞아? 군사보안시설인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휴양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운영한다지만 일반인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져 심각한 안보불감증을 낳고 있다. 안흥시험장 관계자는 “대부분의 군부대가 휴양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군사보안시설 내에서 휴양소를 운영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이곳은 지난 2010년부터 안흥시험장 직원들의 복지 향상 차원에서 여름 피서철인 7월과 8월 10회 이상 해변을 개방했다. 초기에는 휴양소 운영 방침대로 출입자 대부분이 안흥시험장 직원이나 직원의 가족 그리고 군 계통 관계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원의 가족뿐만 아니라 직원의 친척에 친구 등 지인으로 확대되면서 사실상 민간인이 출입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올해는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15일까지 11회 동안 해변이 개방되는 것으로 계획이 짜여져 있다. 지난 7월 27일, 이곳에는 인근 해수욕장보다 많은 206명이 이곳에서 휴양을 즐겼다.

군사보안시설 앞 해상에서 어민들이 시위 벌인 까닭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안흥시험장 인근 해수욕장 번영회 주민들은 지난 7월 27일 배를 몰고 안흥시험장이 운영하고 있는 휴양소가 내다보이는 해변가까지 접근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어민들의 배가 해변가로 접근하자 소식을 듣고 달려온 태안 해경과 안흥시험장 관계자 등은 호루라기를 불며 해변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피서객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매년 이맘때쯤 개방된 안흥시험장의 해변에서 피서를 즐기는 피서객들의 모습을 지켜봤다는 정죽5리(방파제에서 안흥시험장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곳)의 한 주민은 "아무리 직원들의 복지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직원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한 다리 건너 사람들까지 자유롭게 군사보안시설을 제 집 드나들 듯 돌아다니는 건 심각한 안보불감증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역주민들은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부대에 한 번 들어가려면 군사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까다롭게 절차란 절차는 다 따진다"면서 "비록 여름 한 철이라고는 하지만 무더기로 민간인을 군사시설 안으로 들여보내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어민들이 안흥시험장 앞 해상에서 시위를 벌이는 동안에도 해녀는 수없이 자맥질을 했다. 이는 일부 해녀들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한 어민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 어민들 보란듯이 자맥질하는 해녀? 어민들이 안흥시험장 앞 해상에서 시위를 벌이는 동안에도 해녀는 수없이 자맥질을 했다. 이는 일부 해녀들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한 어민들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이날 배를 타고 해상 시위에 함께 나섰던 갈음이 주민 박아무개씨는 "안흥시험장은 그동안 특정해녀들만 출입시키고 우리 어민들이 농어잡기를 할 때는 싸이렌을 울려 내쫓았다"며 "올해도 해녀들이 작업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불발탄을 건드려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배를 타고 낚시하는 우리보다 수중에서 작업하는 해녀가 높다, 그런데도 해녀들만 출입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에 대해 안흥시험장 관계자는 "해녀들을 출입시킨 적은 없고, 다만 안개 낀 날 등에는 가끔 해녀들이 작업하는 걸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갈음이 어민들의 해상 시위 이후 갈음이 해수욕장에서 만난 태안해양경찰서 신진파출소장은 민원인들의 움직임과 민원인들의 해상 진입을 막아달라는 안흥시험장 측의 요청에 대해 "안흥시험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직접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지 해경에서만 조치해 주기를 바라서는 안된다"며 "주민들도 번영회장이나 어촌계장·이장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등 서로의 입장 차를 좁혀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신진파출소장은 "우리도 안흥시험장 안에 한 번 들어가려면 전날 출입 통보하고 출입승인이 나야 들어갈 수 있다"며 "들어갈 때도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는데 군사보안시설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흥시험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안흥시험장측은 잠시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해결점을 찾지는 못했다.

갈음이 어민들을 비롯해 안흥시험장 주변 마을주민들은 ▲ 안흥시험장 앞 해상에서의 어로행위 허용 ▲ 사격으로 인한 주민피해대책 마련 ▲ 안흥시험장 휴양소 운영으로 인한 인근 해수욕장 피해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에 안흥시험장 측 관계자는 "갈음이 번영회장을 만났는데 시험장이 휴양소를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가 무엇인지,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협의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누가 만나자고 한 적도 없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을 수도 없었다"며 "최초 (휴양소를 운영한) 2010년부터 공식적으로 (협의가)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휴양소 운영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내부적인 문제고, 규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해 휴양소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안흥시험장에서 개방하고 있는 해변은 근흥면사무소나 태안 해경 등에도 신고가 돼 있지 않아 안전사고 발생 시 휴양소에서 임명한 안전요원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수욕장 운영한 적 없다'며 정보공개도 거부

지난해 8월 국방부와 더불어 국방과학연구소에도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과연은 “해수욕장을 운영하지 않습니다”라며 정보부존재를 통보했다.
 지난해 8월 국방부와 더불어 국방과학연구소에도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과연은 “해수욕장을 운영하지 않습니다”라며 정보부존재를 통보했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한편, 국방부와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해 기자가 이들 기관을 상대로 ▲ 군사보안 시설내 민간인 출입 해수욕장 등 휴양시설 운영 현황(해수욕장·휴양소 구분)을 비롯해 ▲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내 해수욕장 운영과 관련해 운영목적 및 운영기간(최초 운영시기 등 명시)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기자가 국방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방부로부터 이를 이송받은 해군본부가 답변을 내놓았다.
▲ 군사보안 시설내 민간인 출입 휴양시설 없다는 해군본부의 답변 지난해 8월 기자가 국방부를 대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국방부로부터 이를 이송받은 해군본부가 답변을 내놓았다.
ⓒ 김동이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국방부는 이를 해군본부 복지정책과로 이송했다. 이후 돌아온 답변은 "해군본부 보유 자료를 면밀히 확인함과 동시에 사령부급 예하부대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귀하께서 요청하신 군사보안 시설 내 민간인 출입 해수욕장 등 휴양시설은 우리 군에서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였다.

국방과학연구소 또한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단은 해수욕장을 운영하지 않습니다"라고 정보부존재를 통보해 온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국과연 본청에 전화를 걸어 이의를 신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였다.

이에 직접 해변을 개방해 운영하고 있는 안흥시험장 관계자에게 이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안흥시험장 측도 "시험장내 해수욕장은 엄밀히 말하면 없다"며 "직원·가족을 위해 여름에 한시적으로 해변을 개방하는 것이지 해수욕장은 없다"고 밝혔다.

사격 소음에 피해도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또한 안흥시험장은 사격으로 인한 소음으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안흥시험장 측은 사격 소음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소음이 큰 중화기 사격시만이라도 마을에 통보하겠다"며 "그동안 시험장 사격 일정을 다 공개할 수가 없어 통보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흥시험장 측은 약속과는 달리 그동안 마을에 사격 일정 통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근에는 '우리는 소음 기준치 이하로 사격하기 때문에 사격으로 인한 소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안흥시험장 인근 마을의 한 주민은 "밭에서 풀을 뽑다가도 사격 소리에 놀라 깜짝 놀라는 건 다반사"라며 "심지어 집 건물도 틈새가 벌어지고 갈라지는데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쏘아대는 사격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 안흥시험장 측은 "역학조사를 통해 사격으로 인한 피해가 입증되면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답했다.


태그:#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태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